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박언서 Jun 16. 2023

삽교 장날

장구경

 5월 하순경 새벽 5시는 훤하다.

 삽교 장날은 2일과 7일이다.

 평상시에도 영업을 하는지 모르지만 허름한 식당이 장날이면 항상 이른 새벽부터 희미하게 불이 켜져 있다. 함석지붕 위에 “ 통일식당야식“이라는 간판이 있다.

 그리고 그 새벽 식당 문 앞에는 작은 오토바이 한 대가 세워져 있다. 출입문 틈사이로 희미한 불빛과 대화 소리가 비집고 나온다. 아마 새벽부터 해장을 하는 사람들이 있는 모양이다. 그 시간 부지런한 장사꾼은 좌판을 깔고 천막 칠 준비에 분주하다. 그렇게 어둠이 가시기 시작하면 각자 정해진 구역에 전을 펼친다. 생선, 건어물, 야채, 계란, 과일, 순대, 생닭, 호떡, 순대, 뻥튀기, 모종 등 있을 것은 다 있다.

 하지만 요즘은 한창 바쁜 농번기라서 장꾼도 그리 많이 없다. 농번기 바쁜 철에는 꼭 필요한 볼일이 있으면 잠깐 나왔다가 급히 돌아가서 일을 해야 하는 시기다. 모든 일이 그렇지만 농사는 시기를 놓치면 허사다. 이제 모내기를 마쳤으니 중기 제초제와 가지치기 거름을 줘야 한다. 이 시기에는 여기까지 정리가 돼야 조금 여유가 생긴다. 아무래도 농사꾼이 장에 나와야 순댓집도 막걸리 집도 시끌벅적 북적거리게 되는 것이다. 허름하지만 간이 탁자에 앉아 농부들이 나누는 대화 또한 막걸리만큼 거칠다. 그래도 구수하고 맛은 좋다. 뜨거운 태양에 그을린 얼굴을 보면 농부가 얼마나 고달픈지 말을 하지 않아도 알 수 있다. 그런 농사꾼은 변변치 못한 안주지만 술 한잔 입안 가득 털어 넣고 행복해하는 표정을 어떻게 말이나 글로 다 표현될까? 한 잔 술에 그간의 고단함이나 지친 모습은 온데간데없이 사라져 버린다. 삽교장은 5일마다 돌아온다.

 그런 장날이 농사꾼들에게는 시끌벅적 사람도 만나고 술잔을 나누며 얼큰하게 취할 수 있는 유일한 공휴일인도 모른다. 천근만근 어깨가 무거워도 소박한 한 잔 술로 애환을 달래 가며 어우렁더우렁 살아가는 농부를 보면 푸근함을 느낀다. 그래서 나는 가끔 장날이면 직원과 장을 한 바퀴 돌아보고 순대 한 접시를 시켜 놓고 아주머니와 이런저런 얘기를 나누는 여유를 부려본다. 장날에~~

작가의 이전글 60세 동심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