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은 금이라구 친구."
내가 한 때 즐겨했던 게임에서, 한 인상 깊은 캐릭터가 했던 말이다.
학창 시절에는 그 의미를 크게 이해하지는 못했다. 아직 시간을 금으로 치환할 수 없는 단계였기 때문이다. 하지만 학창 시절을 지나 직장 생활을 시작하고, 시간을 금으로 치환할 수 있는 연금술사가 되었을 때 그 의미를 뼈저리게 느낄 수 있게 되었다.
하지만 늘 직장생활을 하면서 이 명제를 계속 곱씹을 수는 없다. 물론 내가 직장생활을 하는 건 돈을 벌기 위해서라는 첫번재 목표가 있기는 하다. 하지만 나의 가장 소중한 자산인 시간을 돈이라는 상대적으로 하찮은 것에 태우고 있다는 생각도 들기도 한다. 돈의 가치가 낮은 건 아니지만 시간의 가치는 무한이니까. 뭐 어찌됬든 일상에서 이런 골치 아픈 생각을 한다면 뇌건강에 그리 좋지 않을 것 같아서 평상시에는 이 말을 별로 신경쓰지 않으려고 한다.
또 이런 식으로 이야기했지만, 돈을 벌 때는 이 생각이 담담하더라도 돈을 쓸 때는 이 생각이 나지 않을 수가 없다. 그리고 이 생각이 가장 많이 날 때가 해외여행을 갈 때이다. 우리 회사는 연차를 쓰지 않으면 연말에 그것을 돈으로 치환해서 지급해주는데 휴가를 쓰면서 그 돈이 생각나지 않을 수는 없다.
물론 나는 회사를 가지 않는 것을 매우매우 좋아하는 사람이다. 그깟 돈 때문에 휴가를 쓰지 않을 사람은 아니다. 그래서 휴가는 간다. 여행을 간다. 하지만 여행을 가서 생각하게 된다. 내가 연차값, 항공료, 숙박료 등 얼마를 써서 이곳에 왔는데 잘 즐겨야되지 않겠어?
하지만 나는 선천적인 P 인간이라 J의 방식으로 계획을 착착 세우는 완벽한 여행이 돈값하는 여행이라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여행의 목적지가 없는 날도 있고, 공원이나 카페에서 죽치고 시간을 2~3시간 보내버린다고 해도 그것이 시간의 낭비라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하지만 그런 나라도 시간 낭비라고 느끼는 점이 있는데 공항 이용시간, 비행기 탑승시간 여러가지가 있지만 그 중에서도 가장 시간 낭비라고 느끼는 것은 어딘가에 입장하기 위한 웨이팅 시간이다.
물론 나도 두 눈을 반짝거리면서 여행을 갔을 때는 무조건 웨이팅 시간을 감수했다. 1~2시간의 기다림을 기다리고도 유명한 맛집은 꼭 찾아갔다. 동시에 그 경험이 자꾸 쌓이면서 느낀 것은 그 정도인가? 라는 생각이 많이 든다.
나의 미각의 역치가 낮은 것인지, 아니면 흔한 관광지 맛집의 현실이 그런 것인지 모르겠지만 한 여름 땡볕에서 웨이팅하던 최악의 경험들까지 합쳐져서 나의 생각에는 웨이팅을 하지 못할 것이라고 여기게 되었다. 시간은 금이라는 논리로 왠만해선 웨이팅이 있는 집은 찾아가지도 않았고, 웨이팅이 없을 것이라고 생각했던 가게도 가서 웨이팅이 조금만 있으면 발을 돌렸다.
일례로 후쿠오카에 갔던 날, 아무런 계획 없이 배가 고파서 식당을 찾으러 어슬러거리고 있었는데 파르코 지하로 들어가니 사람들이 엄청 길게 줄을 서있었다. 물론 줄을 질색하는 나는 바로 뿌리치고는 그냥 줄 없는 옆집에서 아무 메뉴나 시켜서 먹었다. 집에 돌아와서 찾아보니 그 줄이 엄청 긴 집은 후쿠오카로 가면 누구나 한 번씩은 찾는, 나도 유튜브로 몇 번 본 적 있는 햄버그 집이었다.
하지만 요즘 들어 생각해보니 그게 과연 현명한 선택일까? 라는 생각도 든다. 내가 그 햄버그 집에 가지 않고 줄 없는 다른 집을 갔지만 또 정작 그 시간을 아껴서 무언가 현명하게 사용했냐고 묻는다면 그것도 아니었다. 그냥 커피집에서 4시간 정도 글을 쓰거나, 책을 읽으면서 시간을 현명하게 낭비했다.
그것이 줄을 서는 것보다는 낫지 않냐. 라고 물을 수도 있겠지만 결론적으로 이야기하면 추억이 없다. 땡볕에 1시간 기다려서 음식을 먹고, 그 음식의 맛도 그냥저냥했다는 건 결국 나쁜 기억이지만 결론적으로 나쁜 기억도 추억인 것이다. 웨이팅 없이 음식을 먹고 카페에서 시간을 보낸다는 어찌보면 현명한 선택이지만 그 안에 추억이 없다.
시간이 금이라는 생각 하에 웨이팅이라는 시간 낭비를 하지 않으려고 했지만, 오히려 그 덕분에 큰 시간을 들여서 간 해외여행에서 추억이라는 것들을 별로 남기지 못하고 온다. 지금 생각해보면 작은 시간들을 아낀다고 오히려 큰 시간을 날린 것이 아닐까? 라는 생각도 든다.
단순히 맛집 웨이팅 뿐만 아니라 다른 것들도 마찬가지다. 다른 관광객들이 하는 줄을 서면서 하는 관광들을 관광객 나름의 호들갑으로 여기면서 그것들을 피해왔다. 결국 편한 여행은 되었지만 커다란 추억들이 덩어리덩어리로 있는 여행은 되지 못했던 것 아닐까.
여행을 갔다면 조금만 호들갑떨어도 좋지 않을까. 라는 생각이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