둘째 아들 내외가 선물을 주었다.

by 박언서

평범한 하루가 지나갔다.

퇴근길에 시골집에 동파 등 문제는 없는지 살펴보고 아파트로 가는 중에 마누라한테 전화가 왔다. 저녁에 둘째 내외가 저녁을 먹자고 하는데 시간이 어떤지 물어본다. 난 별일 없으니 집에 가서 상의하자고 전화를 끊고 나니 다시 전화가 온다. 서울에 사는 손아래 동서다. 명절에도 못 오고 했으니 오랜만에 함께 저녁을 먹자고 한다. 나는 일단 집에 가서 마누라 하고 상의하고 전화를 준다고 했다.

집에 도착해서 어떻게 할까 상의를 했다.

결론은 우리는 아들하고 저녁을 먹고 동서하고는 내일 점심을 먹는 것으로 정했다. 이유 인즉은 동서가 밥을 먹자는데 둘째 내외를 빼놓고 가기도 미안하고, 모두 가면 인원이 너무 많아 식당을 예약하기도 어려울 것 같아 그렇게 정했다. 그래서 동서한테 전화해서 처갓집에 며칠이나 있다 가는지 물어보니 볼일이 있어 내일 올라가야 한단다. 그럼 오늘은 장모님 모시고 맛있게 먹고 우리는 내일 점심을 먹는 것으로 했다.

며칠 전부터 약을 먹어 술을 못 먹는다.

첫째가 있는 병원에서 마누라랑 종합검진을 했는데 나는 위장에 헐리코박터균이 있어 약물 치료가 필요하다는 결과가 나왔다. 그래서 매월 정기적으로 다니는 동네 내과에 가서 검진 결과를 보여주고 간단한 설명과 함께 처방을 받았다. 약 2주 동안 약을 먹고 술과 카페인은 먹지 말아야 한단다. 평소에는 내가 술을 좋아하는 바람에 둘째가 차로 우리 부부를 모시고 갔는데 오늘은 삼겹살을 먹으며 술이라도 한 잔 하라는 마음에 둘째네 내외를 내 차로 태워 식당에 갔다.

삼겹살 맛집이다.

인천에 사는 첫째 내외도 예산에 내려오면 함께 가는 식당이다. 물론 지역이다 보니 친분이 있기도 하지만 삼겹살과 함께 나오는 여러 가지가 다 맛있어서 자주 찾는 식당이다. 특히 덤으로 나오는 돼지껍데기와 청국장 하고 무조림은 그 맛이 일품이다. 그렇게 주문한 고기 4인분을 다 먹고 2인분을 추가로 주문했다. 그런데 주인장이 1인분을 덤으로 주는 것이다. 나는 평소에 술안주로 고기를 먹었는데 고기만 먹으려니 어딘가 허전하고 어색하다. 나만 그런 것이 아니고 주인장도 같은 표정이다.

아들이 계산을 했다.

둘째네는 가까이에 살고 있어 자주 저녁을 먹는다. 그럴 때마다 저녁 값은 내가 냈는데 오늘은 굳이 아이가 계산을 한다는 것이다. 하는 수 없이 후식은 내가 계산을 하기로 마음먹고 자주 가는 카페로 갔다. 그런데 커피가 맛있는 집인데 마누라도 둘째네도 커피가 아닌 과일 주스나 차를 주문하는 것이다.

저녁이라 잠을 못을 잘 까봐 그러나 보다 생각했다.

그렇게 차를 마시며 시간이 얼마 지나 카페를 나왔다. 그런데 평소에는 둘째네 아파트에 내려주고 가는데 오늘은 우리 집을 다녀서 간다고 한다. 날도 추운데 그냥 집에 내려준다고 해도 굳이 우리 집에 갔다 걸어서 집에 간단다. 집에 와서 이런저런 얘기를 나누는데 둘째가 갑자기 엄마 아빠 선물이라며 조그만 상자를 내미는 것이다. 그러면서 아빠가 받으라기에 나는 마누라에게 양보를 했다.

사진이었다.

초음파 사진이다. 5주가량 되었단다. 둘째가 결혼을 한지 몇 해가 지났지만 2세에 관해서는 불편할까 봐 말을 꺼내지 못했다. 그리고 지인들을 만나면 언제 할아버지가 되느냐고 물어보는데 그럴 때마다 설명을 못하고 두리뭉실 넘겼다.

그런데 이게 웬 선물인가?

너무 반가운 소식에 기쁨을 다 표현할 수 없었다. 둘째가 하는 말이 당초 계획보다 앞당겨져서 스스로 걱정도 되고 많은 생각을 했단다. 처음이다 보니 당장 먹는 것부터 몸조심을 해야 하기에 신경 쓰일 일이 많아져 부모님께 언제 어떻게 말씀을 드려야 하는지 조차 부담이 있었단다.

다 컸구나.

한 가정의 가장으로서 생계를 책임져야 한다는 중압감이 있을 수 있다. 하지만 처음에는 누구나 그럴 수 있는 일이다. 부모로서 항상 어리다고 생각했는데 그게 아니다.

둘째는 생각이 많다.

스스로 아직은 자리를 못 잡았다고 생각하고 있어 아이가 태어나게 되면 씀씀이도 커지게 되어 여러 가지로 부담감을 갖고 있는 모양이다. 그렇다고 무조건 부모님한테 의지하는 것도 죄송한 일이라 생각하고 있어 복잡한 심경을 말한다. 나는 마음을 가다듬으며 둘째를 차분하게 진정시키고 말을 이어갔다. 그동안 많은 생각을 했겠지만 이제부터 함께 생각하고 고민하면 못할 일이 없으니 너무 깊이 생각하지 말고 며느리가 몸조리를 잘할 수 있도록 하자며 둘째네를 다독였다.

오늘은 정말 기쁘고 좋은 날이 분명했다.

그리고 내 생애 가장 기쁘고 아름답고 바라는 선물이 아닐 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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