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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말라야 안나푸르나 트레킹_헤어짐

님의 침묵

by 이부작

시간이 흘러 흘러, 그 시절 그 분들을 다시 만날 수 있을까요?

어떤 친구는 다시 볼수 없습니다.

어떤 분들은 다시 보고 싶습니다.

그 중에서 가장 보고 싶은 건,

눈물방울 한 개 안나푸르나에 뿌리며 활짝 웃는 순수한 한 청춘입니다.


[님의 침묵]

아침이 밝았다. 이제 스님들과 라메쉬 형에게도 작별을 고해야 할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

어떤 이별이 되었든 이별은 쉽지 않고 사람을 힘들게 한다. 오늘 아침이 특히 더 그랬다. 스님들을 마주치면서 밝게 웃었지만 마음 속엔 커다란 구멍이 뚫린 듯했다. 사람들과의 만남 하나하나가 모두 소중하게 느껴졌고 사람들과의 깊은 정이 이리도 빨리 들 수 있을까 싶었다. 아침 식사시간에도 스님들과 라메쉬 형과 별다른 이야기는 하지 않았다.

식사를 마치고 분위기를 바꾸고자 스님들께 부탁을 드렸다.

“그제 저녁 ABC에서 한 약속 잊으시지 않으셨지요?”

“무슨 약속이요?”

“아이 참, 스님들께서 기도하실 때마다 제가 항상 잘 되라는 것과,

꼭 좋은 여자분을 만날 수 있도록 부처님께 빽 좀 써달라는 거요~”

“아, 그럼요 매일 기도할 때마다 **님 좋은 분 만나게 해달라고 하고, 항상 차 조심하고 건강하게 해달라고 할게요!” 식당 안에 따뜻한 웃음이 가득했다.

식사를 끝내고 다시 떠날 채비를 하였다.

이제 정말 헤어질 시간이 된 것이다. 다들 말없이 롯지에서 나와 내리막길이 시작되는 곳까지 갔다.

윤* 스님은 어제와 같이 깡마른 포터의 지게에 올라타 고개를 숙인 채 아래쪽으로 이동하였다.

윤* 스님의 모습이 처량해 보였다. 이제 진짜 스님들과 라메쉬 형에게 이별을 고할 때가 되었다.

윤* 스님께 말씀드렸다.

“스님, 제가 여기까지 오게 된 이유가 몇 년 동안 저에게 안 좋은 일만 생기자 너무 힘들어서 모든 것을 떨쳐버리고, 다시 처음부터 시작하려고 혼자 훌쩍 떠난 거였거든요. 이제 여행을 마치고 돌아갈 날이 얼마 안 남았는데, 이곳 히말라야에서 제 자신의 고민을 대부분 털어낸 것 같네요. 그리고 스님들과 라메쉬 형처럼 정말 좋은 분들을 만나게 되어 너무나 행복했어요”

“조심이 내려가세요, 그리고 건강하시고요, **님을 위해 항상 기도할게요, 인연이 되면 다시 만나겠죠.”

윤* 스님의 말씀과 눈빛에 아쉬움이 많이 묻어났다.

라메쉬 형에게 다가가 작별 인사를 하였다. 라메쉬 형이 나를 보면 말했다.

“**씨는 정말 친동생 같아요, 함께 할 시간이 좀 있으면 카트만두 집에 있는 선물을 **씨에게 드리고 싶은데 참 아쉽네요”

“형, 자주 연락드릴게요, 저도 형이 친형처럼 느껴져요, 앞으로도 친형제처럼 지냈으면 해요, 제가 자주 연락드릴게요"

다른 스님들께도 인사드리고 특히 깡마른 포터에게도 스님을 잘 모셔달라고 간곡히 부탁을 했다.

마지막으로 라메쉬 형과 진하게 포옹한 후 조금 더 있으면 눈물이 날 것 같아서 서둘러 그 자리를 떴다. 갑자기 한용운님의 시 님의 침묵이 생각났다.

‘님은 갔습니다. 아아 사랑하는 나의 님은 갔습니다…… 우리는 만날 때에 떠날 것을 염려하는 것과 같이 떠날 때에 다시 만날 것을 믿습니다……’


햇빛이 보석처럼 반짝이는 아침에 빗방울이 아닌 눈물방울 한 개가 히말라야에 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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