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골은 도시와 비교해 보면 공기도 맑고 복잡하지도 않으며 풍경을 바라보는 주변 환경이 아름답다. 그래서 도시에 사는 사람들은 가끔 시골에 오면 한 번쯤 살아보고 싶은 마음이 드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도시에 사는 사람의 다수는 고향이 시골인 사람들이다.
어려서 시골에서 나고 자란 사람은 시골 고향이 늘 그립고 마음 한 구석에 푸근함이 자리하고 있다. 그 이유는 부모님이나 형제들이 살고 있어 언제 찾아가도 반겨 줄 사람이 있다는 것이다. 그러니 스스로 어렵고 힘들 때 자연스레 발걸음이 움직여 찾아가는 곳이 시골이며 고향인 것이다.
도시의 생활은 치열한 경쟁과 속도의 싸움일지도 모른다. 바쁘게 움직이는 사람들, 홍수처럼 밀려오는 자동차, 몸을 움직일 수 없는 지하철 무엇 하나 여유라고는 찾아 볼 수 없는 일상이다. 서로 모르는 사람끼리 복잡한 버스나 지하철 안에서 몸을 부딪쳐야 하는 것이 도시의 일상인 것이다.
쉼!
몸도 마음도 쉼이 필요하다.
그 쉼이 자연과 함께 마음 편하게 쉴 수 있는 여유를 찾기에는 시골이 가장 좋은 환경이다. 그러니 도시 사람들이 시골에 오면 좋다는 말이 자연스럽게 나오는 것은 몸으로 느끼는 감정의 표현인 것이다. 도시의 빌딩숲 회색빛과는 다르게 자연의 싱그러운 초록빛은 눈을 편안하게 해주고 바라만 봐도 바쁠 이유가 없는 것처럼 느껴진다.
하지만 시골 살이가 눈에 보이는 자연과 풍경만 보며 삼시 세끼를 먹고 살 수는 없다. 시골에서도 일정부분 경제적 활동을 위한 노동이 필요하다. 물론 도시에서 번 돈으로 시골 살이에 사용할 수도 있다. 그렇지만 그 또한 하루 이틀이나 일정 기간은 가능할지 몰라도 시골 살이는 하루하루 내 손으로 직접 해야 하는 일이 엄청나게 일어난다. 도시 생활은 기반시설이나 각종 사회 시스템이 잘 운영되고 있어 내 집을 벗어나도 별로 불편한 일이 없다.
그런데 시골에서는 누가 도와줄 사람도 없을 뿐만 아니라 스스로 해결해야 하는 일이 다반사다. 눈만 뜨면 마당에서 쉴 새 없이 자라는 잡초를 뽑아야 하고 수북이 쌓인 낙엽도 쓸어야 하고 겨울에는 눈도 치워야 한다.
또한 도시 사람들이 시골에 오면 자주하는 말이 있다.
시골음식이 맛있다.
그 맛이라는 기준은 식당에서 파는 음식이나 집에서 해주는 음식이 정말 맛이 없어서 그러는 것은 아닐 것이다. 오히려 시골 사람들은 유명한 음식점이 많이 있고 다양하게 먹을 수 있는 도시 음식을 더 좋아한다. 참으로 이해할 수 없는 일이다. 도시 사람은 시골 음식이 맛있다고 하고 시골 사람들은 도시 음식이 맛있다고 한다. 사람은 누구나 새로운 것을 동경하게 마련이다. 그렇게 때문에 서로에 대한 부러움을 표현하기 위한 입바른 소리일 뿐 도시가 먹을 것도 많고 맛있는 음식도 많은 것이 현실이다.
시골은 참아야 하고 견디며 살아야 한다.
시골 살이는 사계절 불편한 일이 다양하게 일어난다.
봄부터 달려드는 온갖 해충들이 집 밖에서 안으로 들어오려고 난리를 친다. 그냥 날아다니는 해충만 있다면 그런대로 방충망이라고 치고 살면 그만이다. 하지만 다리로 기어 다니는 벌레가 수시로 집 안으로 들어오려고 시도한다. 예를 들면 자다 보면 벌레가 몸 위로 기어 다닐 때도 있다. 날아다니는 것부터 기어 다니고 나무에서 떨어지는 벌레와 어쩔 수 없이 함께 살아야 하는 것이 시골이다. 건강하고 숨 쉬는 땅 속에는 지렁이와 굼벵이도 있고 다양한 미생물이 함께 살아가고 있다.
그뿐만 아니라 시골 살이는 냄새도 견뎌야 한다.
농지에 거름은 내다보면 가끔은 냄새가 참을 수 없을 만큼 나기도 한다. 숙성이 덜된 가축분뇨를 살포하는 사람들이 있을 수 있다. 물론 완전 숙성된 가축분뇨는 냄새가 별로 없지만 시간이나 비용을 줄이기 위해 그런 사람들도 가끔은 있다 보니 한 동네에서 참고 견뎌야 하는 일도 종종 있을 수 있다.
시골 사람들은 잡초를 무서워한다. 잡초를 방치하면 농사가 망치게 되니 그러는 것이다.
잡초는 적당한 날씨와 계절에도 잘 자라지만 가뭄에도 장마에도 쑥쑥 자란다. 하지만 곡식은 가뭄에는 잎이 말라 죽고 장마에는 뿌리가 썩어서 죽는다.
시골에서 이런 일들은 가끔이 아니라 늘 생겨난다. 자연은 가만히 보고 있을 때만 좋은 뿐이다. 진정 자연과 함께 살고자 한다면 자연을 거스르지 말고 온전히 받아들여 내 삶에 일부라 생각해야 하는 것이다.
그래서 시골 살이를 하려면 마음에 준비도 필요하지만 몸도 준비를 해야 한다. 해충과 벌레 그리고 계절적 변화에 따라 부지런할 용기가 있다면 가능할지 모른다. 흔한 말로 경치 좋고 맛있는 시골을 동경한다면 구지 살려고 하지 말고 그냥 가끔 하루 이틀 다녀가는 시골을 선택하는 것이 현명할 것이다.
고로 시골은 아무나 살고 싶다고 살 수 있는 곳이 아니다. 또한 도시가 지겹고 힘들 때 그냥 시골에 가서 농사나 짓자고 하는 현실 도피의 시골이 아니라는 말이다. 시골은 평온 속에 강인함이 있다. 그러니 제발 도시 사람들이 시골을 들랑달랑하며 그 평온함을 깨지 말았으면 하는 바람이다. 나도 가끔은 시골 보다 도시가 좋을 때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