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부작의 여행기
일요일 아침에 일어나 1시간 동안 동네 양재천을 산책하고 왔습니다.
어제까지 서울은 함박눈이 간간이 내리고 날씨도 매우 추웠는데요,
오늘은 개나리와 벚꽃이 저에게 활짝 아침 인사를 하네요~
남쪽은 온 세상에 봄이 왔겠죠?
꽃 피는 봄, 제 마음 꽃도 열리고 있습니다.
살아 있음을 느끼는 일요일 아침입니다.
[살아 있음을 느끼다]
히말라야는 고산 지대이니만큼 자주 기상이 변했다. 특히 비까지 내리면 무거운 짐에 몸도 힘들지만 트레킹 코스 중 지반이 약한 곳은 산사태가 자주 일어나서 트레커들의 생명을 위협할 수 있었다. 이번 트레킹에서도 산사태로 길이 끊겨서 새롭게 길을 만들거나 다른 길로 돌아간 적이 여러 번 있었다.
트레킹을 시작한 지 며칠이 지났지만 계속되는 오르막길에 몸이 적응을 못하고 지쳐갔다.
이렇게 트레킹 도중 힘이 들면 힘든 몸에 집중하는 대신 다른 곳으로 주위를 분산시키는 게 좋다.
그중 하나가 내 자신과의 대화였다.
오늘도 내 자신과의 대화를 수도 없이 했다.
가파른 오르막길에 100미터 달리기하듯 뛰는 심장 소리와 거친 숨소리만 주위에 들리고 오직 세상에 나와 이 길만이 존재한다고 느껴질 때, 내 자신에게 이런 질문을 던졌다.
'내 몸은 왜 이리 힘든가... 아 포기하고 싶다… 아니야, 이 몸은 단지 내 자신을 구성하는 일부분일 뿐이야. 내 몸은 내가 아니라 내 일부분 일뿐이라고..'
그리고 다시 오르막길을 올라가면 내 내면의 다른 친구가 이렇게 말을 건다.
'내가 여길 왜 왔지? 괜히 이렇게 힘들게 사서 고생을 하는구나... 집 나가면 개 고생이란 말이 딱 맞네. 도대체 언제까지 올라가야 목적지에 도달하는 거지? 꺼멀의 배낭 속에 먹을 게 있는데 꺼멀은 왜 안 오는 거야. 정말 배고파 죽겠네......'
그렇게 수많은 잡생각과 나와 대화하면 어느덧 목적지 중간 롯지에 도착하여 점심을 먹었다.
여기서는 트레킹을 하면서 거의 모든 에너지를 다 사용하기에 롯지의 밥이 맛이 있든 없든 트레커들의 식사에는 남김이 없고 편식도 찾아볼 수가 없었다. 히말라야에서 한 숟가락의 밥은 내 몸을 움직이는 1시간의 연료이기 때문이다.
짧은 점심 식사 후 다시 오르막길이다. 다시 '불평, 불만'이라는 친구가 내게 말을 건다.
이런 내면의 불평이 계속되다가 갑자기 이런 생각이 떠올랐다.
'왜 이리 불평만 늘어놓냐 이놈아. 힘듦의 주체가 진짜 나인가 아니면 나의 몸일 뿐인가?'
그러다가 번개처럼 작은 깨달음이 온몸을 스치고 지나갔다.
'거친 숨소리, 계속 둥둥거리는 심장, 장딴지와 허벅지의 통증, 머릿속의 수만 가지 생각들... 아 이게 바로 내가 살아있다는 증거구나......'
살아 있음을 느낄 때쯤 어느덧 오늘의 목적지가 눈앞에 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