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로그 1주년] 안나푸르나 이야기_나의 형 라메쉬 6

이부작의 여행기

by 이부작

오늘 11월 10일은 블로그에 글은 쓴 지 1주년이 되는 날입니다.

작년 11월 10일에 블로그에 딸이 지은 '봄꽃'이라는 첫 시를 올리고 지금까지 매일 하루도 빠지지 않고 총 428개의 글과 詩를 남겼습니다. 그리고 1년이라는 시간이 쏜살같이 지나가면서 약 3,570여 명의 이웃분들이 총 26,640여 회 이상 이부작의 블로그에 방문해 주셨습니다. 저의 글과 시를 좋아해 주시고 관심을 가져주셔서 진심으로 감사의 마음을 전합니다.


이부작은 원래 25년 12월 31일까지만 글과 시를 쓰려고 했습니다. 그런데 이제는 글쓰기가 생활의 일부가 되어 하루라도 글을 올리지 않으면 숨을 쉬지 않는 것처럼 도저히 상상할 수 없을 정도입니다. 그래서 언제가 끝이 될지 모르겠지만 글詩를 하루에 1편씩은 계속 올려보려고 합니다.

쉽지 않은 길이지만 한발 한발 이어가 보겠으니 응원해 주시면 너무나 감사하겠습니다.

가을이 깊어가고 있습니다. 푸른 하늘처럼 넉넉하고 풍요로운 11월의 어느 멋진 날 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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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부신 타멜의 아침거리]


오토바이는 다시 타멜로 향했다. 출근길은 시끌벅적 했지만 타멜의 아침은 아직 깨어나기 전이었다. 게스트 하우스에서 돌아와 배낭을 정리한 후 9시가 다 되어 아침을 먹기 위해 타멜로 나왔다.

어찌 보면 이 아침이 올해 형과 함께하는 마지막 아침식사일 것이다. 타멜의 낮거리는 수많은 사람들로 정신이 없는 곳인데 아침에는 고요하고 먼지도 없어서 마치 사람이 살지 않는 큰 사원 같았다. 얼마쯤 가다가 형이 물었다.


"뭘 먹을까?"

"아무거나 다 좋아요, 배부른 걸로 드시죠."

형이 잠시 고민했다.

"그래 그럼 간단히 서양식으로 먹을까?"

"예, 다 좋죠."


우리는 타멜의 복잡한 골목길을 지나서 2층 레스토랑으로 올라갔다. 식당 안에는 네팔의 흥겹고 독특한 음악이 흐르고 있었다. 네팔 음악이라면 오직 작년 ABC 트레킹 때 들었던 "레썸삐리리"밖에 몰랐는데, 전혀 다른 스타일의 음악을 들으니 저절로 흥이 났다. ‘레썸삐리리'는 한국의 ‘아리랑’처럼 네팔 사람이라면 누구나 알고 있는 노래로 가사의 내용은 대략 이런 뜻이었다.


‘산에서 불어오는 시원한 바람/ 그 산바람을 타고/ 그 산바람처럼, 산을 넘어가고 싶다네/ 산에서 불어오는 시원한 바람……(레썸삐리리, 레썸삐리리, 우데러자웅끼, 다다마반장, 레썸삐리리……)’


네팔어를 몰라도 그저 ‘레썸삐리리’만 계속 흥얼거리면 저절로 흥이 나고 신이 나는 노래였다.

음악을 잠시 감상하고 스테이크와 토스트 심플 스타일을 주문하였다. 형은 고기를 좋아하지 않아서 스테이크를 뺀 토스트만 주문하였다. 조금 뒤에 음식이 나왔다. 원형 철판에 지글지글 익혀서 나온 스테이크에 빵 4조각, 그리고 반쯤 익힌 계란 2개에 포인트로 중간에 토마토가 앙증맞게 얹혀 있었다.(시각)


보기에도 맛있게 보였는데 나이프로 부드럽게 잘리는 고기를(촉각) 한 입 먹어보니 더 이상 말이 안 나왔다(미각). 아침부터 많은 곳을 돌아다녀서인지 배가 많이 고팠는데 이 한 끼로 너무나 행복감을 느꼈다. 어제부터 먹는 음식마다, 가는 곳마다, 보는 풍경마다 모두 다 최고였다. 철판 위의 음식을 하나도 남기지 않고 식사를 마친 후 후식으로 진한 블랙커피를 시켰다.


스피커에서는 계속 네팔 음악이 흘러나오고 있었다. 식사 후 들이키는 진한 블랙커피의 독특함이 코 주위에서 머물렀고(후각). 독특한 네팔 음악에 귀가 즐거웠다(청각). 이렇게 손님이 아무도 없는 2층의 한적한 식당에서 즐기는 아침 식사가 나의 오감을 극대화 시켰다.


식당 2층 창문 옆에는 네팔 국기가 걸려있었다. 형이 네팔 국기가 왜 삼각형이 위아래로 겹쳐서 배열되었는지 아느냐고 물어보았다. 전혀 감을 찾을 수 없었다. 형이 네팔 국기의 독특함을 설명해 해주었다. 그것은 바로 전 세계 국가 중에서 국기가 사각형이 아닌 유일한 국가는 네팔밖에 없다는 것이었다.


곰곰이 생각해 보니 진짜로 사각형이 아닌 국기는 없었던 것 같았다. 그리고 삼각형이 두 개인 네팔 국기의 상징을 물어보니 파란색 테두리는 평화, 안쪽의 붉은색은 네팔을 상징하고 해와 달의 상징물은 해와 달이 존재하는 한 네팔도 영원히 존재한다는 의미라고 한다.


갑자기 어떤 글귀가 생각났다. "NEPAL, Never End Peace And Love" 트레킹을 하다 보면 이런 문구를 많이 볼 수 있는데 네팔 국기의 의미와 딱 맞는 것 같았다. '네팔 결코 끝나지 않는 평화와 사랑이 머무는 땅'이라는 이름이 정말 멋지지 않은가?


우리는 느긋하게 블랙커피를 마시며 네팔에 관한 다른 이야기를 하였다. 그러다 2층 창밖으로 타멜의 거리를 봤는데 한 사람이 리어카에서 생과일주스를 사 먹고 있었다.

“진짜 신선하고 맛있겠다.” 라는 내 말에 형은,

"그럼 우리도 생과일주스를 마시러 가자" 라고 했다.


자리에 일어나서 아침 식사값을 계산하려고 하자 이번에도 형이 말렸다. 그러면서 나갈곶에서 숙박비를 내가 계산해서 아침은 형이 사주고 싶다며 먼저 계산해 버렸다. 값이 저렴해서 그나마 미안함이 덜했다. 이렇게 푸짐하고 맛있게 먹고도 1인당 180루피 정도밖에 안 하는 것 같았다. 웨이터 팁까지 포함해서 한국 돈으로 일 인당 약 3000원 정도밖에 안 하니 이 얼마나 싼 가격인가! 나중에 다시 타멜에 온다면 반드시 이곳 식당에 들러서 다시 스테이크를 꼭 먹어야겠다.


식당을 나와서 생과일주스를 먹으러 갔다. 난 당연히 식당 앞 리어카에서 팔고 있는 주스를 먹는 줄 알았는데 우리는 다시 타멜의 미로 같은 골목길로 들어섰다.

"형, 그런데요, 생과일주스 먹기 전에 파슈미나 숄을 몇 개 샀으면 하는데요"

"그래, 그러면 내 친구 동생이 하는 곳으로 가보자"


형이 친구에게 미리 전화해 본 후 우리는 숄 가게로 향했다. 퍄슈미나 숄은 네팔의 특산품으로 히말라야에 사는 염소 털로 실을 짜서 숄을 만드는데 전 세계적으로도 유명한 만큼 가짜도 많다고 한다. 형 친구 동생 집에 도착해서 편하게 파슈미나를 구경하였다. 사방이 파슈미나 숄로 가득했다.


100% 파슈미나로 된 제품은 너무 비싸서 부담되었다. 그래서 50%의 염소 털이 포함된 저렴하면서도 질 좋은 퍄슈미나 숄 3개를 선택했다. 파슈미나를 고르고 나서 형이 웃으며 가게 주인에게 천연덕스럽게 농담을 걸었다. 형이 했던 네팔 말을 한국말로 설명해 주는데, "만약 숄이 가짜이고 나중에 금방 천이 찢어지면 어떻게 할 거냐?"였다.


그러자 사장의 답변이 더욱 가관이었다. 자기 목을 내 앞으로 쭉 빼면서 네팔어로 웃으면서 말했다. 주인의 행동을 보자 네팔 말이었지만 나도 충분히 이해가 되었다. 그건 바로 만약 이 숄이 가짜라면 쿠꾸리(네팔 고르카 용병이 가지고 다니던 칼)로 자기 목을 베라는 것이었다. 주인의 행동이 귀여워서 형과 내가 웃고, 이렇게 배꼽 잡고 웃는 우리를 보며 가게 주인도 한참 동안을 웃었다.


한참을 웃고 난 후 마지막으로 가격을 흥정했다. 주인은 3000루피를 달라고 했다. 형은 어림없다는 듯이 또 특유의 능글맞은 웃음을 보이며 가격을 팍팍 깎았다. 한참을 실랑이하다가 가게 주인도 어쩔 수 없다는 듯 포기하고 저렴하게 깎아서 1800루피를 주고 3개를 구입하였다. 나중에 알고 보니 형이 주인에게 내가 돈이 1800루피 밖에 없으니 알아서 하라고 했단다. 정말 어제오늘 라메쉬 형 때문에 바가지도 안 쓰고 너무 저렴하게 물건을 구입을 했다.


친절과 배려를 받으면 몇 배로 갚아야 하는데 내가 받은 친절은 도저히 측정할 수가 없는 것 같다. 파슈미나 숄을 들고 이번엔 생과일주스 가게로 향했다. 한참을 걸어 타멜의 중심가하고는 동떨어진 곳까지 왔다. 사람들은 타멜과 같이 북적한데 외국인들은 거의 보이지 않았다.


"이곳은 어썬바자르(ASAN BAZAR)라고 카트만두 재래시장이야. 없는 것 빼곤 다 있어. 한국과 비교하자면, 타멜이 한국의 이태원이면 이곳 재래시장은 한국의 남대문이야"


형의 표현이 딱 맞았다. 각종 생필품에 농기구, 각종 야채와 채소들이 시장 안에 가득했다.

우리는 과일주스 가게가 몰려있는 곳 중에서 제일로 깨끗해 보이는 가게로 들어갔다. 그곳의 벽엔 수많은 과일들로 장식되어 있었다. 수많은 과일 중에 파인애플이 나름 먹고 싶었지만 그 옆에 석류가 보여서 마음이 바뀌었다. 석류를 보니 예전 인도 여행을 가서 먹었던 그 오묘한 맛이 살아나 입속의 침샘을 계속 자극했다.


우리는 싱싱한 석류와 오렌지를 주문했다. 종업원은 능숙하게 가장 싱싱해 보이는 석류와 오렌지를 골라서 우리가 보는 앞에서 즉석에서 갈아 주었다. 우리는 아무것도 넣지 않은 싱싱한 천연 주스를 쭈욱 들이켰다. "와, 진짜 싱싱하고 너무 맛있네요"


천연 과일 주스를 마시자 몸속의 부족한 비타민들이 즉시 보충되어 온몸에 비타민으로 충만한 느낌이었다. 저렴한 주스였지만(형이 또 계산해서 가격이 얼마인지 모른다. 대략 25루피 정도 아닐까.) 네팔 어썬바자르의 이 가게에서만 맛볼 수 있는 최고의 맛이었다. 역시 이 맛을 표현할 적당한 수식어를 찾지 못했다.


과일 주스까지 마시고 나니 오전 10시 10분이 지났다. 이제 진짜 숙소로 돌아가야 했다. 아침을 배불리 먹고 신선한 주스까지 마셨지만 숙소로 돌아오는 발걸음이 더욱 무거워져 갔다. 숙소로 돌아가는 길에 인터넷카페에 들려 마지막으로 한국의 어머니께 안부 전화를 했다.

"어머니 저 건강히 잘 있어요. 곧 있으면 비행기 타요"

"우리 작은 아들, 조심조심 또 조심해야 한다"


전화를 끊으니 1분 30초 정도가 지났다. 이 통화료도 형이 계산하겠다며 먼저 100루피를 내버렸다. 타멜의 인터넷카페에서는 인터넷전화가 1분에 10루피 정도로 저렴한데 안나푸르나의 마낭 같은 곳은 250루삐이니 그 가격차가 25배정도 되었다. 그런데 형이 100루피를 줬음에도 불구하고 젊은 주인이 70루피만 돌려줬다. 계산대로 하면 분명 80루피를 돌려받아야 했다. 형이 목소리를 크게 하며 네팔 말로 나무라자 그 친구가 마지못해 10루피를 되돌려 주었다. 상황이 일단락되고 우리는 카페 밖으로 나왔다. 형은 밖으로 나오자마자 웃으며 10루피를 되돌려 받은 이야기를 해주었다.


주인: "이 친구는 외국 사람이니깐 2분에 30루피 내야 해요"

형: "무슨 소리야, 얘 내 동생이야. 곧 있으면 주민증 나와. 6개월 정도 후면 네팔 사람이라고~"

주인: "에이, 그걸 어떻게 믿어요."

형: "진짜라니까. 지금 신고하고 기다리고 있는 중이라니 깐. 빨리 10루피 더 줘..."


이 이야기를 듣자마자 방금 전 상황이 너무 재미있어 웃음이 나왔다.

그리고 진짜 6개월 뒤엔 내가 네팔 국적을 갖게 될 것 같은 착각도 들었다.

라메쉬 형은 절대로 구두쇠가 아니다. 형은 다만 내가 외국인이지만 네팔 사람들에게 형의 동생으로서 공정하게 대우받기를 바라는 마음이었던 것뿐이었다.


나를 진짜 동생으로 생각하고 있는 형의 진심을 다시 느끼게 되니 나의 온 마음이 촉촉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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