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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

문득 그리운 얼굴을 보았다.

by 박언서

문득 거울에서 아버지 모습이 보인다.

언제부터인지 모르지만 세수를 할 때 거울을 바라보면 아버지 모습이 보이기 시작했다. 내가 마지막까지 또렷하게 기억하고 있는 아버지의 모습이다. 얼굴도 복장도 똑같다. 이른 아침 반바지 차림에 허름한 메리야스를 걸치시고 왔다 갔다 하시던 모습이나 표정도 그대로 보인다.


지금의 내 모습이 오래전 아버지의 모습이다.

아버지가 걸어오신 길은 나 또한 걷고 있다. 그 세월 동안 그 길을 걷고 있지만 나도 나이가 들어감에 아버지 모습이 점점 더 또렷하게 보이는 것이다.


나도 아버지가 되었지만 거울에서 아버지를 마주하면 아련한 마음이다. 함께 할 수 없다는 현실과 생전에 늘 부족한 아들이었다는 자책감 그리고 지금의 우리 형제들을 볼 수 있었다면 얼마나 행복해 하실까 하는 마음에 더욱더 아련하다.


세월이 흘러 이제 나도 아버지가 걸어온 길을 따라 그렇게 가고 있다는 것을 느낄 수 있다.

비록 거울에서만 만날 수 있는 아버지의 모습이지만 그렇게라도 만나 뵐 수 있어 좋다. 나도 아버지 같은 아버지로 살고 있음을 다시 한 번 확인하였다.

나도 이제 나이가 들어가는 모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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