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이 멀어서 서러운 계절에
가을은
누가 뭐래도 쓸쓸한 계절이야
가을 타는 나를
나무라지 마, 말리지도 마
산이 저렇게 빨간 데
나무가 저렇게 아등바등하는데
이런 계절을
그냥 사는 네가 이상한 거지.
마당에 엎드렸던 나뭇잎 한 장마저
싹 쓸어 가는 계절
여름내 품고 기른 열매를
톡 털어 바치고
앙상한 피골로 겨울을 살아야 하는
풀잎의 슬픔
나무의 공허
이런 계절에
힘 한 번 쓸 수 없는 내가
어찌 슬프지 않을 수 있으랴
앞산은 다 신기영의 산이다.
일설에 따르면 신기영은 일제 때 내무부 장관을 지낸 신운의 아들이다.
자그나골 산은 한일철강이 먹었다.
돌고개 산은 인덕학원이 차지했다.
고비골은 크라운 해태가 쓸었다.
엄마는 여러 해 일궜던 화전을 빼앗기고
그 터에 지은 뾰족 별장에서 잔디밭을 맸다.
잔디 뿌리가 하나만 끌려 나와도
"이 아깐 것 이 아깐 것" 했는데
정작 엄마는 죽어서 잔디를 덮지 못했다.
안밤머리는 밤이 많았다.
콩이나 팥과 달리 산밤은 먼저 가 주으면 되는 것이니 빈농에게도 한몫이 되는 효(孝)농이다.
한때 밤 줍기 대회가 유행했었다.
장(場)밤을 뿌려놓고 줍게 하는 현장학습인데
가짜가 가짜를 가르치는 전형이다.
엄마가 매일 출전한 밤 줍기 대회는 다람쥐가 필적이었다.
아무런 노동도 주지 않았는데
이익을 주는 밤나무는
많은 노동을 먹고도 이익을 주지 않는
잔디와는 결이 다른 종이다.
고생은 밤이 했는데
권위는 잔디가 먹었다.
없는 자들은 밤을 가졌고
있는 자들은 잔디를 가졌다.
태양계의 에너지 100 중 99.98%는 태양에 있다.
태양은 제 에너지를 제 새끼들 여덟에 고루 보냈는데
셋째 놈 딱 하나만 밤을 만들었다.
그래서 생명의 별 지구는 효자별이다.
셋째 딸은 선도 안 보고 데려간다고 했다.
아들도 포함이다.
첫 것은 문열이라서 왜소하나 상황을 정면 돌파하는 힘을 갖고 있다.
지개울 장태는 장남이라는 이유로 혼인을 반대한 장인감을 찾아가 따졌다.
“당신은 장남 안 낳고 차남부터 낳았나요”
나는 셋째다.
한국 사람에게 셋은 의미 있는 수다.
삼세번은 절대의 수이면서 구속력이 있는 수다.
7도 기분 좋은 수다.
엄마는 북두칠성을 섬겼다.
나도 엄마에게 포섭돼 물도 일곱 모금씩 먹었다.
88은 중국인이 환장하는 숫자다.
100은 정점이다.
목표치이고
로망이다.
백년대계 백년가약 백만장자 백전노장
압권은 100살이다.
그러나 100 위에 101이 있고
자칫 제로(白)가 되는 위험도 있다.
바람이 불었다.
불면 떨어지는 게 밤인데
시간은 갔고
남은 건 개밥궁이다.
시월은
하늘이 멀어서
서러운 계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