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가 열이 나고 짜증을 부린다.
코로나19 시대를 살아가는 요즘에는 우리 몸에 조금이라도 이상이 생기면 혹시 코로나 감염이 아닐까 걱정할 수 밖에 없다. 사실 이런 걱정은 코로나 확진자가 되면 나로 인한 타인에게 피해 보다 확진자인 나를 바라보는 타인의 시선이 더 불편하고 무서워서 걱정이 앞선다.
워킹맘?
워킹맘의 아이는 아프면 안된다.
독감 등으로 동네 병원에서 차도가 없고 증상이 심해 상급 병원으로 가려해도 마음대로 갈 수 없다. 그래도 코로나19 이전에는 그런 어려움은 없었다. 하지만 요즘은 갈 수 가 없다.
우리 사회는 비혼이나 저출산에 대한 문제를 거론하며 국가적인 정책을 내세워 온갖 대책을 만들고 있다. 하지만 당사자인 청년들은 국가의 획일적인 정책에 대하여 체감하지 못하고 있는 현실이다. 그 이유는 진정 청년들이 무엇을 바라고 있는지 무엇을 필요로 하는지 조차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니 청년들의 마음을 움직이지 못하는 것이다.
요즘 내 주변 워킹맘의 현실을 보면 마음이 편하지 못하다. 워킹맘의 아이는 아플 권리도 없는 것 같아 그저 안타까울 뿐이다.
내 경험에 비추어 상황을 유추해 보면, 퇴근후 늦은 밤까지 아이 체온이 오르락내리락하니 한 숨도 제대로 자지 못했다. 아침 일찍부터 아이가 짜증을 부린다. 평상시 같으면 아이를 어린이집에 보내고 출근하도 퇴근길에 함께 집으로 오면 그만이다.
그런데 아이가 아프면 일상이 뒤죽박죽 되어버린다. 머피의 법칙이 바로 이런 것인가 보다. 하필 사무실에 중요한 일이 있는 날인데 아이의 체온이 해열제를 먹여도 소용이 없다.
출근은 해야 하는데 아이는 열이 떨어질 기미가 없어 보인다. 사무실에 전화를 해서 하루를 쉬어야 하는지 신랑한테 맞기고 출근을 해야 하는지 갈등이다. 어찌해야 할까? 결론은 급하게 처리할 일이 있는 나는 사무실로, 신랑은 휴가를 내고 아이를 데리고 병원으로 가기로 했다. 다행이 심하지 않아 진료를 받고 집으로 와서 쉰다는 연락을 받았지만 사무실에 출근한 워킹맘의 마음은 편치 못하고 일도 손에 잡히지 않는다.
워킹맘의 이런 상황은 허다하다. 이러한 현실을 젊은 세대들이 볼 때 과연 결혼과 출산에 대한 호기심이 있을까?
아이가 성장하며 겪어가는 잔병치레는 일반적으로 낮에는 괜찮아 졌다가 밤이 되면 심해지기를 반복되는 경우가 많이 있다. 하루 종일 사무실에서 일을 하고 집에 오면 쉴 틈도 없이 아이를 돌보다 보면 시간이 늦어질 수 밖에 없다. 이렇듯 워킹맘의 가정은 안정적이지 못하고 늘 부족함과 초조함이 반복되는 삶을 살아가는 것이다. 아파도 엄마의 따뜻한 간호를 받지 못하는 위킹맘의 아이는 안쓰럽고 엄마는 언제나 죄인이 되는 것이다. 혹여 이 와중에 엄마나 아빠까지 아프게 되면 최악의 경우 둘 중 한 사람은 직장을 포기해야 하는 상황에 이르게 되는 것이다. 이런 일이 나에게 있기 까지는 워킹맘들이 왜 직장을 그만둬야 하는지 이해를 하지 못했다 그러나 이제는 이해가 된다.
그러니 청년들은 직장과 결혼으로 인한 양육 부담감 때문에 결혼과 출산을 두려워하는 것은 분명하다. 누구의 탓이 아닌 우리가 그리고 사회가 그렇게 만든 것이다.
이제 비혼으로 인한 인구 감소 현상은 비단 특정 지역의 문제가 아니다. 인구감소에 따른 지방의 소멸위기가 현실화되고 있는 것이다.
오죽했으면 청년과 저출산에 대한 정책이 봇물처럼 터져 나올까?
그런데 그 좋은 정책들은 별로 효과를 보지 못해 인구를 늘지 않고 청년들의 반응은 차갑다 못해 싸늘하다. 또한 이런 정책의 뒷면을 보면 더 이해하기 어렵다. 청년이나 저출산에 대한 정책을 만들고 추진하는 사람들은 결혼을 해야 할 청년들도 있지만 이미 아이를 키워본 경험이 있는 사람들이라는 것이다.
사람은 책으로 배운 지식 보다 경험을 통해 몸으로 학습한 것을 더 오래 기억하기 마련이다. 그래서 경험자들은 내 아이를 키울 때 무엇이 어렵고 무엇을 필요한지 이미 알고 있다. 그런 경험자들이 만든 정책들을 청년들이 체감하지 못하는 이유는 어디에 있는 것일까?
지금까지 정부의 청년 취업이나 결혼, 저출산 정책들이 청년들의 마음을 움직이지 못했다. 그 많은 돈을 들였지만 성과는 미미한 것이다. 이미 투자한 돈은 어쩔 수 없다 해도 어떠한 이유에서 정부 정책을 체감하지 못하는지 그 원인을 정확하게 파악하고 분석해서 새로운 방향을 설정할 필요가 있다. 예를 들면 획일적인 지원 방법이 아닌 세세한 부분까지 체감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정책을 만드는 공무원의 입장이 아닌 수혜자인 청년의 입장에서 신청은 간소하고 지원은 빠르고 혜택은 다양하게 만들어야 한다. 그래야만 청년의 마음을 움직일 수 있을 것이다. 또한 그런 자리를 펼쳐 놓고 결혼과 출산에 대하여 논의하고 장려하는 것이 국가와 책무이며 어른들의 몫이 아닐까?
워킹맘이 바라는 것은 취업이나 출산, 주택 등의 지원도 필요하겠지만 그보다 더 중요한 것은 갑자기 급한 일이 생기더라도 아무 걱정이나 부담 없이 아이를 마음 놓고 맞길 수 있는 그런 시스템과 아이가 아파도 직장 걱정 없이 안정적인 진료를 받을 수 있도록 제도적 장치와 사회적 배려를 필요로 하는 것이다.
우리 사회는 늘 입버릇처럼 말하고 있다. 국가의 미래는 아이와 청년들이 희망이라고!
이제 말이 아닌 행동으로 보여줘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