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바람이 차갑다고
따듯한 햇볕만 찾아다닐 순 없다.
그 바람을 견딜 힘을 길러야 한다.
살아간다는 것은 단지 버티는 게 아니라
조금씩이라도 앞으로 나아가는 것이다.
- 프리드리히 니체, '위버멘쉬' -
지금은 좋은 직장에 다니고 있다.
저도 그렇고 아마 이 글을 읽으시는 대부분의 사람들도 그럴 것이다. 그리고 명함도 있을 것이다.
명함에는 나의 회사명과 직책, 간단한 업무 정도가 나와 있다. 신입사원 때는 별것 없겠지만 나이가 들고 직급이 이 올라가면 왠지 모르게 어깨에 힘도 들어간다.
나도 그렇다 회사 명함이 있으니 관련 업무를 하는 사람들에게 나는 무엇을 하는 사람이고 우리 회사에서 어느 역량을 가질 수 있는 사람입니다 하고 이야기할 수 있다. 현재까지는 그렇다.
얼마 전 종영한 드라마 '서울 자가에 대기업 다니는 김 부장 이야기'가 엄청난 인기를 끌었다. 나는 소설로 봐서 사실 드라마는 별로 크게 와닿지 않았다. 하지만 이 드라마가 많은 사람들에게 공감을 일으킨 것은 아무리 회사에서 잘 나갔던 사람이라도 그 회사를 나오면 아무것도 아니라는 것이다.
많은 사람들이 '김 부장'에게 공감이 갖던 이유는 회사 안이 '온실'이라는 것이다. 언젠가 다른 드라마에서 이런 대사가 기억이 난다. "회사가 전쟁 터 면, 밖은 야생의 세계"라고 말이다.
나도 회사를 나온다면 회사명과 직책이 빠진 순수하게 나의 이름만 있다면 전혀 나를 모르는 사람에게 어떻게 나를 설명할 수 있을까? 생각을 해봤다.
아마도 잘해야 "저는 블로거 모부세"입니다. 정도 일 것이다. 그 말인즉 나는 지금 다니고 있는 이 회사를 떠나면 아무것도 아닌 사람이라는 뜻이기도 하다. 회사를 떠나면 직장과 직업, 직책이 모두 사라지고 온전한 '나' 자신만 남는다.
내가 퇴직할 때가 되면 약 30년을 한 회사에서 보낸 것이 된다. 인생의 절반을 한 회사에서 말이다. 하지만 나라는 존재는 과연 얼마나 남아 있을까? 이런 두려움이 나를 글쓰기로 안내했다.
예전에는 글 쓰는 것이 그저 막연하게 느껴졌다. 블로그를 하고, 다른 블로거들과 소통하며 다른 사람들의 글을 보면서 알게 모르게 글 쓰는 것을 배울 수 있었다. 또 어떤 블로거들은 책을 내면서 자신의 글쓰기 역량을 한층 더 높이는 것을 보았다.
왜 하고많은 것들 중에 '글쓰기'였을까? 솔직히 모르겠다.
나는 개인적으로 '역사'도 좋아하고 '과학'분야도 좋아한다. 전문지식 정도는 아니지만 방송에서 이야기하는 것들은 대충 알아들을 수 있는 수준은 된다. 아마도 여러 개 중에서 나는 내 생각을 그저 끄적거리는 것을 좋아하는 사람이라서 그랬던 것 같다.
50이 조금 넘었지만 이제 퇴직을 준비하여야 하는 시기다. 나의 친구들 중 빠른 친구들은 벌써 회사를 나와 다른 일을 하는 친구도 있다. 그들도 똑같았다. 회사에 다닐 때는 당당한 모습이었지만 회사를 나오고는 자신을 표현할 것이 없는 친구들이 대부분이다.
회사를 나와서 무엇을 할 것인가?를 정하기 전에 '나는 누구인가?', '나는 무엇을 좋아하나?', '나는 무엇을 잘할 수 있나?' 이것을 찾는 것이 먼저인 것 같다.
인생의 1 막은 나의 가족, 나의 회사, 주변 사람들을 위해서, 또 좋아하지 않았지만 먹고살기 위해, 어쩔 수 없이 그 일을 했다면 인생 2 막은 나 자신을 위해 살아야 한다. 그래야 인생이 재밌고 오래 할 수 있다.
나도 그랬지만 "나는 잘하는 것이 없어", "나는 관심이 있는 것이 없다."라고 할 사람들도 있을 것이다. 많은 사람들은 어떻게 그럴 수 있지? 하고 생각할 수 있지만 나는 이해한다. 보통 30년을 넘게 집, 회사만 알던 사람들이 무엇인가 자신에 대해 생각하고 좋아하는 것을 찾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기 때문이다.
하지만 없다고 그냥 있을 수만은 없다. 스스로 찾아야 한다. 홀로 등산을 하며 생각할 수도 있고, 혼자 만의 공간에서 찾을 수 있고, 때론 운동이나 독서를 하면서, 다른 것들을 하면서 찾을 수도 있다. 억지로라도 찾아야 하는 게 우리 50대가 제일 먼저 해야 할 일이다.
그동안 부모를 위해, 자식을 위해, 회사를 위해, 동료를 위해 잘 살아왔으니 이제 나를 위해 살아야 한다.
정 안되면 AI와 대화를 해서라도 찾아야 한다. 생각보다 AI가 나 자신이나 다른 친구나 동료보다도 더 나를 잘 알고 대화를 더 잘해줄 수도 있다.
당장의 연봉 조정이나 승진, 눈앞의 이익, 사회적 지위나 관계도 중요하지만 '나'라는 존재의 의미를 찾고 무엇이 나를 행복하게 만들지를 고민해 보는 시간을 가지는 것이 훨씬 중요한 시기다.
조급해하지 말고 천천히 생각하면 된다. 아직 시간은 많이 있다.
"퇴직 이전에 명함(회사)이 아닌
이름 석 자로 자신을 증명하는 수단을 찾아야 합니다.
저는 '작가 정선용'이 명함이 되었습니다."
- '정선용', <언제까지 흘러가는 대로 살 것인가>-
이 글은 아직 초초고입니다. 다소 부족하더라도 이해해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