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p01
여행에 대해서 처음으로 부모님께 말씀드렸을 때 엄마의 반응은 간단했다.
“그래, 돈 있으면 다녀와.”
7개월간의 여행에 내가 나름대로 정한 예산은 1,000만원이었다. 무조건 최저가의 숙소에서 묵고, 비행기는 최소한으로 이용한다. 직접 요리하는 것을 좋아하고 호화로운 음식에 미련이 없으니 여행 중에는 끼니를 때우는 것에 만족하자. 패키지여행 상품은 불가피한 경우가 아니면 이용하지 않고, 스카이다이빙이나 번지점프와 같은 액티비티는 정말 하고 싶을 때만 하자. 어디까지나 내 목표는 되도록 많은 곳을 가고, 되도록 많은 것을 보고 돌아오는 것이었다.
가을 학기를 마치고 학교에 휴학계를 낸 후 바로 일을 시작했다. 낮에는 건축설계 사무소에서 인턴으로 일하고, 6시에 퇴근하면 바로 동네 카페로 달려가 새벽까지 아르바이트를 했다. 안녕하세요, 카페베네입니다. 점심은 사무실에서 소장님이 사주셨고 저녁은 카페에서 해결할 수 있었다. 따로 나가는 돈이 없었기 때문에 (사실 매달 통장으로 들어오는 돈을 쓸 시간도 없었다.) 휴학 전에 이런저런 일로 모아둔 돈을 합치면, 8월의 출발 전까지 목표한 돈을 모을 수 있을 것 같았다. 대략 7개월 간 나는 그렇게 사무실과 카페를 오가는 생활을 했다. 물론 몸은 힘들었지만 종종 계획을 짜고 그림을 연습하면서 가슴은 여행에 대한 설렘과 기대로 점점 부풀어 오르고 있었다.
학교를 휴학하고 몇 개월간 일을 하자니, 부모님은 점점 아들의 여행 계획을 진지하게 받아들이셨다. 그 돈으로 반년 넘는 여행이 가능하긴 하느냐, 어디는 위험하지 않느냐, 소매치기라도 당하면 어떡하느냐, 엄마의 걱정은 새로 발견한 우물처럼 퐁퐁, 끊임없이 샘솟았다. 그리고 여행 출발이 한 달 남짓 남아있던 7월의 어느 주말에 아버지는 나를 할아버지 산소로 데려가셨다. 아버지와 나는 북어포를 뜯고 종이컵에 소주를 한 잔 올린다. 아버지는, 손자가 장도(壯途)를 떠나니 잘 보살펴주시라 하셨다.
산소를 다녀온 날 저녁 엄마의 표정은 잔뜩 심란하다.
“그래서 진짜로 가려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