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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의 속도

청소를 한다

by 불멍

청소를 한다.

창문을 활짝 열고 쌓인 먼지를 닦아낸다. 사람이 사는 일은 왜 이렇게 매일 많은 먼지를 만들어낼까. 옷에 붙은 먼지들, 몸에서 떨어져 나온 조각들, 그리고 하루하루 소비하며 남기는 수많은 쓰레기들. 버려도 버려도 버릴 것들은 또다시 쌓인다.


욕망은 늘 새로운 물건을 향한다. 꼭 필요하지는 않지만, 정서의 결핍을 잠시 채워주는 작은 물건들. 소유하는 순간 잠깐 기쁘다가, 이내 존재 자체가 무의미해지는 것들. 집 안을 떠돌다 결국 쓰레기봉투 안으로 들어가 버리는, 한때의 작은 기쁨들이다.


모으는 일은 즐겁고, 버리는 일은 늘 아쉽다.


젊은 시절 어디선가 반짝반짝 빛났던 사람들 또한 나이가 들면서 조금씩 자리를 내놓는다. 스스로 쓸모가 줄어든 것 같아 절망하기도 하고, 그럼에도 여전히 건재함과 경험을 드러내 보이려 애쓰기도 한다. 물론 나이가 들수록 오히려 더 깊은 빛을 내는 사람도 있다.


매혹적인 물건, 한눈에 반하게 만드는 것들은 과연 얼마나 오래 매력적으로 남아 있을까. 매력적인 젊음은 그 빛을 언제까지 간직할 수 있을까. 현명하게 나이 든다는 것은 얼마만큼의 내려놓음을 동반하는 일일까.


가끔은 누군가 내 안을 대신 청소해주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든다. 쓸모없는 욕심과 생각들을 말끔히 비워내고, 여유 있고 정돈된 공간만 남겨준다면, 그렇게 비워진 뒤에야 비로소 삶도 제 속도를 찾을 수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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