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하철에서 생긴 일

이부작의 N 행시

by 이부작

지하철에서 생긴 일_이부작


하철 졸다가 번쩍

필 앞사람 부딪혀

퍼덕 핸드폰 선로

떨어져 회수 불가

로 얼굴 멀뚱 멀뚱


각지도 못한 사태

장감 도는 두 사람

단 사과 먼저 한다


수지만 나의 잘못

가 나도 참아야지

튿날에 연락 와서

민 섞인 목소리로

구하네 파손 보상


잘못을 따지자면

를 입힌 나의 책임

국 진심 사과하니

전 멋진 문자 와서

(요)금 청구 안 한다네

됨이가 바른 이웃



“승강장과 열차 사이가 넓습니다. 발 빠짐에 주의하시기 바랍니다”


지난주 퇴근길 지하철 2호선 삼성역에서,

술이 과해 졸다가 급하게 내리면서 핸드폰을 보고 있는 앞사람과 부딪혔습니다. 저는 하차, 앞사람은 승차, 그런데 그의 핸드폰도 승강장 열차 사이로 하차를 했습니다. 핸드폰이나 소지품이 승강장 사이에 떨어지지 않도록 조심하라는 홍보 영상을 본 적이 있지만 실제 경험은 태어나서 처음이었습니다.


둘 다 '아이쿠' 소리를 내고선 서로의 눈을 멀뚱 멀뚱 바라만 봤죠,

그러다 상대방이 제가 쳤으니 책임지라는 눈빛으로 말을 걸었습니다. 그래서 문제 해결을 위해 바로 옆 비상 호출 전화기로 가서 지하철 상황실에 먼저 신고를 하게 했습니다. 그런데 역시나 들려온 대답은 핸드폰을 당장 찾을 수 없고 떨어뜨린 위치를 정확히 알려주면 지하철 운행이 끝나고 수거해서 다음날 돌려준다는 대답을 들었습니다.


그 사람은 상황실에 짜증이 난 목소리로 '알겠다'라고 하면서 저에게 '이제 어떻게 할 것'이냐고 물었습니다. 저는 '고의로 그런 게 아니나 미안하다' 하면서 핸드폰 기종을 물어봤고 삼성 최신 기종인 플립 7이라는 말을 들었습니다. 다행히 케이스가 있다고 했지만 떨어진 속도와 높이를 추정컨대 최소 액정 수리 이상이 필요할 것으로 판단되었습니다.


상대방은 그러면서 저의 전화번호를 알려달라고 하며 다음날 핸드폰 상태를 보고 비용을 청구하겠다고 했습니다. 저는 술에 취한 상태에서 빨리 퇴근해야 하는데 이 일 때문에 계속 잡혀 있어서 솔직히 짜증이 났습니다. 그리고 핸드폰 번호를 알려주는데 완전 죄인이 된 느낌이었습니다.


그러다 핸드폰 뒷자리를 불러줄 때 '내면의 나쁜 친구'가 마지막 끝자리를 바꿔서 알려주자고 했습니다. 그러나 항상 그러하듯 '양심' 대로 정확히 알려주고 퇴근을 했습니다. 퇴근 시간은 평소보다 20분이 더 길어졌습니다. 그런데 퇴근하면서도 여러 생각이 들었습니다.


'핸드폰에 교통카드 기능도 함께 쓰고 있으면 어떡하지, 돈 1만 원이 도 주고 올걸'

'오늘 정말 재수 없네'

'비용이 많이 나오면 어떡하지?, 핸드폰 번호 괜히 알려줬나'


그리고 그다음 날 아침 8시 42분에 낯선 번호로 전화가 왔습니다.

전화를 받아보니 어제 그 남자분이었습니다. 그분은 여전히 짜증 나는 목소리로 말을 했습니다.

"핸드폰을 찾았으나 케이스는 못쓰게 망가졌고 액정도 수리를 해야 합니다"


솔직히 저도 기분은 좋지 않았습니다. 그래도 어쩌겠습니까? 서로 부딪히긴 했지만 저의 잘못이 맞는걸요... 그래서 수리를 맡겨시고 비용이 나오면 알려달라고 했습니다. 그분은 알겠다고 하면서 수리하고 다시 전화하겠다고 했습니다. 통화를 끝내려고 할 때 제가 마지막 말을 전했습니다.


"어제는 본의 아니게 불편을 드리게 해서 정말 미안했습니다."


이렇게 통화는 끝났고 그다음 날(10월 31일) 오후 1시 18분에 긴 문자가 한 통 왔습니다.

'안녕하세요. 삼성역에서의 접촉으로 휴대폰이 파손된 사람입니다. A/S센터 방문 후 상황을 공유드립니다. 케이스가 완전히 파손되어 사용이 불가능하고, 액정 일부에도 손상이 발생하여 수리 비용이 발생했습니다. 처음에는 일부러 그런 것이 아니라는 말씀을 들었을 때 변명처럼 느껴져 비용 전액을 청구할 생각이었으나, 이후 통화 과정에서 사과의 뜻이 전해져 이번 수리비는 제가 부담하겠습니다. 참고 부탁드리며, 좋은 하루 보내시기 바랍니다.'


문자를 늦게 확인하고 나서 너무 미안해 아래와 같이 답장을 하였습니다.

'앗, 문자를 이제 봤습니다. 그런데 제가 너무 죄송하네요, 비용 말씀해 주시면 부담을 하겠습니다. 다시 한번 불편을 드리게 해서 미안합니다. 계좌 알려주시면 고맙겠습니다. 행복한 금요일 오후 되세요.'


그분에게서 괜찮다고 다시 답장이 왔는데 마음에 가는 말도 해주셨습니다.

'괜찮습니다. 다음에 다른 분 한 번 봐주세요. 좋은 하루 되세요. 감사합니다'

'아, 알겠습니다. 저도 이번에 많이 배웠습니다. 좋은 하루 되시고요, 진심으로 고맙습니다'


그런데 문자를 받고 보니 그분에게 너무 미안했습니다. 그러다 작은 선물이라도 드려야겠다는 생각이 들어 좋은 하루 되시라고 케익 하나 보내드렸고 그분도 아래처럼 답변을 주셨습니다.

'아이구 안주셔도 되는데, 감사합니다. 자꾸 신경쓰시는 것 같아 잘 받겠습니다. 고맙습니다'


이렇게 '지하철에서 생긴 일' '해피 엔딩'으로 막을 내렸습니다.

짧게 N 행시만 쓰려고 했는데 글이 길어졌네요. 이제 마무리하겠습니다. 이번 경험을 계기로 다시 한번 '머리가 아닌 마음(진심)으로 행동하라'는 의미를 깨닫게 되었습니다.


금요일 새벽 '해피 엔딩'의 글을 쓰면서 우리 모두 오늘 하루 '해피 스타트' 하면 좋겠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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