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디어 ABC에 도착하다
이 여행기의 주인공은 라메쉬형과 포터 꺼멀이다.
이 글이 완성될 수 있게 한 지분을 숫자로 표현한다면 아마 4 : 3 : 3일 것이다.(라메쉬형/꺼멀/나)
두 번의 안나푸르나 여행에서 그 둘은 나에게 수많은 추억과 감동과 에피소드를 만들어 주었다.
볼 수 없지만(?) 보고 싶은... 보겠다는 마음만 먹으면 볼 수 있을(?)...꺼멀과 라메쉬형...
그리고 이 여행기는 과거 완료가 아닌 현재 진행형이다.
가까운 미래에 그들을 다시 찾아 나서야겠다!
[드디어 ABC에 도착하다]
다음 날 아침 일찍 ABC를 향해 떠났다. ABC를 끝내고 돌아갈 때 중간에서 쉬었던 촘롱으로 다시 지나가기에 기본적인 간식 몇 개만 빼곤 대부분의 짐을 그곳 롯지에 맡겼다. 배낭이 가벼우니 어깨의 통증도 없고 우리의 몸은 너무나 날쌨다.
날씨가 흐려서인지 마차푸차레(Machapuchare or Machhaphuchhare, 6,993미터)는 보이질 않았다.
(마차푸차레는 네팔 북부에 위치하며 안나푸르나 산맥에서 남쪽으로 갈라져 나온 봉우리로, 네팔의 휴양도시인 포카라로부터는 북쪽으로 약 25km 떨어진 곳에 있다. 두 개로 갈라져 있는 봉우리의 모습이 물고기의 꼬리 모양을 하고 있다고 하여 네팔어로는 '물고기의 꼬리'라는 뜻을 가지고 있으며, 마차푸차레라는 고유 이름 외에 'Fish Tail'로도 잘 알려져 있다. 마차푸차레는 히말라야 유일의 미등정 산으로도 유명한데, 1957년 지미 로버트가 이끄는 영국등반대가 정상 50m 앞까지는 등반한 적은 있으나, 네팔인들이 신성시하는 산으로 등반이 금지되어 있다. 출처: 위키백과)
빠른 속도로 MBC(마차푸차레 베이스캠프, 3700미터)를 지나 드디어 목적지인 ABC에 오전 10시 반쯤에 도착했다. 도착하자마자 안나푸르나 sanctuary(성역) 롯지에 짐을 풀었다. 목표했던 캠프까지 도착했다는 기쁨도 잠시, 4천 미터가 넘는 고지대이다 보니 고산 증 초기 증세가 왔다. 몸을 추스르기 위해 식당이자 휴식공간에서 따뜻한 털 이불을 덮고 누워서 안정을 취했다. 이렇게 두어 시간을 책도 읽고 잠도 좀 자고 나니 고도에 적응이 되었다. 얼마 후 라메쉬 형과 4분의 스님들도 이곳 롯지에 도착했다. 이곳 캠프에는 롯지가 5~6개 정도 있었지만 한국 트레커들은 대부분 안나푸르나 sanctuary(성역) 롯지에 투숙을 했다. 왜냐하면 이곳 위치가 캠프입구 바로 왼쪽에 있기도 하지만, 주인장이 한국에서 몇 년 동안 일을 해서 한국 말과 한국 음식을 잘하고 한국 사랑도 각별해서 한국 트레커들 사이에선 소문난 곳이었다. 휴식을 취한 후 ABC근처를 돌아다녔다. 롯지 옆에 계곡물이 있었는데 이곳에서 식수를 떠다 마시는 것 같았다. 계곡물에 손을 담그자마자 바로 손을 뺐다. 얼음보다 몇 배는 더 차가웠다. 그 차가움을 무릎 쓰고 세수를 하니 모든 근심이 사라졌다. (4000미터가 넘는 곳에서는 목욕을 안 하는 게 불문율이다. 목욕을 하다가 갑자기 체온이 떨어지면 생명이 위험할 수 있기 때문이다.)
ABC주위를 어슬렁 돌아다니다 저녁 시간이 되어 식당 안으로 들어왔다. 식당 안에는 라메쉬 형과 윤* 스님이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나도 자리를 잡고 이야기에 동참했다.
“여기 있는 라메쉬는 참 훌륭한 친구예요. 네팔 최고의 대학을 나온 엘리트인 데다가 생각도 참 건전하죠. 네팔이 하루라도 빨리 대한민국의 기적 같은 성장을 벤치마킹 해야 한다는 게 라메쉬의 기본적인 생각이어서, 혼자 한글을 독학해서 배웠고 지금은 한글을 읽고 쓰고 말하는데 어려움이 없어요. 그리고 네팔이 더욱 발전하기 위한 최고의 해결책은 어린이들 교육밖에 없다는 걸 절실히 느껴서, 네팔 오지의 아이들을 위한 학교를 설립하려고 해요. 그래서 실제로 자신이 한국에서 모아 온 돈으로 네팔 서쪽 산간마을의 땅을 얼마 전에 사들였어요. 우리나라 돈으로 천몇 백여 만 원 하는 돈을 들여서요.”
윤* 스님이 형을 계속 칭찬하자 형은 쑥스러운 듯 자리를 떴다. 스님의 말을 듣자 라메쉬 형이 존경스러워졌다.
“와, 정말 대단한 사람이네요”
갑자기 스님과 라메쉬 형이 서로 알게 된 계기가 궁금했다.
“스님과 형이 어떤 인연으로 해서 여기까지 오시게 되었는지요?”
“라메쉬가 몇 년 전에 카트만두 타멜 거리에서 한국 식당을 했어요. 장사가 잘 돼 돈도 좀 벌었고요, 그 식당에서 다른 한국인 스님의 소개로 라메쉬와 인연이 되었고 작년 AR을 함께 트레킹 했어요, AR 할 때 라메쉬가 도움을 많이 줬어요. 그리고 올해 또 여기까지 오게 되었네요”
얼마나 한국을 알고 싶었으면 타멜에서 한국 식당을 차렸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하여튼 정말 대단한 사람이라고 느껴졌다. 앞으로 잘 알고 지내면 배울 점도 많고 참 좋은 인연이 될 것 같은 생각이 들었다. 헤어지기 전에 이메일 주소를 꼭 받아야겠다.
생각해 보니 안나푸르나의 진짜 주인공은 우리 셋이 아니다. 트레킹 중에 마주친 네팔 오지의 아이들과 그 순수한 눈빛, 인생의 무게를 짊어진 수많은 포터들과 가이드, 수십 개는 족히 넘는 위험천만 출렁다리(다리에서 염소 떼와 마주치면 대략 난감이다~)와 그 밑 계곡들, 각양각색의 롯지들...그 모든 걸 품고 있는 "풍요의 여신 안나푸르나"... 모두가 주인공이다. 나마스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