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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유자적 2박 3일 제주

제주 여행 모임

by 박언서

유유자적 제주 2박 3일

오랜 친구 같은 형님들과 아우들이 몇 해 전부터 모임을 한다.

지금은 폐교되어 없지만 시골에 있는 초등학교 선 후배지간 모임을 통해 정을 나누어가며 살자는 의미로 모임을 결성했다. 이 모임은 한 집에 형제가 여럿이 있어도 한 명씩 참여하는 것으로 규정을 하였고 남자나 여자 그리고 현재 거주하는 곳을 제한하는 규정 등은 없다.

그래서 나는 초창기부터 참여하지 않았다.

우리 집은 삼 형제인데 동생과 내가 예산에 거주하고 있어 처음에는 동생이 참여하는 것으로 형제끼리 합의했었다. 그런데 동생이 자기는 바쁘다는 핑계로 나한테 참여를 권하여 하는 수 없이 내 절친한 친구와 같이 참여하게 되었다.

몇 해가 지나다 보니 회원 한 사람이 모임 자금으로 여행 제안이 있었다.

그래서 작년 10월 정기 모임에서 회원 간 협의를 통해 장소와 일정과 참여자는 일정 금액을 납부하는 것으로 협의하고, 최종 일정을 12월 모임에서 확정을 했다. 결과는 총 인원 11명 중 1명을 빼고 10명이 참석하기로 정했다. 참여를 못하는 1명을 모임의 가장 막네로 일이 바빠서 부득이 참여를 못한다고 해서 어쩔 수 없었다.

여행의 모든 일정은 나에게 배당이 되어 항공, 숙소, 렌터카를 사전에 예약해려고 검색을 통해 편리하고 저렴한 곳을 찾으려 며칠을 고생한 끝에 하루라도 빨리 예약을 해야 할 것 같아서 서둘러 예약을 했다. 나는 이런 여행 일정은 가족이나 다른 모임 등 제주에 갈 때는 미리미리 동선을 짜고 계획을 세워서 움직이기 때문에 그리 어려운 일은 아니었다.

물론 제주도는 누구나 편리하게 자유여행으로 다니지만,

일정을 짜는데 혹시 동반자 중에 불편한 사람은 없을까? 하는 걱정도 있어 늘 조심스럽기는 하다. 그래서 우선 음식을 가리는 사람이 있는지 둘이 자는 잠자리가 불편한 사람이나 도보가 어려운 사람 등 이것저것 알아야 할 조건이 있다. 다행히 우리 모임에는 너무 심하게 그런 사람은 없었다.

우선 항공권 예약 조회를 해 보니 아침에 출발하는 항공은 내가 생각한 것보다 저렴하지 않았다. 또한 인터넷으로는 한 사람이 10석을 다 예약할 수 없고 9석까지만 가능하여 9석은 일괄로 예약하고 별도로 1석을 예약해야 했다.

이제 잠자리와 렌터카 예약을 해야 한다.

우리 일행의 동선은 공항을 기준으로 조천을 거처 성산, 모슬포 방향으로 해서 공항으로 가는 계획이다. 그래서 1박은 성산포, 2박은 모슬포항 인근으로 잡았다. 인원이 10명이다 보니 선택의 폭이 좁아서 고민이 많았었다. 제주는 2인실이 대부분이고 가족 등 여러 명이 사용할 수 있는 펜션은 가격대가 만만치 않았고 조금 저렴하면 바닷가가 아니라 도심을 벗어난 위치에 있어 하는 수 없이 3~4인 숙박이 가능한 방을 3~4실 예약을 마쳤다. 그래도 렌터카는 통합으로 여러 업체를 비교할 수 있는 곳이 있어서 15인승을 적정한 가격에 예약을 할 수 있었다.

제주도 자유여행의 필수 세 가지 예약을 모두 마쳤다.

우선 예산에서 청주까지 이동하는 차량을 정해야 한다. 10명이다 보니 조금 불편해도 2대로 이동하는 것으로 결정을 하고 모임 회원 차량으로 2대를 선정했다. 나는 그 사이 그간 제주도를 여러 번 다녀본 경험을 토대로 2박 3일 다닐 곳과 먹을 곳을 찾아서 대충 계획서를 짜야했다.

1월 10일 06:50에 모여 드디어 출발해서 청주에 도착 09:10 출발인데 조금 지연되어 09:30경 출발했다.

이른 아침에 출발했으니 제주에 도착해서 제일 먼저 할 일이 바로 점심이다. 그래서 간단하게 먹을 수 있고 특색 있는 점심을 위해 자연과 사람들 밀면으로 정했다. 공항을 출발해서 가까운 장소에 위치한 밀면 전문점이 있어서 밀면과 떡갈비를 주문 했다. 음식을 기다리는 사이 따뜻한 육수를 한 잔씩 주었는데 추운 날씨에 딱 좋은 온육수를 한 사람이 몇 잔씩 먹는 것이다. 우선 점심 메뉴는 성공이다. 다들 좋아하는 것이다. 그렇게 점심을 먹고 성산 방향으로 가는 중간에 에코랜드 가는 도로 갓길에 눈이 수북하게 쌓여 있지만 도로는 깔끔하게 제설작업이 되어 있었다. 에코랜드 입구에서 모여 단체 사진을 찍고 기차에 탑승했다. 하얀 눈이 쌓여 있는 기적소리를 내며 철길을 달리는 기차는 운치가 있었다.

다음에 갈 곳은 선녀와 나무꾼이다.

60년대에 태어나 먹고살기 어려운 시대를 살아온 사람들의 감성을 깨워주는 장소라서 정을 했다. 짧은 시간이지만 추억을 떠올리는 데는 부족하지 않다는 생각이다. 여럿이 모여 각자의 추억을 떠올리며 지난 이야기 꽃을 피울 수 있어 좋고 흥겨운 분위기는 동동주에 파전이 그만이다.

하루 일정을 마무리하고 숙소에 짐을 풀었다.

잠시 쉬었다 저녁 먹을 장소로 이동하려고 한다. 성산포일원에서 맛집으로 소문난 어멍횟집으로 향했다. 내가 가끔 제주에 오면 꼭 들려서 먹고 가는 집이다. 언제 먹어도 깔끔하고 맛있게 먹을 수 있고 다른 사람에게 권할 수 있는 집이라 생각한다. 그날도 함께한 사람들이 모두 맛있게 잘 먹었다는 평이다.

다음날 아침 해장국집으로 향했다.

숙소에서 짐을 다 챙기고 근처에 있는 미풍 해장국집으로 갔다. 이 식당은 우선 주문을 하면 나오는 음식이 있다. 빨간 나박김치다. 시원하고 약간 새콤한 나박김치는 아침에 해장국을 먹기 전에 한 사발 들이켜면 아주 좋다. 난 그 맛이 좋아서 몇 번을 와도 아침에는 이 집을 찾는다. 물론 나박김치를 다 좋아하는 것은 아니지만 대부분 전날 술을 많이 먹을 사람들은 시원하고 새콤함 맛에 상큼함을 느껴서 좋아한다. 여기에 한 가지 더 추가한다면 막걸리다. 흔들지 말고 위 술만 따라서 먹는 해장술은 선지해장국과 먹기에는 금상첨화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여행의 맛은 더 이상 설명이 필요 없을 것이다.

다음에 갈 곳은 표선을 지나 남원 방향 해안도로 바다풍경을 즐기며 갈 예정이다. 여유롭게 바다와 멀리 보이는 해안선을 바라보며 천천히 다닌다. 가다가 도로변 귤을 파는 가게에 들러 잘잘한 귤 한 박스를 사서 차에 놓고 먹어가며 아름다운 경치에 빠져 유유자적 시간을 보낸다.

우리 일행은 정방폭포로 향했다. 주차장은 한산하다. 정방폭포의 물줄기가 시원하게 쏟아지고 있다. 사람들이 폭포를 배경으로 사진을 찍어가며 멋진 포즈를 연출하며 분주하다. 우리 일행도 사진을 찍고 바로 해녀들이 장사하는 회 한 접시를 먹으러 갔다. 역시 가격이나 회는 변함이 없다. 한 접시 주문을 하고 소주 한 병을 시켜 먹으니 그 맛은 이름난 횟집에서 잘 차려진 회는 견줄 수 없는 그런 맛이었다.

점심때가 다가왔다.

오늘 점심 메뉴는 갈치구이와 고등어조림으로 정했다. 새섬 가기 전 항구에 있는 어부촌 식당이다. 서비스로 나오는 갈치와 고구마튀김이 맛있다. 특히 갈치 튀김은 너무 맛있어서 추가로 주문하면 돈을 더 내야 한다. 그리고 막걸리는 매 끼니마다 빠질 수 없다.

다음은 새연교를 건너 새섬을 한 바퀴 돌아 걸으며 풍경도 보고 소화도 시킬 겸해서 정했다. 새연교를 건너려니 겨울 바다 바람이 차가운데 시원하기도 하고 나름의 운치와 상쾌함이 있다. 천천히 돌아가며 소나무숲을 지나면 한 바퀴 다 돌아 다시 새연교로 나오는 코스다.

다음은 산방산이다.

산방굴사는 모두 어려워서 포기하고 가까운 광명사를 둘러보고 내려와 용빵을 하나씩 사서 먹고 송악산으로 향했다. 오후가 되니 기온도 내려가고 피곤해서 송악산은 차에서 내리지 않고 지나가며 구경을 했다. 오늘 일정은 조금 앞당겨서 숙소에 가서 조금 쉬었다 저녁을 먹으러 갈 예정이다. 저녁은 모슬포항에 있는 유명한 부두식당이다. 방어와 고등어회가 유명한 식당이다. 우리는 17:40경에 도착했는데 앞쪽 건물은 벌써 만석이었다. 그래서 뒤쪽 1층으로 자리를 잡고 대방어와 갈치구이를 주문했다. 서비스로 고등어구이가 먼저 나왔는데 순식간에 가시만 남았다. 배가 고팠던 모양이다. 일행은 모두 배부르게 먹고 숙소로 향했다.

다음날 아침은 숙소 1층에 있는 미풍 해장국집이다.

제주도 3대 해장국 중에 미풍도 포함이 되지만 같은 상호라 해도 지역마다 나오는 반찬이 조금씩 다르다. 모슬포 미풍해장국집은 시원한 나박김치가 없고 대신 생계란을 하나씩 준다. 물론 맛은 평준화가 되었다고 표현을 해도 될지 모르겠다. 또한 인근에 해수사우나가 있어 몇 명은 사우나를 다녀오고 08:00경에 1층 해장국집에 모여 아침을 먹어가며 막걸리를 한 잔씩 먹다 보니 대여섯 명이 10병을 넘겨 먹었다. 막걸리도 흔들어서 먹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흔들지 않고 맑게 위 술만 먹는 사람이 있어 한 병을 가지고 한 잔씩 따르면 또 한 병을 시켜야 한다. 그러다 보니 아침부터 막걸리가 한 상이다.


취기가 올라서 더 쉬다 11:00에 숙소를 나와 해안도로로 오다 시내 동문시장으로 갔다. 혹시 선물이라도 살 수 있어서 동문시장에 갔으나 사는 사람은 없어 점심을 먹고 가기로 했다. 동문시장 한편에 있는 식당이다. 메밀칼국수집인데 비좁은 식당이지만 나름의 음식에 대한 자부심으로 운영하는 집이라고 쓰여 있다. 우리 일행은 부추전과 막걸리 그리고 메밀 들깨 칼국수 10인분을 주문했다. 이제 여행의 모든 일정을 마무리하며 막걸리 한 잔씩하고 칼국수를 먹고 렌터카 반납하고 공항으로 향했다.

역시 공항은 번잡하다.

공항에 도착해서 발권하고 면세점에 가서 지인들이 부탁한 담배 한 보루씩 사고 탑승장으로 향했다. 격동의 어려운 시대를 살아오며 처음으로 동네 형님들 모시고 후배를 데리고 여행을 했다. 이런 여행은 처음이라 걱정도 했지만 좋다. 할아버지 아버지 세대부터 알고 지내던 시골 작은 마을에서 오늘을 살아가는 선후배 간의 모임과 여행은 그 의미가 많이 있다. 첫 번째 여행이지만 모두 만족하고 우의를 돈독하게 할 수 있는 계기가 되었을 것이라 생각한다. 혹여 두 번째 여행할 기회가 있을지 모르겠지만 더 여유롭고 더 즐겁고 오래 기억되는 여행을 꾸미고 싶은 마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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