부동산 투기?
어둠이 어수룩해지기 시작하면 하나 둘 불이 켜지기 시작한다. 하루의 고단함을 내려놓고 편안하게 쉴 수 있는 집이라는 공간은 누구나 마음의 안정감을 가질 수 있는 곳이다. 하지만 집은 삶에 일부분이 아니라 재산증식이나 투기의 목적으로 변질된 지 오래다. 오죽했으면 나라에서 집값을 잡아보겠다고 온갖 새로운 정책과 규제를 동원하지만 번번이 실패하고 말까?
예로부터 의식주를 해결하지 못하면 삶이 제대로 유지될 수 없었다. 그러나 지금에 와서는 이 세 가지 중 입고 먹는 두 가지는 그렇게 큰 의미가 없어졌다. 지천으로 있는 것이 입고 먹는 것이다. 그 중 남은 하나가 집이다. 몇 십 년 전만해도 집이란 일상을 살아가는데 있어 중요한 일부를 차지하고 있었다. 하지만 이제 집은 삶이 아닌 재산 가치로 평가되면서부터 부자와 가난함을 평가하는 기준이 되어 버렸다.
우리는 예로부터 비바람을 피할 집이라도 한 채만 있으면 다행으로 생각하고 안정적인 삶을 살 수 있을 거라 믿고 집을 마련하기 위해 열심히 살아왔다. 그런데 언제부터인지 서울 그리고 강남이라는 부동산 시장이 만들어지고 신도시형성과 개발이라는 조건만 붙으면 집값 땅값이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올라가는 현상에 국민들이 동요하기 시작했고 집이 삶에 터전이 아니라 재산증식의 투기목적으로 변질되고 말았다.
이는 6.25 전쟁을 치른 국가로서 성장발전 동력이라는 틀을 씌워 부동산이나 도시계획 정책을 수립하는 정부도 한 몫을 했으니 이제 와서 온갖 방책을 동원해도 쉽게 잡을 수 없을 만큼 비대해졌다. 정부는 장관을 바꾸고 새로운 정책을 내놓지만 번번이 부동산 시장이 위축되고 유사경제까지 얼어붙게 만든다는 논리로 재벌 언론을 통해 정부정책을 비판하고 있다.
물론 좋은 집과 변변치 못한 집에 대한 가격 차이는 있을 수 있다. 하지만 요즘 집값은 집에 대한 그 값이 아니다. 주변 지역과 상권에 따라 역세권이네 강남 노른자 땅이네 하며 투기를 유도해 가격 상승의 효과를 보려는 부동산 업자들의 농간에 투기꾼들이 쉽게 현혹되고 있어 집에 대한 투자는 그야말로 돈 놓고 돈 먹기가 아닐 수 없는 세상이 되고 말았다.
부동산! 글자 그대로 움직일 수 없는 물건이다. 그런데 움직일 수 없는 물건에 소유권만 바뀌면서 가격이 상승하고, 구조물을 만들면 가격이 상승하고, 주변에 편의 시설이 들어오면 가격이 상승하고, 도로만 새로 생겨도 가격이 상승한다. 이러니 재산 증식의 투기 목적으로 대출을 받아서 매입해도 그 이자 보다 수익률이 좋으니 어느 누가 좋은 기회를 마다할까?
또한 집은 그렇게 많이 지어도 항상 집 없는 사람은 줄어들지 않는다. 집은 과잉 공급이란 단어가 어색할 만큼 수요와 공급이란 공식도 적용되지 않는다. 일반적으로 서민들이 생각하는 집은 가족과 편안하게 살 수 있는 공간을 말한다. 그러나 투기꾼들이 생각하는 집은 돈이고 재산증식의 수단이다.
경제활동에 있어서 부동산의 매입과 거래는 활발하게 움직이는 것이 당연하다. 하지만 부동산을 개인이 독점하여 가격 상승을 노리고 악용한다면 국가적으로 문제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정부에서는 뚜렷한 대책을 마련하지 못하고 부동산 시장에 휘둘리기 일쑤다. 그만큼 한수 위라는 결론이다.
집은 우리 생활에 직결되어 있다. 집은 청년이고 취업이며, 결혼이고 출산이며, 가족이고 직장이며, 노후이고 인생의 아름다운 마무리인 것이다. 일생동안 어느 하나 연결이 안 되는 것이 없다. 이러한 집을 삶이 아닌 투기와 재산의 가치로만 생각하는 사람들이 이 땅에 존재하는 한 청년도 취업도 결혼도 출산도 가족도 직장도 노후도 인생의 아름다움도 불공정과 불평등과 정의롭지 못한 사람들에 의하여 박탈되고 소외되는 현실은 지속될 것이다.
이제 대한민국의 부동산 정책은 구조적이고 체계적인 변화 없이 공정과 평등과 정의가 성립될 수 없다. 땅과 집이 삶으로 인식되기 위해서는 새로운 정책과 제도수립도 중요하지만 국가의 부동산정책 추진에 있어서도 요즘 이슈가 되고 있는 공정과 평등과 정의가 바로 설 수 있도록 강력하고 엄격한 법의 잣대로 가늠해야 하는 것이다. 그래야만 정부의 부동산정책이 국민들로부터 신뢰를 회복할 수 있는 마지막 기회가 아닐까? 국민 누구라도 집 없는 서러움을 받지 않도록 말이다.
물론 꿈같은 말이지만 그래도 그런 세상을 희망하고 싶다. 앞으로는 청년들의 꿈이 현실로 다가와야 저출산도 어려운 경제도 해소될 수 있는 유일한 대안이라는 것을 정부정책을 수립하는 당사자들이 꼭 알아야 할 것이며, 그 기준은 당사자가 아닌 집 없는 서민이 기준이 되고 서민이 수혜자가 되는 법을 만들어야 할 것이다. 그 이유는 땅과 집은 우리의 삶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