히말라야에서 온 한 통의 메일 그리고
두 번 연속 홀로 다녀온,
이제는 시간이 많이 흘러버린 안나푸르나 트레킹...
히말라야를 다녀오고 내 청춘의 암흑기도 서서히 끝나갔습니다.
안나푸르나의 품에 안겨
가장 아름답게 빛났던 『과거의 나』가 『현재의 나』에게 이 글을 전합니다.
그리고 안나푸르나가 『미래의 나』에게 명령을 합니다.
다시 떠나라고,
풍요의 여신 안나푸르나에 안겨 『마음의 풍요』를 다시 찾으라고...
이 여행기의 주인공은 라메쉬형과 포터 꺼멀과 내가 아닙니다.
트레킹 중에 마주친 네팔 오지의 아이들과 그 순수한 눈빛,
인생의 무게를 짊어진 수많은 포터와 가이드, 수십 개는 족히 넘는 위험천만 출렁다리와 그 다리에서 마주친 염소들, 그 밑 떨어지면 바로 천국 행인 천둥소리 계곡들, 여행자에게 휴식을 제공해 주는 각양각색의 롯지들... 그 모든 걸 품고 있는 『풍요의 여신 안나푸르나』.. 모두가 주인공입니다.
이제 두 번째 여행기 시작합니다. 내 안의 신이 당신 안의 신께 인사드립니다. 나마스떼~♡
[히말라야에서 온 한 통의 메일]
20**년 10월의 마지막 날,
히말라야 트레킹 중에 만났던 이스라엘 나훔 아저씨에게서 한 통의 짧은 메일이 왔습니다.
안나푸르나 두 번째 트레킹을 마치고 나훔 아저씨에게 함께 찍은 사진을 메일로 보내드린 후 이틀 뒤에 받은 답장이었습니다.
(나훔) 20**.10.31
thanks alot for your leter and beautiful photos
i'm planning to get married with "anita" the older of two sisters
in manaslu hotel dahrapani, where we meet
i'm very happy and excited about life,
hope you do good dids with the opertunity of being alive
wish you great happiness
nachum
[20**년 10월 31일]
메일과 아름다운 사진을 보내줘서 너무나 고마워요.
그런데 나는 우리가 만났던 다라파니의 마나슬루 호텔의 두 여성 자매 중 첫째인 ‘아니타’란 분과 결혼할 계획을 하고 있어요
나는 지금 너무 행복하고 인생이 즐겁네요.
당신도 활기차고 잘 지냈으면 해요.
최고의 행복을 기원할게요, 나훔
(나) 20**.10.29
How are you sir? I'm Smiley~(My korean name is ***.)
Do you remember me? We'd met in Aannapuruna manaslu hotel where I ate very delicious food.
Where are you now sir? You may pass the Thorongla..
I envy you because you are enjoying trekking for long period with free ‘simplicity’~
I hope you get this e-mail and I wanna get your feedback.
If you are in the Annapuruna, please be careful..
I wanna go back to Annapuruna~
Have a very very nice day sir!!
ps. I send some pictures. See you in the near future~
[20**년 10월 29일]
안녕하세요? 저는 스마일리입니다.(한국 이름은 ***이고요)
저를 기억하시겠어요? 제가 너무나 맛있게 음식을 먹었던 안나푸르나 마나슬루 호텔에서 만났었는데요, 아저씨는 지금 어디쯤에 계시나요? 아마도 아저씨는 토롱라를 패스하셨겠죠!
저는 아저씨가 부러워요, 왜냐하면 아저씨는 자유로운 ‘단순함’을 가지고 오랜 기간 트레킹을 즐기고 계시잖아요.
이 메일을 받으시면 저에게 답장을 부탁드려요.
만약에 아직도 안나푸르나를 트레킹 중이시라면 항상 조심하세요!
저도 안나푸르나에 다시 가고 싶습니다.
오늘도 정말 좋은 날 되세요 아저씨.
Ps. 사진을 몇 장 보내드려요, 가까운 미래에 다시 만나요.
아저씨의 메일을 읽고 깜짝 놀랐다.
마나슬루 호텔에서 만났던 노년의 이스라엘 국적 나훔 아저씨가 그곳의 자매 중 한 분과 결혼을 한다는 정말 믿기지 않는 내용이었다.
안나푸르나 트레킹 3일 차, 다라파니에서 아저씨와 나는 우연히 만났다.
마나슬루 호텔 마당에 있던 아저씨는 지나가는 나를 보고 씩 웃으며 쉬었다 가라고 했다.
아저씨의 웃음에 나는 무장해제 되어 롯지에 짐을 푼 뒤,
역시 아저씨가 추천해 준 최고의 참치 볶음밥을 먹은 후 잠시 대화를 나누었다.
아저씨도 역시나 토롱라(thorung la, 5416미터)를 목표로 안나푸르나 라운드(annapurna round, 이하 AR)를 트레킹 하고 계셨다. AR은 해발 8091미터 안나푸르나 산 주위를 일주하는 트레킹으로 일반적으로 15일~20일의 기간이 소요된다. 그리고 최고 높이 5416미터의 토롱라(thorung la)를 통과하는 전 세계의 여행자들에게 인기가 많은 트레킹 코스였다.
아저씨는 작은 배낭 안에 옷 2~3벌과 지갑 여권을 빼곤 아무것도 가지고 다니지 않았다.
말 그대로 심플리시티(simplicity, 간단, 검소, 순진)를 실천하며 여행을 하고 계셨다.
그에 비해 나는 혼자만의 여행이었음에도 불구하고 35리터의 배낭에 포터 꺼멀이 메고 있는 배낭까지 포함하면 거의 성인 한 사람이나 되는 짐을 가지고 있었다.
거기에다 핸드폰과 디지털카메라 등을 휴대하고 있었으니 아날로그의 히말라야에 전혀 어울리지 않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데 복잡함을 버리고 단순하고 간단함을 향해 떠난 여행에서
나훔 아저씨는 세상에서 가장 복잡하다는 아내를 얻게 되었으니 이 또한 아이러니였다.
하지만 정말 놀랍고도 축하할 일이 아닌가?
[일상으로의 복귀, 그리고 다시 히말라야로 떠나다]
첫 번째 안나푸르나 ABC(안나푸르나 베이스캠프, 4,130미터) 트레킹을 무사히 마치고 한국으로 돌아왔다. 답답했던 내 마음속 응어리들은 모두 히말라야에 놔두고 다시 태어난 것 같았다.
잃어버렸던 자신감을 되찾고 모든 일에 여유가 생겼다.
여유가 생기니 일 또한 무리 없이 처리가 되었다. 힘든 일이 가끔씩 생길 때마다 히말라야의 추억들을 떠올리며 아픔을 치유했다.
그리고 스님들이 내가 어디에 있건 나를 위해 기도해 줄 거라는 믿음과 확신이 있었기에 천상병 시인의 詩 『행복』의 구절
‘막걸리를 좋아하는데 아내가 다 사주니 무슨 불평이 있겠는가, 더구나 하나님을 굳게 믿으니 이 우주에서 가장 강력한 분이 나의 빽 이시니 무슨 불행이 온단 말인가!’처럼
‘부처님이 나의 뒤를 다 봐주고 있는데 무슨 불행이 있단 말인가!’하는 든든한 마음이었다.
그렇게 해가 바뀌고 회사에선 과장으로 승진도 하고 서울 본사로도 발령이 났다.
아직 여자친구는 생기지 않았지만 대부분의 일들이 잘 풀렸다. 그리고 시간이 흘러 다음 해 6월이 되자 가슴속 밑바닥에서부터 무엇인가가 다시 꿈틀거렸다.
계속 이메일로 연락해 온 라메쉬 형과 꺼멀이 보고 싶었다. 또한 작년에 목표를 세웠던 AR를 하고 싶다는 생각이 강렬히 일었다. 나는 다시 바로 트레킹 준비에 들어갔다. 체력을 비축하기 위해 좋아하던 술도 두 달간 끊어버렸다. 회사에서는 약 먹는다는 핑계를 댔고 친구들에게는 두 달만 기다려 달라고 양해를 구했다.
그리고 드디어 라메쉬 형과 꺼멀을 만날 날을 정하고 다시 네팔행 비행기표를 예약했다.
히말라야 호텔에서 우연히 만난 4분의 비구니 스님들과 라메쉬 형, 그리고 충직한 포터 꺼멀을 만났던 인연으로 나는 다시 네팔행 비행기에 몸을 실었다.
작년 트레킹에서의 행복했던 추억을 곱씹어 보고 다시 새로운 만남과 인연을 만들기 위해 20**년 9월, 15박 16일간의 안나푸르나 라운드를 위해 히말라야로 발걸음을 옮겼다.
다시 혼자만의 새로운 모험이 시작되었다.
ps. 글을 쓰다 보니 네팔로 다시 떠나고 싶어 지네요... 그리운 타멜의 거리, 포카라의 페와호수 그리고 라메쉬 형과 꺼멀... 곧 만나러 가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