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판에 대고
이제 메아리마저 없는가.
들녘에 대고 소리친 아랫역 서형은
붙잡아라도 갔건만
산판에 대고 외치는 내 목소리는
어디에 가 부서지고 마는가.
이제
동네에 참나무들은 없다.
눈송이들이 두 발 딛고 앉을 나뭇가지가 없다.
참새들이 쪼아 먹고 살 자벌레가 없다.
다람쥐 노동해 먹고 살 도토리나무는
이제 없다.
낙엽송 묘목이
잣나무 새끼가
그 얼음산에서 지금 자라고 있단다.
“두껍아 두껍아 헌 집 줄게 새집 다오”
낙엽송이
우리들의 새집을 가져다줄지라도
참나무가 단풍나무가
우리들의 새집을 가져다주지 못할지라도
싸릿장문 안 화롯가에서
뽕나무와 떡갈나무가
할머니와 손자와 마주 앉아 살아온
한국 땅의 나무 아니더냐.
해마다 사월이면
시뻘겋게 내려오는 진달래꽃이
무수한 한국 청년의 혼을
깨우지 않았느냐.
뒹구는 낙엽을 밟을 때마다
우리가 지금 몇 월을 사는 줄 알고
사랑할 때를 알고
이별할 때를 알고
시를 배우지 않았더냐.
가난한 반도의 나무들아,
가난한 밥을 먹고
가난한 방귀를 뀌며
가난한 나라를 살아온,
그러나 산아,
이 땅의 굽은 허리를 닮았던
소나무들아!
너희는 무참히 쓰러져 갔어도
네가 그 자리에 버티고 서서
네가 그 자리에서 쓰러지는 패배로 하여
너의 국적이 그 자리임을
천명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