덩그러니 한 숨 내뱉지만
척추 모형은 하얀 등을 보일뿐
책상 위 물건은 조용하고
윙윙거리는 청정기 소음이
적막을 깨운다.
공기조차 부담스러운 공간
내 숨이 다시 내 폐로 돌아오는
자연의 섭리를
머리로 이해하나 가슴은 차갑게 식었다.
그냥 아무렇게 놓여 있는
빨강색 연필
주장도, 뽐냄도 없어
있어도 있는 줄 몰랐지만
유난히 눈에 띄는 지금 이 순간
나는 무엇이 떠올랐을까?
피 말리는 마음의 소리가
목구멍으로 나오다 다시 들어간다.
누구를, 무엇을 원망하나
희망의 단어는 멀어지고
텅 빈 머리에 잡념이 자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