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부작의 동시 하나, 동심 하나
송전탑_박덕규
고속버스 타고 가면
차 창밖으로 보이는
산마루의
거만한 철탑들
자연을
망가트린 죄로
포승줄에 묶여
끌려가는 죄인 같아요
♥ 박덕규 시인님 책 '별 먹는 다람쥐' 74page에 수록된 동시입니다.
자연을 망가뜨린 크나큰 송전탑을 죄인으로 의인화하고,
송전선을 '죄인을 묶어 끌고 가는 포승줄'로 묘사한 작가님의 상상력이 돋보입니다.
그리고 시인은 인간의 무분별한 개발로 자연이 파괴되는 현실을 너무나 안타까워하고 있습니다.
전기는 우리에게 꼭 필요한 존재인데 송전탑이 산을 많이 아프게 하니, 참 모순입니다...
송전탑_이부작
송아지 장에 가던 날
전쟁 난 듯 우는 어미
탑차 위 넌 눈만 껌벅
♥ 이 3행의 팔자 詩를 아래와 같이 간략히 설명드립니다.
장날 아침, 송아지가 소우리에서 탑차로 태워져 우시장으로 떠나는 찰나에, 헤어짐을 본능적으로 알게 된 어미소가 음메 음메 슬프게 울고 있습니다. 그런데 탑차 위에 탄 아기소는 앞으로 무슨 일이 벌어지는지도 모르고 눈만 깜박이며 말이 없습니다. 나중에 새 주인을 만난 아기소는 엄마가 얼마나 보고 싶을까요? 생각만 해도 슬프고 외로울 것 같습니다...
그리고 이 두 편의 詩에서 '송전탑들이 포승줄에 묶여 죄인처럼 끌려가는 모습과 송아지가 우시장으로 팔려가는 상황'이 사뭇 비슷함을 알 수 있습니다. 끌려가는 죄수와 팔려가는 송아지, 자연을 파괴하여 구속당한 송전탑과 어미소와 헤어진 아기소...그래서 이 시를 보고 있으면 뭔가 마음이 편하지 않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