번쩍! 우르르 쾅쾅! 피~융!

2-2 사랑을 느끼게 해 준다.

by 이겨울

별을 한참보고 1시가 좀 안된 시간 양양에 가서 잠을 잤다. 새벽에 햇빛이 너무 강해 일어났는데 숙소 창 밖으로 보이는 양양 해변의 윤슬이 너무 이뻤다. 그 윤슬 사이로 배가 하나 지나가는데 정말 그림 같았다. 졸린 와중에 필름카메라를 집어서 찍었다. (아직 인화를 하지 않았지만 기대 중이다. 어떻게 나왔을지.)

그리고 첫끼로 햄버거를 먹었다. 가게는 약간 더웠다. 너무 넓어서 에어컨 한대로는 그 공간을 시원하게 만들 수 없었던 것 같다. 그렇지만 햄버거가 너무 맛있어서 짜증지수가 올라가지 않았다. 이날도 윤슬과 햄버거 하나로 아침부터 기분 좋게 시작했다.

우리는 순두부 아이스크림을 나눠먹으면서 어디를 갈지 생각을 했다. 강릉 여행의 또 다른 목적은 '친구들의 집들이 선물 고르기'였다.

하은언니네 선물을 사러 가는데 그 가게는 엄청 좁은 골목들 사이에 있는 가게였다. 주차를 어디다가 해야 하나 하면서 평소라면 안절부절못하면서 운전했을 나인데 이 날은 아무런 생각 없이 마주치는 골목들을 계속 지나가고 있었다. 막달은 길 즈음에 딱 공영주차장이 나왔다. 심지어 자리도 꽤 있고, 우리가 가려던 가게와 가까웠다.


“럭키!”


차를 세워두고 조용한 골목들을 지나서 가게에 들어갔는데 사장님 말고는 아무도 없어서 천천히 구경할 수 있었다. 그릇들이 너무 이뻤고, 티셔츠도 너무 귀여웠다. 보는 내내 봄이랑 이것도 이쁘고, 저것도 귀엽고... 이러면서 봤다.

선물할 거를 딱 고르고 계산을 하는데 사장님이 "포스터 좋아하세요?"라고 물으셨다. 두말할 것 없이 "너무 좋아해요~" 이러니까 사장님이 “포스터도 담아드릴게요”라고 하셨다. 아마 구매하는 모든 사람들한테 주시는 걸 수도 있다. 그래도 기분이 좋았다.

가게를 나와 오다가 본 모던한 한옥카페를 들어갔다.

기와에 반이 가려져 들어오는 햇빛이 있는 통창 앞자리에 앉았다. 어느 순간부터 그런 자리를 좋아한다. 봄이랑 마주 보지 않아도 나란히 앉아서 같은 거를 보고 얘기를 하는 그 순간이 좋다. 마침 그 가게에서는 행운의 뽑기를 하고 있었다.


“저희 매장이 오픈 기념으로 뽑기 이벤트 중인데 혹시 해보실래요? 행운의 뽑기예요!”


우리는 신나서 색색깔의 종이 뽑기 중에 무슨 색을 고를까 열심히 고민했다. 그 결과 둘이 똑같은 네잎클로버 키링을 뽑았다.


“우리 똑같은 거 나왔네! 운명이야! 럭키!”


봄이랑 나는 신나게 자리에 돌아가서 나온 음료와 시원한 소르베를 먹으며 뜨거운 바깥 풍경을 구경했다. 슬슬 돌아가려는 참에 갑자기 사장님이 내 손바닥만 한 샌드위치를 가져오셨다.


“서비스예요. 저희가 만든 불고기 샌드위친데 한번 드셔보세요!”


배가 터질 것 같은 상황이지만 맛있는 냄새가 나는 무료 불고기 샌드위치라니. 마다할 수 없었다. 우리는 또 열심히 손가락에 묻은 치즈까지 핥으며 먹었다. 카페는 조용하지만 그 사장님의 친절함과 그 미소와 귀여운 이벤트로 무언가가 가득 찬 느낌이었다.


나는 교회에 다닌다. 이 여행을 하기 전 ‘친절은 사랑이다’라는 설교를 들었다. 나에게 사랑은 그 많은 감정표현들 중에 가장 크고, 위대하고, 고결한 위치의 무언가였다. 그래서 친절이라는 아주 작은 부분의 감정과 같은 선상에 있을 수 없다 생각했다. 그렇지만 유독 친절함과 따뜻함을 많이 느낀 이 여행에서 친절함은 사랑이 아니라 친절을 베풀면 사랑할 때와 비슷한 설렘이 찾아온다는 것을 느꼈다. 오랫동안 못 봤던 연인을 만났을 때 눈이 마주치자마자 달려가서 반가움을 표현하는 그 감정. 너무나 기쁘고 콩닥되고 머릿속에서 피~융! 불꽃이 터지는 그 감정. 친절을 베푸는 것은, 사랑을 느끼게 해 준다.

keyword
작가의 이전글번쩍! 우르르 쾅쾅! 피~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