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일일재활

나만 이런 취향이 아니였어

by 송현탁

세상에는 다양한 취향이 있다. 그리고 취향들 중에서는 존중받는 취향이 있고, 남에게 손가락질 받는 취향도 있다. 우리는 존중받는 취향은 남에게 들어내고 손가락질 받는 취향은 숨기면서 살아가고 있다.


10년 전만해도 보통이 아닌 것들의 취향은 대부분 손가락질 받았다. 그에 반해 지금 참으로 다양한 취향들이 존중받고 있다. 예시로 들면 10년 전만해도 내 친구들 모임에서 일본 애니메이션 같은 이야기를 하는 건 존중받지 못할 일이었다. 20대 초반. 한창 멋있어지는 것을 지양하던 우리에게 그런 오타쿠적인 취미는 멋있지 않은 것이었다. 영상 매체에 대해서 이야기를 한다면 일본 애니메이션보다는 보통의 취향, 드라마나 예능에 대해서 이야기를 했어야했다.


하지만 지금은 시대가 바뀌었다. 우리 모임에서는 아무도 드라마나 예능을 보지 않는다. 오히려 일본 애니메이션 이야기가 훨씬 많다. 귀멸의 칼날이 재밌느니, 요즘 나오는 신작인 단다단이 재밌느니 같은 이야기가 넘친다. 물론 아직 오타쿠적인 애니메이션들은 존중받지 못하는 취향이지만, 10년 전만 하더라도 귀멸의 칼날이나 단다단도 마찬가지로 오타쿠 취급을 받았을 것이다.


취향은 개방되었다. 나도 내가 포켓몬스터나 원피스를 좋아한다는 걸 숨기지 않는다. 질책받던 취향들은 오히려 자신들의 개성이 되었다. 이제 우리 모두는 그런 취향이 자신의 이미지에 그리 중요하다고 여기지 않는다. 오히려 좋은 피부, 깔끔한 패션 같은 기준이 충족되어 있다면 오히려 그것은 빛나는 개성이 될 것이라고 여기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하지만 우리들은 다양한 취향을 숨긴다. 오히려 겉으로 들어나는 취향은 들어내지만, 본인의 본성이 들어나는 취향은 여전히 꽁꽁 숨기고 있다.


내가 꽁꽁 숨기고 있는 취향은, '깔아놓고 먹기'다. 나는 많은 수의 음식들을 깔아놓고 이것저것 골라먹는 걸 좋아한다. 학창 시절에 과자를 여러개 깔아놓고 친구들과 과자 파티를 한다던가, 군대에서 냉동 음식을 여러개 사서 동기들과 깔아놓고 먹는다던가하는 것들의 연속적인 취향이다.


그리고 내가 이 취향을 숨기는 이유는 이게 나의 본질, 무언가 식탐에 대해서 나타내는 것 같기 때문이다. 식탐을 부리는 인간은 추하다. 나 자신도 별로 바람직하다고 여기지 않기 때문에 이 취향을 숨기고 있다.


이 취향의 세부 사항은 다음과 같다.


1. 음식의 종류는 4~5가지. 이 취향에는 완식의 도전에도 의미가 있다. 그렇기에 음식이 10가지 넘어가거나 하면 오히려 불쾌하다.

2. 음식의 개당 가격은 10000+-. 이건 내가 스스로 정해놓은 한끼 식사비와 연결이 된다. 많은 금액을 쓰게 되면 오히려 식사에 많을 돈을 썼다는 사실에 불쾌해질 때도 있다. 특히 음식 맛이 안 좋다면.

3. 혼자서 먹을 것. 그리고 혼자 있는 장소에서 먹을 것.

4. 술을 마실 것.

5. 메뉴는 탄수화물, 당분이 많은 것들은 지향.

6. 조리는 하지 않는다.


이 취향을 실제로 이미지해본다면 이마트 같은 곳에서 간다면 초밥을 사고, 델리코너에서 음식 3~4개를 집고 술도 집어서 유튜브나 넷플릭스를 보면서 먹는다. 이 취향의 세부 사항에 대해서 사실 진지하게 생각해본 적은 없었는데 이렇게 글로 나열하고 이미지를 그려보니 역시나 남에게 보여줄만한 취향은 아닌 것 같다.


뭐 결론적으로, 내가 이런 취향이 있다! 라고 자랑하려고 글을 쓴 건 아니다. 내가 이렇게 꽁꽁 숨기고 있던 취향이었고, 보편적이지 않은 특이하고 이상한 취향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요즘 유튜브들을 보면 평소라면 보이지 않을 남들의 뿌리까지의 취향들을 알 수 있다.


내가 좋아하는 유튜브 중 '유우키의 일본 이야기'라는 채널이 있다. 그리고 그가 업무를 마치고 비즈니스 호텔에서 휴식을 취할 때, 마트에 가서 음식과 술을 주섬주섬 담고서는 호텔 책상에 깔고 난 후 먹고 마시는 모습이 완전한 나의 모습이었다.


그 밖에 다른 유튜브들에서도 내 취향의 '깔아놓고 먹기'가 자주 보이고 나서야 나는 이게 나만 가지고 있는 특이한 성향이 아니라는 걸 알았다. 물론 나만 이런 취향이 아니라는 걸 알게 된다해도 이걸 남들에게 자랑하거나 하고 싶지는 않다. 음식을 내 취향대로 깔아놓고 먹는 걸 인스타그램에 올리고 싶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나만 이런 취향이 아니라는 걸 알게 된 것 그냥 그 사실만으로 족한 느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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