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로 잘 살면 그만 아닌가?
나는 서로 잘 살면 그만이라는 생각이다.
큰 아이가 취업을 한 지 7년이 넘었고 결혼을 해서 인천에 거주하고 있다. 아들과 며느리는 당직제로 돌아가는 직업이다 보니 명절이나 국경일에도 당직이 걸리면 집에 내려올 수 없다. 그래서 설이나 추석 그리고 우리 부부의 생일 등 집안 대소사가 있어도 참석을 못하는 것에 대해 어쩔 수 없이 받아들여야 하는 입장이다.
처음에는 마음이 편치 못했다.
하지만 먹고살기 위한 직업이며 직장이고, 내가 어떻게 해결할 수 있는 일이 아니기에 이해할 수밖에 없다. 또한 아들이나 며느리도 직장을 쉬고 집에 오고 싶은 마음일 텐데 오죽할까 생각해 보면 한편으로 안쓰럽기도 하다. 특히 요즘같이 취업이나 결혼, 출생이 심각한 사회적 문제로 부각되는 현실에서 열심히 살고 있는 아이들에게 집안의 대소사 참여를 강요할 수 없는 일이다.
그래서 내가 스스로 거부했다.
명절이나 집안 대소사와 직장 업무 또는 당직 등이 겹치게 되면 집에 오는 일을 후순위로 밀고 직장 일을 우선으로 생각하라고 말했다. 물론 휴가를 내고 참석을 하면 더욱 바랄 것이 없겠지만 아이들의 휴가로 인하여 직장 다른 동료가 불편한 일이 발생한다면 그 또한 부담이 되어 싫다. 그래서 상을 당하거나 중요한 일이 아니라면 정상적으로 순환되는 당직제 근무 리듬을 사소한 일로 틀어지게 만들지 말아야 한다는 생각이다.
다만 가끔은 안부 전화는 꼭 필요하다.
나는 평소에 가족은 서로 열심히 살아가고 있음을 알려줘야 할 의무가 있다는 생각이다. 특히 행복한 일이나 맛있는 음식을 먹고 술 한잔 할 때는 가족이 먼저 생각나고 그 순간 전화를 하는 습관이 필요하다. 왜냐하면 우리가 가족이라는 것을 가끔은 확인함으로 몸은 비록 떨어져 있지만 마음은 함께 있음을 느낄 수 있으니까 말이다.
나는 더 이상 줄 것도 받을 것도 없다.
나는 아이 둘을 키우고 혼인하기 전까지 기쁨과 행복을 차고 넘치게 받고 살았다. 이제 아들 내외도 아이가 태어나게 되면 나처럼 기쁨과 행복을 차고 넘치게 누릴 수 있도록 내 욕심은 버리고자 한다. 그래서 아들에게 “아빠 엄마는 그동안 많이 누렸으니 이제부터 장인 장모님께 잘해야 한다”라고 강조한다. 내가 살아온 경험에 의하면 처가에 잘하는데 싫어할 아내는 없다는 진리는 불변이다.
이제 둘이 잘 사는 것이 효도다.
세상이 너무 험하다 보니 가족 관계가 한순간 무너지고 결혼과 이혼은 흔한 일이 되어 버렸다. 그래서 나는 우리 아이들만큼은 형제간 우애 있게 잘 살아주는 것이 바로 효도라 생각한다. 그러기 위해 오래전에 부모님 두 분이 돌아가시고 형님과 동생 셋이서 협의해 제사 등 집안 대소사를 간소화해 며느리가 시댁에 가야 한다는 부담을 최소화했다.
그래도 우리 부부도 좋다.
괜히 집에 오는 문제로 티격태격하기보다 안 와도 둘이 재미나게 살면 그것으로 만족한다. 앞에서 말한 것처럼 더 이상 줄 것도 없으니 받은 것도 없다는 마음으로 나도 아내와 건강하게 잘 살면 아이들 걱정을 덜어주게 되는 일이니 그뿐이다. 혹시 시간이 되어 집에 내려오면 오랜만에 만나는 친구처럼 반갑게 맞이하고 좋은 안주에 술 한 잔 나누며 살아가는 얘기로 시간 가는 줄 모른다면 그것으로 충분하다.
나는 나대로 너는 너대로 서로가 걱정하는 일이 없으면 그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