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나푸르나 이야기_나의 형 라메쉬 4

이부작의 여행기

by 이부작

[나갈곶의 붉은 태양, 그리고 뜻밖의 선물을 받다]


알람 시계가 없어도 새벽 5시가 좀 넘자 저절로 눈이 떠졌다.

새벽에 두어 번 깨긴 했지만 컨디션은 좋았다. 바로 창문을 열고 밖을 바라보았다. 안개가 사방을 뒤덮고 있었다. 히말라야의 일출을 볼 수 있을 거라 생각했는데 기대가 컸던 만큼 아쉬움도 컸다.

그래도 양치질과 세수를 한 후 나갈곶 정상으로 올라갔다.


그런데 오토바이를 타고 위로 올라갈수록 안개가 조금씩 사라져 가고 정상 주위엔 안개가 거의 없었다. 완벽한 일출은 아니지만 붉은 태양을 볼 수 있을 것 같았다. 오토바이를 세워두고 나갈곶에 오르니 나무와 철골로 만든 10미터 높이의 간이 전망대가 있었고, 주위엔 10여 명의 사람들이 벌써 와서 자리를 잡고 있었다. 주위를 둘러보다가 카트만두가 보이는 쪽을 바라보니 운해 때문에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 그런데 뒤쪽은 천문대 같은 곳이 선명하게 보였고 더 멀리 빼곡한 집들의 윤곽이 희미하게 보였다.


해가 뜨기 전 주위를 돌며 형과 나의 사진을 찍었다. 그러다 간이 전망대에 올라가 있는 사람들이 부러워 위험해 보이는 수직사다리를 잡고 씩씩하게 올라갔다. 그런데 사다리도 약하고 지지대도 엉성해서 사다리가 흔들렸고 강풍이 불면 날아갈 것 같았다. 더 재미있는 건 올라간 뒤 전망대 바닥을 보니 널빤지 몇 개가 없어서 조심하지 않으면 바로 아래로 떨어질 수도 있었다. 이처럼 위험한 상황이라 올라가자마자 1분도 서있질 못하고 서둘러 내려왔다.


드디어 카트만두 하늘 위쪽이 붉은빛으로 물들기 시작하였다. 그리고 붉은 태양이 이름 모를 히말라야 산 뒤쪽에서 제 모습을 보여주기 시작하였다. 우아, 우아 감탄하며 붉은 태양과 구름과 히말라야를 감상하였다. 그렇게 잠시 동안 아무 말 없이 별과 태양의 교대식을 지켜본 후 우리는 나갈곶을 내려왔다. 운해 밑에 있는 사람들은 구름에 가려 당연히 일출을 못 봤을 것이다. 날씨가 흐려서 나갈곶에 가지 않고 중간에 내려왔더라면 이 감동을 느끼지 못했을 것이다. 난 정말 행운아이다.


오토바이는 꼬불꼬불한 길을 따라 다시 내려갔다. 시야도 밝고 내리막길이니 형은 더욱 속도를 냈다. 속도가 높아질 수록 오토바이를 잡은 손은 더욱 힘이 들어갔다. 그런데 저 앞쪽에서 오토바이 한 대가 엎어져 있었다. 그리고 그 옆에 두 청년들이 옷을 털며 일어나고 있었다. 큰 이상은 없어 보였지만 한 친구는 피까지 흘리고 있었다. 형이 그 친구들에게 괜찮으냐고 물어보고 조심하라고 말하며 더욱 속도를 냈다.


저 친구들의 모습이 내 모습인 것 같아서 머리털이 쭈뼛쭈뼛 섰다. 다행히 아무 사고 없이 평지로 내려왔는데 갑자기 형이 누군가에게 전화를 했다. 전화 통화를 마치고 짐이 있는 타멜로 가기 전에 형이 살고 있는 동네에 잠시 들리자고 했다. 아직 아침 7시도 안된 시간이라 비행기 타기 전까지 시간은 충분했다. 비가 조금씩 내렸지만 길가의 먼지를 없애주어 오히려 상쾌하였다.


동네에 다 도착했는지 형은 오토바이를 큰 나무 옆에 세웠다. 그리고 오토바이에서 내려 어느 집 앞으로 다가갔다. 그런데 문 앞에 주황색 네팔 전통 옷을 입은 형의 여자친구분이 보였다. 반갑게 인사를 했는데 누나의 손엔 비닐봉지가 들려있었다. 형이 비닐봉지를 받아 들더니 거리낌 없이 나에게 주었다. 무게가 꽤 나갔다. 안에는 플라스틱 물통에 내용물이 꽉 차있었는데, 적어도 1.5리터 이상이 되어 보였다. 안에 있는 내용물이 궁금했다.


"뭐예요 형?"

"어, 와일드 허니라고 있잖아, 이게 바로 석청이야. 빠랑게(석청 사냥꾼)가 직접 따는 것을 보고 그 자리에서 바로 사 온 거야. 선물이야!"

어안이 벙벙했다. 형과 있으면 계속 놀라움의 연속인 것 같았다.

"아니, 이 귀한 걸 저에게 주신다고요?"

“그래”


더 이상 말이 안 나왔다. 형이 새벽에 전화한 사람은 바로 누나였고 누나에게 형의 집에 가서 석청을 가져다 달라고 부탁했던 것이었다. 뜻밖의 선물에 너무나 당황해서 못 받겠다고 손사래를 쳤으나 형의 의지가 너무나 강했다.


"이거 아까워서 누구 주지도 않고 거의 손대지 않았던 거야. 너니깐 이렇게 주는 거야."

더 이상 거부를 할 수 없었다. 가격을 떠나서 형의 마음 씀씀이가 너무나 고마웠고 나를 진정 친동생처럼 여기고 있음을 느낄 수 있었다.

"고마워요 형, 비싸고 귀한 석청 정말 고맙게 잘 받을게요. 대신 저도 한국 돌아가면 형에게 꼭 보답할게요......"

"괜찮아, 이제 가자"


형은 항상 괜찮다고 말하지만 내 마음은 항상 미안하고 또 미안했다.

석청을 조심스레 들고 누나에게 너무나 고맙다며 내년에 꼭 다시 보자고 인사드렸다.

누나도 나를 향해 활짝 웃어주었다.


"나마스떼. 항상 건강하세요 누나"

이제 최소 1년 뒤에나 누나를 볼 수 있을 것이다. 석청의 무게가 묵직했다.

이 석청의 무게보다 100배나 더한 고마움과 미안함이 온 마음속을 꽉 채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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