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나푸르나 이야기_남동공단, 마낭, 샹그릴라

이부작의 여행기

by 이부작

[인천 남동공단에서 7년간 일한 룩체 아저씨......]


오전 11시 35분, 이곳은 마낭(manang, 3540미터)의 예띠(yeti) hotel 안 정원이다.

7시경에 피상을 출발하여 2시간 반을 걸어 훈데(hunde, 3280미터)에 도착해서 잠시 쉬고,

다시 1시간 40여 분간을 쉼 없이 걸어왔다. 정원에서 등산화와 등산양말을 벗어놓고 배낭 속의 덜 마른 빨래도 햇빛이 뜨겁게 내리는 곳에 널어놓고 그늘 의자에 앉아서 꺼멀을 기다리고 있었다.

(아마 꺼멀은 12시가 넘어서야 도착할 것이다.)


바람은 살랑살랑 불어오고, 마을 공기는 시원했으며, 주위는 고요해서 참 편하고 행복한 시간이었다. 특히 한국 사람은 나 빼고 아무도 없다는 게 더 좋은 것 같았다. 그늘에 앉아 있으니 또 추워졌다.

히말라야는 항상 이렇다. 햇빛에 있을 때와 그늘에 있을 때의 온도 차가 확연히 달랐다.


그리고 이곳 마낭 지역에서부터는 인사말이 나마스떼에서 따시뗄레(tashidelek)로 바뀌었다.

따시뗄레는 티베트의 인사말인데 여기가 티베트와 가까운 북쪽이고, 티베트 사람들이 많이 살다 보니 자연스럽게 따시뗄레를 사용하는 것 같다.


마낭 마을 입구에는 우리나라의 일주문 같은 게 있었는데 그곳에 적혀진 글귀가 참 인상적이었다.

"My manang, My Shangri-La" 이 문구를 보자 이곳이 정말 이상향의 ‘샹그릴라’ 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오늘도 재미난 일들이 많았다. 한 가지 이야기를 풀어 놓는다.

아침부터 강행군을 한 나는 훈데의 이름 모를 가정집 안뜰 의자에 앉아 등산화 안의 모레들을 털어내고 있었다. 그런데 그때 한 네팔 아저씨가 말 두 마리를 끌고 다가왔다.


"Hi, where are you from?"

"I'm from Korea."

"안녕하세요! 반갑슴니다"

오랫동안 모국어를 사용하지 않아서 한국말 인사에 잠시 당황했지만 이내 반갑게 인사했다.

"안녕하세요? 한국말 하실 줄 아세요?"


그의 한국말은 유창하지는 않았지만 대부분 알아들을 수 있을 정도였다.

그 아저씨는 나를 보고 웃으며 한국말로 자신의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아저씨의 이름은 룩체이고 한국에서 7년간 인천 남동공단의 한 ※수지 공장에서 일하다가 나름 큰돈을 모아 지난 6월에 네팔로 돌아왔다고 한다. 이곳 훈데에는 아버지께서 살고 계시고 50미터만 가면 자신의 동생 집이라고 손가락을 가리켰다. 그리고 아저씨는 지금 카트만두에서 일하고 있는데 잠시 휴가를 얻어 고향에 방문했다고 한다.


또한 아저씨의 아내는 지금 내가 오늘 머물 예정인 마낭의 yeti hotel에서 근무하고 있으며, 자신도 저녁에 예띠 호텔로 돌아가니 숙소에 짐을 풀고 있으면 다시 만나서 한국 이야기를 나누자고 했다.


나는 한국말이 너무 하고 싶어서 당연히 그러겠다고 했다. 몇 달 만에 보는 한국 사람 모습에 아저씨는 나보다 더 신이나 있었다. 아저씨도 나처럼 한국과 한국 사람을 무척이나 그리워하였다.


그러면서 갑자기 자신의 수첩을 꺼내서 한글로 적혀있는 회사의 회장, 사장, 부장 이름을 나에게 보여주며 설명해 주었다. 그리곤 회사 사장님 칭찬을 막 늘어놓았다.


"우리 사장님은 훈장을 5개나 받았어요, 돈도 제때제때 주고 일도 그리 힘들지 않았어요"


넌지시 같이 일하는 한국인 직장 동료들이 아저씨에게 잘해줬는지, 그리고 좋은 사람들이었는지 물어보았다. 아저씨는 바로 너무 좋은 사람들이었다고 답했다. 그런데 한국 사람들이 가끔은 자기에게 한국말로 웃으면서 말하거나 화를 내면서 하는 말이 있었는데 나중에 알고 보니 그 말은 다름 아닌 '개. 새. 끼’였다라고 한다.


이 말을 듣는 순간 한국 사람들의 행동에 대해 좀 씁쓸하기도 했고, 룩체 아저씨에게 괜히 미안해 그 사람들을 대신해 사과하고 싶은 감정이 들었다. 그래도 히말라야 오지인 훈데(오지이지만 이곳에는 안나푸르나 산맥 주위에 좀슴과 더불어 비행장이 있는 큰 마을이었다)에서 한국을 그리워하는 네팔 아저씨를 만나니 마음속 한구석의 외로움이 가시는 듯했다.


아저씨와의 추억을 남기기 위해 사진을 찍고 싶었다. 디카를 집주인 아저씨에게 맡기고 룩체 아저씨에게 다가갔다. 두 마리 말 중 한 마리가 담장 위에 놓여있는 배춧잎 같은 채소를 먹고 있을 때 재빨리 옆으로 가서 말을 사이에 두고 포즈를 취했다.


기꺼이 사진을 찍어주신 집주인 아저씨에게 감사함을 표시하고 싶어 초콜릿과 사탕, 소시지 등을 드렸다. 아저씨는 이것들을 자신의 딸들에게 다시 가져다줬다. 아이들이 너무 부끄러워하면서 조심스럽게 받는 모습을 보니 너무 귀여웠다. 주인아저씨께 양해를 구하고 아이들 사진도 몇 장 담았다. 둘 중 파란색 옷을 입은 언니가 계속 쑥스러운 듯 입을 닫고 눈은 다른 곳을 바라보며 서있었다.


그리고 이번에는 룩체 아저씨에게 사진을 찍어달라고 부탁한 후 집주인 아저씨와 꼬마들과 함께 가족사진을 찍었다. 사진을 보니 내가 꼭 이 집의 큰오빠인 것처럼 잘 어울렸다. 나중에 이 사진을 인화하여 이 아저씨께 드리고 싶었다. 사진을 찍고 나자 꺼멀이 도착했다. 아저씨가 동생 집을 구경시켜 준다고 해서 우리는 50미터 아래로 다시 내려갔다. 동생의 집은 여느 네팔리 집과 비슷하게 소박하였다. 꺼멀과 나는 음료수를 한 잔 한 후 더위를 식히고 아저씨에게 저녁때 보자며 인사를 한 후 마낭으로 발걸음을 향했다.


위쪽으로 올라오며 아까 쉬었던 집을 지나치는데 아저씨와 꼬마들은 보이질 않았다.


'먼 훗날 이곳을 다시 지날 때 이 가족들을 다시 만나 오늘 찍었던 사진들을 선물해 줄 수 있을까?

아마도...... 언젠간 가능하겠지'


그날을 위해 디카가 분실되거나 고장 나지 않도록 더욱 잘 보살펴야겠다.


※ 수지 : 일반적으로 화학에서 "수지(Resin)"는 유기화합물 및 그 유도체로 이루어진 비결정성 고체 또는 반고체를 의미합니다. 수지는 천연수지와 합성수지로 나뉘며, 천연수지는 송진이나 셀룰로오스처럼 자연에서 얻어지는 물질이고, 합성수지는 플라스틱처럼 인공적으로 만들어진 고분자 물질입니다.


여러분,

인천 남동공단에서 7년간 일한 룩체 아저씨 이야기와 훈데와 마낭의 풍경들을 글로나마 잘 보셨는지 모르겠습니다. 오늘은 감기 기운이 있어서 여기서 마무리하겠습니다.


그런데 감기 기운보다도 안나푸르나 사진을 저장하고 있는 장치가 고장이 났고,

여행 당시 사용한 디지털카메라도 어디 있는지 찾을 수가 없는게 더 아쉽네요...

(안나푸르나 여행 사진이 많이 그립습니다.)


그래서 지금은 푹 쉬고 내일은 온 집안을 다 뒤져서 디지털카메라(메모리)를 찾아봐야겠습니다.

모두 즐겁고 행복한 하루 보내세요**


▶월요일 : 행운의 '월'척을 낚는 '월'요일 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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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출처 : 픽사 베이

https://blog.naver.com/smile_2bu/2238615263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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