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 친절을 베푸는 것은,
8월의 어느 밤에 별을 보기 위해 봄이랑 강릉으로 떠났다. 가는 길에 나보다 별을 좋아하는 친한 오빠와 통화를 했다. 오빠에게 어느 방향으로 사진을 찍어야 별이 잘 찍힐지 물어볼 겸이었다.
“몇 시에 볼 건데?”
“11시 반에서 12시요!”
"12시 정도면 남동쪽으로 서면 될 거야"
지금은 기억이 가물가물 하지만 남동쪽이라고 말한 것 같다. 오빠는 운전 중이면서도 세세하고 친절하게 답을 해줬다.
안반데기에 도착하고 주차장에 우리는 차를 세우고 언덕을 걸었다. 근데 별은커녕... 구름과 안개만 자욱한 하늘이었다. 봄이랑 여행할 때 거의 대부분 비는 내리지 않지만 맑은 날씨는 주어지지 않았다. 그래서인지 또 기대를 안고 간 나의 잘못이겠거니 하고 계속 봄이랑 투덜거리며 언덕을 올랐다. 어느 정도 올랐더니 사람들이 좀 있었다. 그곳에 차를 세울 수도 있기에 우리도 다시 차를 가지고 올라왔다.
거기에서는 별이 잘 보였다. 오빠가 말해준 방향으로 눈이 자연스레 갈 정도로 어느 부분에 별이 가득했다.
그리고 마침 그 시간이 아주 찰나였지만 구름이 조금 사라졌을 때였다. 부리나케 카메라랑 삼각대를 가지고 자리를 잡으려고 두리번거리고 있었는데 누가 봐도 우리가 초짜인 게 티가 났나 보다. 어떤 작가님 두 분이 담배를 태우시면서 별사진을 찍고 계셨는데 우리를 슬쩍 보시더니 "여기로 오세요"라고 하셨다. 우리는 무슨 주인이 불러서 가는 강아지처럼 헤헤거리면서 옆에다가 카메라를 설치했다. 우리 둘이서 카메라 가지고 만지작 거리면서 머리를 싸매기 시작했다.
"이거 맞아?"
"왜 별이 안 나오지?"
"봄아 우리는 눈으로만 담아야 하나 봐.. 에라이..."
우리의 대화가 작은 소리지만 부산스러웠는지 옆에 작가 선생님이 되게 웃긴 사람들이네 하시는 듯이 웃으시면서 무심히 카메라를 만져주셨다. 작가님은 귀 밑으로 오는 남성분 치고 길고 정리 안된 머리칼에 거뭇거뭇한 수염, 조금 덩치가 있는 모습이셔서 나는 조금 겁을 먹었다. 그래서 그런지 그분의 정성은 정말 감동이었다.
12시가 조금 넘은 시간, 벌써부터 새벽감성이었는지, 아님 이 긴긴 백수생활과 아르바이트에서 사람에게 치인 생활들 덕분인지 오랜만에 행복에 벅찬 감정이었다. 별을 보는 것도 좋았지만 모르는 이에게 도움을 받을 수 있다는 거, 그 정겨움이 너무 벅찼다.
"저 가로등 위로 직선으로 쭉. 그게 은하수예요."
은하수를 태어나서 처음 봤다. 아마 살면서 봤을 거다. 근데 내 눈에는 담기지 않는 자연이었을 뿐. 카메라에는 선명하게 많은 별빛들이 담겼다. 온몸에 전류가 흐른다는 게 이런 느낌이구나 싶었다. 그 황홀감에 나도 모르게 엉덩이를 흔들며 두발을 콩콩 거렸다. 그 짜릿함을 맛보고 싶어 사람들은 발전하려고 난리인 거구나 싶었다.
별 보는 방향에 대해 오빠한테 연락을 하지 않았다면 나는 언덕을 더 올랐을까? 그리고 카메라만 만지작 거리다가 아무것도 찍지 못하고 결국에 두 눈에만 보이는 아주 조금의 별들로(물론 서울에서는 그만큼도 보이지 않는다.) 인해 금방 실망감을 가지고 내려갔을 텐데.. 사소하고 무심한 친절은 너무나도 커다란 기쁨을 맛보게 해 주었다. 차갑고 가벼워도 그들에게는 따뜻하고 무게가 있었을 거고, 받는 나에게는 뜨겁고 묵직한 기억으로 남아있을 수 있는 친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