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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intbear Jun 18. 2021

내 안의 저격수

자기 계발 유튜브를 보다 보면 김창옥 선생님의 강의는 빼놓지 않고 나온다. 예전부터 강의 프로그램을 보면 항상 나오던 분이라 너무나 익숙했지만 강의가 그렇게 많을지는 몰랐다. 그리고 그 수많은 강의 중 나에게 울림을 주었던 영상이 있었다. 주제는 내면 아이에 관한 내용이었다. 어른이 된 우리는 어려운 상황에서 나에게 말을 건다. 나에게 말하는 그 목소리는 어릴 적 내가 자주 듣던 이야기들이 모이고 모여서 만들어진 것이라고 했다. 그 영상을 보고 곰곰이 생각해보았다. 나는 나에게 어떤 말을 하고 있나.  


그 말들을 천천히 들어보니 주로 나에게 채찍질을 하는 말들이었다. '지금 더 공부해야지. 빨리 취업해야지. 빨리 ~해야지.' 그리고 내가 힘들 때도 일어나서 달리라고 얘기하고, 일을 제대로 마치지 못하면 항상 자책하기 일쑤였다. 어떻게 보면 내가 나를 갉아먹는 것에 익숙해졌다 할까? 그래서 나는 이 목소리들을 천천히 따라가 보았다.


돌이켜보면 내가 예전에 들은 목소리들이 마냥 좋지는 않았다. 초등학교 때 전교 1등 한 번 한 이후로는 큰 칭찬을 받은 기억이 없다. 게다가 내가 고등학교 1학년 때 동생이 죽고 난 뒤에는 더 조급해지기 시작했다. 주변에서는 '네가 잘해야 된다. 이제 너밖에 없다.' 이런 말들로 가득했다. '공부 열심히 해라. 어머니 잘 보살펴드려야지.'. 그때는 그저 묵묵히 지내면서 공부했다. 수능 점수가 예상보다 안 나와서 실망스러울 때도 격려해주는 이 하나 없었다. '이제 어떻게 할 거니?'. 결국 점수에 맞춰서 대학에 들어갔고, 전공을 어떻게 꾸역꾸역 듣다가 지금까지 와버렸다. 내가 상담일이 하고 싶어졌어도 이야기를 하면 또 불만이었다. '그걸로 어떻게 벌어먹고 살려고?'.


이런 말들은 효과가 강력하다. 불안과 두려움으로 이룬 성장은 빠르고 강력하다. 그저 앞만 보고 달리면 끝이라 생각보다 편하다. 그저 목표만 보고 달리면 되기 때문에 다른 것들을 신경 쓸 필요도 없다. 그렇게 좁게 볼 때 잠깐은 행복했지만, 결국 얼마 전에 터지고 말았다. 그리고 그때가 돼서야 진짜 내 안의 이야기를 들을 수 있게 되었다. 그 목소리를 들을 때마다 눈물이 터져 나왔다. 말 그대로 터져 나왔다. 진짜 돌봐줘야 할 나를 내가 챙기지 못했다. 내가 처음으로 하고 싶던 꿈도 그렇게 거창한 것이 아니었음에도 주변 눈치를 보느라 시작도 못했고, 정말 하기 싫었던 군무원 공부는 어떻게 잘 돼서 취직은 했지만 버티지 못하고 금방 나오게 되었다.


내 안의 목소리는 강력하게 굳어지면 굳어질수록 바꾸는 것이 쉽지 않다고 한다. 나이가 먹으면 먹을수록 더 그렇다. 뇌에 길이 그렇게 나다 보니 자연스럽게 그런 회로로 돌아가게 되는 것이다. 그렇지만 그 회로를 바꿀 수 있는 것도 결국엔 나다. 내가 좋은 책을 읽고, 좋은 경험을 하고, 좋은 친구들을 만나면 그 길은 조금씩 바뀌게 된다. 그렇게 조금씩 바꾸다 보면 내 안의 어린아이가 그 길을 따라 한 걸음씩 나가게 되고 점점 성장하게 된다. 아직 다 크진 않았지만 계속 키워서 이제 내가 돌볼 아이가 아닌 나와 같이 갈 친구를 만든다면, 사람이 많이 없더라도 내 인생은 굉장히 행복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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