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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언서 Aug 07. 2024

검게 그을린 얼굴 싫어.

여름 농사

 피할 수 없는 여름이다.

 여름이면 얼굴이 검다 못해 초췌한 모습으로 변해서 나는 정말 싫다. 일주일 중 대부분은 실내에서 일을 하지만 주말이 되면 농사일 때문에 논 밭으로 돌아다니다 보니 어쩔 수 없다. 챙이 큰 모자를 쓰고 긴팔 옷을 입고 자외선 차단크림을 발라도 여름 한 낯 자외선을 완벽하게 피할 수는 없다. 그리고 농사일을 하다 보면 흘러내리는 땀 때문에 자외선 차단크림도 잠시 뿐 하루 종일 효과는 없다. 그러니 도시에 행사나 모임이 있어 참석을 하면 얼굴이 검게 그을려져서 촌놈이라는 것이 금방 표가 난다. 그리고 얼굴부터 팔뚝까지 검게 타 아무리 멋진 옷을 입어도 옷맵시가 나지 않는다.

 검은 얼굴이 건강미라고 하지만,

 그래도 뽀얀 얼굴이 보기에도 좋고 옷을 입어도 맵시가 살아난다. 하지만 농사를 짓는 사람은 얼굴이 검게 타거나 옷맵시를 신경 써가며 일을 한다는 것은 불가능하다. 얼굴이 타는 것 때문에 꽁꽁 싸매면 더워서 견딜 수도 없지만 농사일에는 거추장스럽고 불편하다. 특히 한 여름 장마가 끝나고 나면 더위도 기승을 부리고 논두렁이나 밭은 곡식보다 풀이 더 빨리 자라다 보니 풀과의 전쟁으로 자외선에 노출되는 일이 많아질 수밖에 없다.

 자외선은 날씨와 상관이 없다.

 자외선은 5 ~ 6월경 여름이 시작되기 전이 가장 강한 시기이고, 특히 해가 쨍쨍한 날씨보다 선선하고 구름이 있는 날씨에 자외선이 더욱 많다고 한다. 또한 한 여름에는 자외선도 걱정이지만 폭염이나 열대야 때문에 일이 힘들고 지친다. 농촌에는 할 일이 태산인데 한 낯에는 너무 뜨거워 일을 할 수 없으니 몸도 마음도 지칠 수밖에 없는 계절이 바로 여름이다.

 조금만 움직이면 땀이 흘러내린다.

 농부는 눈앞에 일을 놔두고 마음 편할리 없어 이른 새벽부터 논 밭으로 나가야 그나마 한  낯 더위를 피해서 일을 할 수 있다. 농촌의 한 여름 일거리는 고추를 수확하고 소독을 하고 들깨나 콩밭 그리고 논두렁도 제초작업을 해야 한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작물별로 제초제 개발되어 옛날보다는 수월해졌다고 하지만 폭염에 농작업은 녹녹지 않은 일이 분명하다.

 농부는 피부가 거칠어져 얼굴에 무엇을 바르기도 귀찮다.

 이미 농사가 시작되는 봄부터 검고 거칠어진 피부에 보호 크림을 바른다고 하루아침에 피부가 좋아질 리가 없다. 그리고 날이 밝기가 무섭게 나가서 일을 하는 사람들은 차리고 꾸미는 일은 시간을 허비한다는 생각이다. 평생을 그런 보호 크림 없이도 잘 살아왔고 다만 피부가 검어져 보기에 초췌할 뿐이지 아무 불편함은 없다.

 여름은 한나절 밖에 일을 못한다.

 아무리 경력이 오래된 농부도 30도를 넘나드는 기온에는 일을 하지 못한다. 농부가 일을 하는 곳은 대부분 그늘이 없는 곳이 많다. 햇볕을 가리는 커다란 우산이나 파라솔 같은 것을 설치하지만 움직이며 이동하는 작업에는 불편하다. 그러다 보니 얼굴이 가려지는 모자와 마스크에 의지할 뿐 다른 방도가 없어 어떻게든 방법을 찾아가며 농사를 짓는 것이다.

 농부의 휴일은 비가 오는 날이다.

 비가 오면 대부분의 농사일은 할 수 없다. 그나마 할 수 있는 일이 있다면 시기에 따라 물을 조절해야 하는 논농사에 물고 보는 일이다. 논두렁에 물이 넘치면 물고를 열어 놓고 부족하면 막아야 한다. 물론 하루 종일 하는 일은 아니지만 벼농사에 물고 관리를 잘못하면 수확에도 막대한 영향이 있어 매우 중요한 일이다. 자외선은 눈에 보이지 않기 때문에 맑은 날은 신경이 쓰이지만 흐린 날에는 누구나 방심하게 마련이다. 

 농부의 일상에 한 여름 소나기가 효자다.

 가끔씩 한 줄기 소나기라도 내리면 농부는 비를 피하려 일손을 놓는다. 농사일에 지친 농부가 잠시라도 쉴 수 있도록 하늘이 알아주니 그저 감사할 뿐이다. 오죽했으면 한 여름 소나기는 효자보다 낫다고는 말이 있다. 농부는 쉬는 동안에도 근심이 생겼다. 갑자기 내린 소나기 때문에 하던 일을 중단했으니 쉬는 즐거움도 잠시 뿐 언제 그칠지 조바심이 앞선다. 그렇게 한바탕 소나기가 그치면 높은 습도 때문에 땀이 비 오듯 쏟아져도 아랑곳하지 않고 일에 몰두한다. 이미 일을 시작할 때 나름 하루 분량을 정했기 때문에 자외선도 땀도 신경 쓸 여력이 없다. 

 아내는 목을 가릴 수 있는 모자를 사고 항상 자외선 차단 크림을 바르고 성화를 대지만 무뚝뚝한 농부는 그저 대답 없이 삽자루를 들고 논으로 향한다. 문을 나서는 농부는 고마운 마음에 그저 겨면적은 미소로 화답할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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