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토바이를 타고 네팔 시내를 돌아다니다
일요일 새벽,
홀로 거실에 앉아 녹차를 한잔 하며 글을 쓰는 이 시간이 참 고맙게 느껴집니다.
여러분들,
오늘도 즐거운 일만 가득 넘쳐나세요.
그리고 2월에도 행복 이월하지 마시고 행복하세요**
나마스떼~♡♡
[오토바이를 타고 네팔 시내를 돌아다니다]
카트만두 시내의 모습은 작년과 변한 게 하나도 없는 것 같았다. 덜컹덜컹 택시는 요란하게 흔들렸지만 내 마음은 차분히 가라 않았다.
'네팔에 다시 올 수 있게 되다니 나는 참 행복한 사람이다, 이번에도 좋은 추억 많이 만들어야지'
교통체증 때문에 택시는 큰길이 아닌 샛길을 따라 이동하였고 어느덧 눈에 익은 구 왕궁을 지났다. 네팔은 몇 백 년간 이어온 왕의 통치가 끝나고 과도정부로 정치체계에서 민주공화국이 되었다고 한다. 그래서 네팔 국가 명칭도 Kingdom of Nepal에서 네팔 연방 민주주의 공화국으로 바뀌었다.
드디어 저 앞에 1년 만에 다시 찾은 타멜 거리가 보였다. 타멜은 우리나라의 명동과도 같은 곳으로 세계의 수많은 외국인들이 네팔에 오면 반드시 들리는 곳이었다. 택시는 타멜 입구에서 약 5분간 더 들어갔다. 총 20여 분을 달려서 마침내 택시는 임페리얼 호텔 앞에 나와 꺼멀을 내려주었다.
라메쉬 형은 호텔 앞에 미리 와 있었다. 우리는 다시 한번 반갑게 악수하며 짐을 옮길 준비를 하였다. 그때 라메쉬 형이 택시 운전사와 약간의 실랑이를 벌였다. 라메쉬 형은 웃음을 띠었지만 얼굴에는 택시 기사에 대한 실망감이 묻어 있었다. 분위기를 보니 대충 상황이 파악되었다. 택시 기사가 생각보다 훨씬 비싼 택시비를 요구한 것이었다.
'짐을 옮기느라 정신이 없어서 타기 전에 택시비를 정확하게 안 물어본 게 실수군'
이러다간 끝이 나지 않을 것 같았다. 얼마를 요구하냐고 물어보니 500루피라고 한다. 보통 공항에서 타멜까지 200~300루피인데 500루피(약 7500원 돈) 면 상당히 비싼 가격이었지만 주머니에서 500루피를 꺼내어 서둘러 택시 기사에게 건 냈다. 한국 돈으로 보면 그리 비싼 가격이 아닐지 모르지만 생활 여행자가 된 순간부터는 최대한 짠돌이가 되어야만 했다. 그리고 먼저 다녀간 여행자가 바가지요금에 잘 속지 않아야 내 뒤에 온 한국인 여행자에게도 바가지요금을 씌우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었다. 라메쉬 형은 찡그린 얼굴로 짧게 택시 기사에게 몇 마디를 하였다. 아마도 양심 없게 행동하지 말라는 말과 이러니깐 외국 사람들이 네팔을 다시 방문하기를 꺼려한다는 말이었을 것이다. 네팔에 오면 각오해야 할 것 한 가지가 외국인들에게 과도하게 씌우는 바가지요금이다.
이를 예방하기 위해서는 사전에 교통 및 숙박요금 등을 미리 알고 오는 것이 중요하다. 그리고 네팔어 한두 개를 섞어서 사용하면 네팔에 처음 오는 초짜 여행자로 보이지 않게 되고 네팔 현지인들과도 가까워질 수 있는 방법일 것이다.
호텔에 들어와서 체크인을 하고 짐을 3층으로 옮겼다. 물론 엘리베이터는 없다.
꺼멀이 큰 가방, 내가 작은 가방을 들고 3층으로 올라갔다. 방에는 트윈침대가 있었고 욕실도 생각보단 훨씬 깨끗했다. 나는 짐을 침대 옆에 놓고 다시 한번 차분히 두 사람에게 인사했다.
라메쉬 형은 살이 좀 빠져 보였지만 꺼멀은 1년 사이에 살이 많이 쪘고 아저씨 티가 물씬 풍겼다.
알고 보니 꺼멀은 작년 나와의 트레킹 이후에 한국 사람의 집에서 교대로 경비일(security)을 하고 있다고 한다. 즉 꺼멀은 나를 만난 이후로 거의 1년여 동안은 포터 일은 하지 않은 것이었다.
지금도 그 집에서 일하고 있는데 내가 함께 AR을 부탁하자 자기 대신 다른 사람을 근무하게 해 놓고 이렇게 나타난 것이었다. 물론 내가 별 불만 없이 여행을 하고 팁도 다른 사람들보다 많이 주기도 했지만 10여 일간 주업을 다른 사람에게 맡기기는 쉽지 않았을 것이다. 꺼멀에게 다시 한번 고마운 마음을 느꼈다. 하지만 작년에는 날렵했던 꺼멀이 길을 잘 인도해 줘서 정말 편했는데 꺼멀의 통통한 배를 흘깃 보면서 살포시 걱정도 되었다. 그래도 기본적으로 체력이 되는 친구이니깐 크게 걱정하진 않았다.
"작년에 형이 한국에 들어왔을 때 서로가 바빠서 못 봤던 게 너무나 아쉬워요!" 라메쉬 형에게 말을 했다.
"나도 그랬어요, 함께 들어온 스님들과 공항에서 바로 헤어지고 경상남도 쪽에 잠시 동안 있다가 한국의 여러 곳을 돌아다녔어요…제주도도 가보고 울릉도도 가보고 그랬어요"
제주도와 울릉도까지 가봤다는 형의 말에 내심 놀라고 부러웠다.
"아 진짜요? 울릉도는 저도 아직 못 가봤는데요.. 정말 부러워요. 아 그리고 여기 작년 ABC에서 찍었던 사진 몇 장 인화해 왔어요"
행여 구겨질까 봐 책 속에 넣어두었던 사진들을 꺼내어 라메쉬 형과 꺼멀에게 건 내주었다.
사진이 잘 나와서인지 둘이 너무나 좋아하였다. 스님들과 혹시 연락되는지 궁금했다.
“윤* 스님 하고는 연락 안 되시죠?”
“네, 한국에 함께 들어온 후 스님들과 헤어지고 아직 연락이 안 되고 있어요”
“너무 보고 싶네요 스님들이……”
이제까지 못다 한 이야기보따리를 풀어놓으려는 찰나,
라메쉬 형이 먼저 트레킹 허가증을 받는 것과 새벽에 베시사하르로 떠날 버스표를 예매하고 이야기는 차분하게 나중에 하자고 했다.
안나푸르나 지역을 여행하려면 꼭 카트만두 또는 포카라에서 1) 트레킹 퍼미션을 받아야 한다. 발급 비용은 개인당 3,000루피이고 사진 2장과 여권을 지참하고 토요일과 공휴일을 제외하고 직접 발급 사무실을 방문하면 된다. 에베레스트 및 랑탕 지역은 카트만두 또는 각 지역 체크 포스트에서 발급이 가능하다.(여권 사본, 1,000루피 비용) 그리고 2) TIMS(Trekker's Information Management System) 등록을 해야 했다. 이 카드도 개인이 직접 협회 사무실에 방문하여 카드를 발급받을 수도 있다. 참고로 이 카드를 발급받지 않으면 국립공원 입장이 안 된다고 한다. 여행사를 통해 가이드, 포터를 고용할 경우 파란색 카드이고, 가이드 및 포터 없이 홀로 갈 경우에는 녹색카드를 받는다. 물론 이러한 허가서를 돈만 주면 여행사들이 대행을 해주고 있지만 대행료가 만만하지 않았다.
형은 이러한 것들을 발급받으러 함께 가자고 했던 것이다. 당연히 대행료는 없다.
‘참 고맙구나.. 작년에 3일이라는 짧은 시간에 스치듯 만난 인연인데 진짜 가족처럼 챙겨주네……'
꺼멀은 호텔에 남아 짐을 지키기로 했다. 여권과 복대와 작은 가방을 챙긴 후 등산화 대신 샌들로 갈아 신고 호텔을 다시 나섰다. 내가 택시를 타고 가자고 하자 형은 그럴 필요가 없다고 하면서 자신의 오토바이 뒤에 올라타라고 했다.
'허걱.. 이렇게까지 안 하셔도 되는데......'
내 평생 오토바이는 거의 처음 타보는 것이어서 약간 당황도 됐지만, 무엇보다도 택시비로 쓸데없이 낭비할 필요가 없다며 오토바이에 타라고 하는 형이 너무 고마웠다. 오토바이는 네팔에서 최고의 운송수단이었다. 신호등도 별로 없는 카트만두에서 차들은 제각기 자기가 가고 싶은 데로 가다가 전혀 옆 차를 생각하지도 않고 아무 때나 끼어들었다.
여기에 자전거 릭샤와 통행 자들이 한데 얽히고설키어 여기저기 경적소리와 사람들 악쓰는 소리에 정신이 하나도 없었다. 가히 교통지옥이라 할 수 있겠다. 이런 와중에도 형은 요리조리 곡예운전하듯 잘도 빠져나갔다. 형의 곡예 운전에 나는 자연스레 형의 양 옆구리 옷깃을 꽉 잡을 수밖에 없었다. 10여 분쯤 지나자 트레킹 허가증 발급 장소에 도착하였다. 형은 나의 보디가드라도 된 듯 발급 장소 안을 이리저리 돌아다니면서 허가증 양식을 가져와 내 앞에 놓고 필수적으로 적어야 할 항목을 설명해 주었다. 형이 쓰라는 대로 적어서 제출하고 발급비용 2000루피를 내자마자 바로 트레킹 허가증이 나왔다.
'와, 이렇게 빨리 허가증이 나오다니.. 작년에는 여기 사는 한국 분에게 적지 않은 대행 수수료를 줬었는데 알고 보니 그리 어려운 게 아니었네.. 역시 정보가 힘이군'
형에게 계속 고맙다고 했지만 형은 으레 하회탈 같은 웃음을 보이며 이제는 버스표를 예매하러 가자고 했다. 오토바이는 카트만두 시내 이곳저곳을 헤집고 다녔다. 하지만 베시사하르 가는 버스표는 구할 수 없었다. 그러다 두 곳의 매표소를 거치고 나서야 허름하게 생긴 버스 정류장에서(솔직히 버스정류장이라 하기에는 너무 협소하고 주위는 지저분했다) 인당 400루피씩 800루피를 주고 버스표를 구했다. 드디어 출발 준비는 다 끝난 것이다. 우리는 서둘러 꺼멀이 기다리고 있는 호텔로 돌아왔다.
[To be continued...]
1)안나푸르나 보존구역 퍼밋(Annapurna Conservation Area Permit, ACA)
● 필요서류 : 여권 사본, 증명사진 2장
● 발급비용 : 외국인 기준 3,000NPR
● 발급장소 : 카드만두, 포카라의 ACAP 사무소나 NTP 사무소
2)TIMS(Trekker's Information Management Systems, TIMS) 등록
● 필요서류 : 여권 사본, 증명사진 2장
● 발급비용 : 가이드/포터가 있으면 1,000 NPR
● 발급장소 : 카드만두, 포카라의 ACAP 사무소나 NTP 사무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