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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제 밥이나 먹자

밥은 삶이며 인생이다.

by 박언서

밥이나 한 번 하자.

가장 편하게 말하고 잘 지켜지지 않는 말이다. 여기서 말하는 밥이나 먹자는 말 자체에 큰 의미 없이 지나가는 말로 쉽게 생각하고 하는 말이다. 또 다른 말로 “언제 시간 되면 술이나 한 잔 하지”라고도 한다. 밥과 술은 우리 일상에서 항상 편하게 먹을 수 있는 음식이다. 그런데 아무리 편한 사이라 해도 밥이나 먹자고 하는 말을 대부분의 사람들이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는다.

밥은 아무 하고나 먹나?

밥을 같이 먹고사는 사람들은 식구라고 한다. 그만큼 밥을 함께 먹는다는 것은 가깝게 지내는 사이라고 볼 수 있다. 그래서 관계가 좋지 않은 사람과 밥이나 술을 같이 먹는 경우는 드물다. 또한 아무리 맛있는 음식도 불편하거나 어색한 자리라면 마음 편하게 먹을 수 없다. 반면 좋은 사람들과 함께하는 자리라면 굳이 진수성찬이 아니어도 맛있에 먹을 수 있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사람은 먹는 것에 민감하다.

맛이 없는 음식을 억지로 먹는 것은 누구나 불편할 수 있다. 따라서 음식은 맛에 따라먹는 양이 달라지고 사람에 따라서 좋아하는 음식과 싫어하는 음식이 다를 수 있다. 또한 음식은 간의 정도에 따라 맛이 달라지기 때문에 싱겁게 먹는 사람과 짜게 먹는 사람에 따라 맛에 대한 평가도 다르다. 그래서 먹는 것에 대해 민감하게 반응하는지도 모른다.

밥은 매일 먹는다.

하지만 밥 한 번 먹자고 하는 말은 단지 밥만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이래저래 만나서 대화도 하고 밥도 먹고 술도 한 잔 나누는 자리를 갖는다는 것은 어떻게 보면 친근감의 표시이기도 하지만 대부분 의미 없이 툭 던지듯 말하는 사람들이 많다. 하긴 그렇게 말한다고 해서 곧이곧대로 믿고 기대하는 사람 또한 없을 것이다.

밥은 일상이고 생활이다.

우리나라의 밥에 대한 문화는 중요하다. 얼마나 먹고살기에 어려웠으면 밥을 드셨느냐는 인사말이 있을 정도다. 기성세대는 하루하루 끼니를 걱정해야 하고 자식들을 굶기지 말아야 한다는 가장의 막중한 책임을 다 하기 위해 앞만 보고 살아왔다. 그래서 입버릇처럼 하는 “언제 밥이나 먹자”는 말은 밥에 대한 애증이나 한이 서려 있어 그러는지 모른다.

그런 밥 문화도 변하고 있다.

세상이 변하여 아침밥을 먹는 사람들이 점차 줄어든다고 한다. 물론 바쁜 일상에 따라 그러기도 하겠지만 건강을 생각해서 밥이 아닌 것으로 대체하는 사람들도 있다. 특히 젊은 세대들은 밥에 대한 인식이 기성세대와 사뭇 다르다. 결과적으로 말하면 밥과 반찬 문화가 빵이나 과일 등으로 변하고 있다는 말이다.

어색한 만남도 밥을 먹으면 가까워진다.

밥이나 술이 이어주는 관계는 금방 가까워질 수 있다. 따라서 먹는 자리에서 소개를 받거나 인사를 나누면 금방 친해질 수도 있고 기억이 오래 지속될 수 있다. 그만큼 밥을 같이 먹는 관계라면 누가 봐도 친분이 있다고 생각하기 마련이다. 반면 친분이 없는 사람과는 밥을 먹는 일이 없다. 그러니 밥이나 술은 친한 사람들하고만 먹는다는 것이다.

아무리 인사치레로 하는 말이라도 상대를 생각해 가며 해야 하지 않을까?

밥은 음식을 떠나 먹고사는 문제의 중심에 있는 삶 그 자체다. 특히 배고픈 시절을 몸소 겪은 사람들에게 밥은 인생이자 부모님을 추억할 수 있는 그리움이다. 우리의 삶에 있어 형제나 친척은 아니어도 주변에서 가깝게 지내는 사람들과 일부러라도 따뜻한 밥 한 끼를 나누는 일은 만들어가며 살아야 하지 않을까 생각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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