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부작의 팔자 詩
금요일 저녁,
저녁을 먹고 저는 소파에 앉아 책을 읽고 와이프님은 아이들과 식탁에서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습니다. 그러다 와이프님이 딸에게 농담을 건넸습니다.
"스벅에서 *사이렌 오더로 음료를 주문할 때 이런 닉네임을 사용하는 사람도 있대? '투썸에서 오신' 고객님 아메리카노 나왔습니다~"
"아, 진짜? 헐...ㅋㅋ"
이야기를 듣고 웃다가 갑자기 이걸 팔자 詩로 만들어 보면 재미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리고 저의 스벅 닉네임도 유머스럽게 바꿔볼까 고민을 하고 있습니다. 예를 들면 '이빨 부자', '이승기 닮은(?)', '라떼는 말이야' 등 고객님으로 불리고 싶은데요... 그전에 우선 팔자 시 하나 만들고 다시 어떤 걸로 할지 결정하겠습니다.
*사이렌 오더는 스타벅스 앱에서 미리 음료·푸드를 주문하고 매장에서 바로 픽업할 수 있는 서비스예요. 줄 서서 기다릴 필요 없이 원하는 메뉴를 앱으로 결제 후, 지정한 매장에서 바로 수령할 수 있습니다
'별다방 사이렌 오더' 팔자 詩_이부작
별다방에 놀러 가서
사이렌 오더 해봐요
주문하고 기다리면
웃긴 이름 넘쳐나네
닉네임 뒤 님字 붙여
열 가지만 소개하면
일동, '짜장면 시키신'
이층, '투썸에서 오신'
삼층, '여기 공차 아님'
사원, '사장 몰래 나온'
오늘, '적금 깨고 오신'
육사, '여친 생겼어요'
칠급, '공무원 합격날'
팔도, '비빔면 왕뚜껑'
구운, '통닭은 굽네죠'
열시, '퇴근하고 싶어'
커피 한 잔 주문할 때
수만 가지 닉네임을
여섯 자 內 표현하는
별다방 사이렌 오더
피어나는 웃음 꽃밭
(이부작의 간단 시 해석)
일동, '짜장면 시키신' → 별다방에서 주문하는데 갑자기 포천 일동의 짜장면 맛집이 생각나는 화자
이층, '투썸에서 오신' → 일층은 별다방/이층은 투썸인데, 일층에 방문한 투썸 고객을 유머스럽게 표현
삼층, '여기 공차 아님' → 그런데 이 건물 3층에 공차가 있어, 3층이 아니라 1층에 방문한 고객이 또 있음
사원, '사장 몰래 나온' → 업무 시간에 호기롭게 사장 몰래 나온 신입 사원들이 자기들끼리 떠들고 있음
오늘, '적금 깨고 오신' → 급전이 필요해 옆 은행에서 적금을 깨고 '아아' 한잔하러 온 고객도 보임
육사, '여친 생겼어요' → 휴가 나온 육사 여사친과 맛있는 커피 한 잔, 방금 친구에서 연인이 됐어요~♡
칠급, '공무원 합격날' → 메시지 도착, 칠급 공무원에 합격했어요, 육사 여친과 행복한 미래를 꿈꿔요.
팔도, '비빔면 왕뚜껑' → 서로 성격이 안 맞아 왕뚜껑이 열리면 팔도 비빔면을 먹고 금방 화해해야죠.
구운, '통닭은 굽네죠' → 커피 마시고 이제 굽네로 치맥 축하파티 하러 갑니다. 연인 첫날, 합격 통보~
열시, '퇴근하고 싶어' → 앗, 밤 10시 잠시 졸다가 깹니다. 별다방의 옛 추억도 아스라이 사라집니다. 빨리 퇴근하고 싶습니다...
여러분, 위의 '별다방 사이렌 오더' 팔자 시 잘 보셨는지요?
오랜만에 장시간 팔자 詩를 만들고 나니 뿌듯하긴 합니다. 졸작이지만 이 시를 좋아해 주시면 기쁘겠습니다. 오늘은 여기까지입니다. 모두 편안하고 행복한 일요일 되세요~^^
ps. 아까 대모산에 오르면서 저의 닉네임은 이걸로 하면 어떨까 생각해 봤습니다.
'신춘문예 작가' or '모방은 나의 힘', 그냥 별다방에 가면 줄 서서 주문을 해야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