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부작의 하이쿠
여러분,
매주 목요일은 마쓰오 바쇼의 '하이쿠'를 감상해 보려고 합니다. 하이쿠(俳句)를 다시 설명드리면 기본 구조는 3행이며, 5음절-7음절-5음절의 총 17음절이고 원래 하이카이 렌가의 홋쿠(発句)에서 유래했다고 합니다. 즉 하이쿠는 일본의 전통적인 정형詩로, 총 17음절로 구성된 세상에서 가장 짧은 시라고 보시면 됩니다.
그러면 이제 '바쇼 하이쿠 선집'에 실린 시 한 편과 류시화 님의 시 해석 그리고 연이어 이부작이 지은 2개의 하이쿠를 감상해 보겠습니다. 먼저 마쓰오 바쇼의 하이쿠입니다.
마른 가지에
까마귀 앉아 있다
가을 저물녘
枯枝に(카레에다니 )
烏のとまりけり(카라스노 토마리케리)
秋の暮(아키노 쿠레)
순간의 관찰 속에 발견한 마른 나뭇가지와 까마귀가 서로 도우며 정적 속에 깊어져 가는 가을 저녁의 심상을 명확하게 해 준다. 단순한 묘사이지만 묘사로 그치지 않고, 시간 속에 있으나 시간을 뛰어넘는 순간이 담겨 있다. 언어의 간결함과 경제성은 독자로 하여금 자신의 심상 속으로 들어가 새와 밤의 어둠과 헐벗은 가을, 심지어 까마귀가 내려앉을 때의 나뭇가지가 움직이는 것까지 상상하게 만든다. 이 시의 나머지 부분을 완성시키는 것은 독자 자신이다. 바쇼는 제자들에게 주는 충고에서 "다 말해 버리면 시에 무슨 의미가 있는가?"라고 반문했다. 다 말해 주는 시는 시가 가진 고유의 기능을 파괴한다. 따라서 누군가 설명해 주는 시 역시 시의 의미를 상실한다. 바쇼 하이쿠에 해설을 달면서 나는 그 점을 조심했다. 독자의 하이쿠 감상을 방해하지 않도록 이해를 돕는 선에서 최소한의 배경 설명에 머물려고 노력했으며, 나 자신의 견해를 달기보다는 정평이 난 여러 평자들의 해설을 요약해 소개하는 데 중점을 두었다.(바쇼 하이쿠 선집 405p, 류시화 해석)
이제 이부작의 하이쿠 2편을 바로 감상하겠습니다. 시를 읽기 전에 이부작은 하이쿠 초초보이고 읽고 배울게 아직 너무나 많습니다. 그래서 두 편을 읽으실 때 졸작이지만 마음을 열고 감상해 주시면 고맙겠습니다~
모두 행복 가득한 목요일 되세요^^
새벽녘 등대
나뭇 가지에 걸린
빠알간 홍시(紅詩)
夜明け灯台 枝にひっかかる 赤い柿
‘새벽녘 등대’는 산 너머로 막 떠오르는 태양을 말하고 등대는 어둠 속 길을 밝혀주는 존재이듯 그 빛이 추위에 떨고 있는 나를 향해 다가오며 고요한 새벽을 깨우고 있습니다. ‘나뭇 가지에 걸린 빠알간 홍시’는 산 위로 떠오르는 태양이 마치 나뭇가지에 걸려 있는 듯한 착시를 표현했고 이 하이쿠는 이부작의 '가을, 바람 그리고 홍시(紅詩)'를 줄여서 만든 또 다른 시입니다.(이부작의 설명)
하이쿠 짓다
별꽃이 반짝이네
아이쿠 새벽
俳句を作る 星の花が輝く あらまあ夜明け
잠들기 전, 이부작은 하이쿠를 지어 보려고 상상의 시방에서 날개짓을 합니다. 그런데 오늘은 시의 퍼즐을 푸느라 유난히 잠이 오질 않습니다. 그러다 거실 창을 통해 밤하늘을 바라보니 별들이 반짝이는 모습이 마치 한 다발 꽃송이 같습니다. 한참 동안 별꽃을 감상하다 이제 잠자리에 들려는 순간, 시간을 보니 '아이쿠' 벌써 새벽입니다. 아이쿠는 한국어 감탄사이고 하이쿠와 발음이 유사해서 밤을 지새운 나의 놀라움과 허탈함을 언어유희로 풀어내 보았습니다.(이부작의 설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