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설(명절다움) 날 넋두리

명절에는 가족과 함께

by 박언서

설 명절을 쓸쓸하게 보냈다.

두 아이들 중 큰 아이는 당직이고 작은 아이는 여행 계획 때문에 마누라랑 둘이 보내야 했다. 세상이 변하고 나이가 들다 보니 명절 분위기도 예전같이 않아 허전하고 쓸쓸함 느끼는 것이다. 더구나 명절 연휴에 폭설로 인하여 외부 활동이 어려워져서 집안에만 있다 보니 더욱 그런 것 같다.

물론 나도 여행 계획이 있었다.

하지만 많은 눈으로 빙판길이 두렵고 귀찮은 생각에 포기하고 말았다. 사실 여행은 명절 연휴 앞이 길어 주말에 출발해서 2박 정도하고 명절 전에 돌아오려고 했었다. 목포를 지나 진도와 77번 땅끝해안도로 완도를 거처 강진까지 갔다 다시 서해안고속도로로 올라올 계획이었는데 폭설로 폭망 해버렸다.

이번 설 명절은 유난스럽게 쓸쓸했다.

형님이 올라올 예정이었으나 갑작스러운 화재로 인해 뒷정리하느라 못 온다는 연락을 받고 동생이랑 모이는 것도 포기했다. 예전 같으면 명절 전부터 3형제가 모여 맛난 음식과 술을 먹었는데 갑자기 못하게 되니 쓸쓸한 마음이 더해진 것 같다. 더구나 제사도 간소화했으니 딱히 할 일도 없고 다른 친구들은 바쁠 것 같아 먼저 연락하기도 그렇고 어정쩡한 연휴를 보내게 되었다.

그래도 주말에는 아이들이 집에 온단다.

명절 당직을 한 아이와 여행 갔던 아이들 내외가 같이 모일 수 있어 다행이다. 인천에서 내려오는 아이 내외가 점심때 도착을 하고 그 시간에 맞춰서 근처에 사는 아이들이 온단다. 마누라는 금요일부터 마트를 다녀가며 이것저것 준비를 했다. 오랜만에 아이들이 오니 밑반찬을 만들어서 보내야 하고 쌀도 잡곡을 섞어서 담아놨다.

우리 아이들은 국수를 좋아한다.

그래서 미리 국수 육수를 만들어 놓고 물도 미리 끓여서 도착하자마자 먹을 수 있게 준비를 했다. 그렇게 시간이 흘러 아이들이 도착을 하고 콩나물을 삶아 무치고 멸치 육수에 국수를 말아서 콩나물국수를 만들어 먹었다. 점심을 콩나물국수로 정한 이유는 아이들이 좋아하기도 하지만 저녁에 외식을 할 예정이라 간편하게 국수로 했다.

콩나물 국수는 간단하고 편하다.

국수 국물은 멸치 육수로 심심하게 간을 하고 콩나물을 고춧가루와 들기름을 듬북 넣고 간간하게 무쳐서 국수에 콩나물을 올려 먹으면 식감도 좋고 깔끔해서 좋다. 그래서 편하기도 하지만 아이들도 좋아해 종종 만들어 먹는다. 또한 국수도 예산시장에서 직접 만든 국수를 삶아서 하기 때문에 더욱 맛이 있다.

저녁은 곱창을 먹을 예정이다.

삽교는 곱창거리가 새로 생겨 유명세를 타고 있는 곳이다. 또한 곱창은 예산 삽교가 원조로 돼지 곱창을 구워서 먹고 찌개로 먹는다. 돼지곱창이지만 잡냄새도 없고 고소하고 식감이 좋아 미식가들이 많이 찾는다. 특히 주말이나 연휴에는 자리가 없을 정도로 사람들이 많아 미리 예약도 받지 않는다.

저녁때까지 시간이 남아 예산시장 구경하고 윷놀이를 했다.

모두 예산시장을 가니 사람들이 엄청나게 많다. 여기저기 줄을 서고 자리를 잡고 음식을 먹는 사람들로 복잡하다. 몇 바퀴를 돌아봐도 가는 곳마다 사람들로 북적거린다. 그렇게 돌아다니다 다방이라는 곳에 들어가니 이곳도 빈자리를 찾기 어려울 정도다. 그렇게 차 한 하는 중에 아이들이 윷놀이를 하자고 한다.

IMG_7213.jpeg

윷은 생나무로 깎아서 만들어야 제멋이다.

다방을 나와 아이들은 먼저 집으로 보내고 나는 마누라와 시골집에 가서 뽕나무 가지를 베어 두 토막을 내고 반으로 갈아 윷을 깎았다. 아이들이 신기하게 반응을 한다. 마트나 문방구에서 파는 윷만 보다 직접 만든 윷을 보니 놀라는 표정이다. 그도 그럴 것이 살아 있는 나무로 바로 만든 윷은 투박하고 무겁고 한 손으로 잡기도 불편하다. 그렇지만 시중에서 파는 윷 하고는 느낌부터 차이가 있다. 그렇게 윷놀이가 시작되어 두세 판 놀다 보니 저녁시간이 되었다.

미리 자리를 잡기 위해 차 한 대 먼저 출발했다.

미리 출발한 덕분에 다행히 8명이 같이 앉을 수 있는 자리가 남아 있었다. 저녁은 가까이 살고 있는 동생 부부도 연락해서 함께 하기로 해 우리 아이들 부부 6명을 포함해 8명이 되었다. 객지에 사는 아이들은 곱창이라는 음식이 생소하기도 하지만 자주 먹을 수 없는 음식이다. 예산에서는 돼지곱창을 하는 음식점이 많이 있지만 다른 지역에서는 대중적인 음식이 아니라 먹고 싶어도 먹을 수 없다.

맛있게 잘 먹어 좋다.

음식을 맛나게 잘 먹는 모습을 볼 때 사는 사람도 기분이 덩달아 좋아진다. 음식은 먹는 방법에 따라 맛이 달라지기 때문에 곱창을 먹는 방법을 알려주니 맛있게 잘 먹는다. 돼지곱창은 특별하지 않지만 생소한 음식인데도 맛있는 표정이 역 역하다. 인천에 사는 며느리는 난생처음 먹어보는 음식이라는데 구이와 찌개를 다 잘 먹는다. 그렇게 동생과 아이들이 함께 소주잔을 나누며 행복한 만찬을 했다.

가족이 함께하니 얼큰하고 기분이 좋다.

엊그제 쓸쓸함은 잊어버리고 즐거운 윷놀이를 다시 시작했다. 동생네는 집으로 가고 우리 가족만 모여 세 팀으로 나누어 윷을 놀다 보니 승부욕이 생겨 모두 열심이다. 아이들은 윷놀이 또한 유치원 때 놀아보고 처음이란다. 말판 놓은데 조금 서툴지만 아이들이 재밌어한다. 윷놀이 몇 판이 끝나고 시간이 늦어 작은 아이 내외는 집으로 가고 큰아이 내외와 다시 와인을 먹어가며 카드 게임을 하는 사이 시간은 자정이 훌쩍 넘어 마무리했다.

시대가 아무리 변화해도 명절에는 역시 가족들이 모여 북적북적하고 떠들썩하게 지내는 것이 명절다움 아닐까? 일상을 살아가는 평범한 어느 가장의 넋두리는 여기까지!

keyword
작가의 이전글2025 을사년 달집 만들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