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일일재활

이렇게 태어난 걸 어떻게 해

by 송현탁

인간은 다르게 태어났다.

그리고 다르게 자라났다.

그걸 인정하기에 참 오랜 시간이 걸렸다.


이를테면 나의 성질 중 하나는 '운동을 싫어한다.'이다.

내가 운동을 싫어하게 된 것이 그냥 태어날 때부터 가지고 있던 기질이 그것이었는지, 아니면 성장 과정에서 무언가 운동을 싫어하게 될만한 요소가 있었는지 그것은 이제는 알 수 없는 일이다.


하지만 나는 이걸 쉽게 인정하지 않았다.

옛날의 나는 타인처럼 나도 운동을 좋아할 수 있다고 믿었다.

왜냐하면 남자에게 있어서 운동이라는 요소는 남성성에 있어서 매우 중요한 요소라고 생각하고 있었고, 그것에 결함을 가지는 것은 무언가 남자로서도 결함을 가지고 있다고 여겼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그래서 잘해보려고 노력해 봤지만 잘 안됐다.

이것을 가장 크게 느낀 것이 다이어트였다. 회사 생활의 스트레스를 먹는 거로 풀어버리던 악습관으로 인해 상당히 체중이 불었던 상황에서 운동을 다이어트의 방법으로 선택했다.

그리고 당연히 실패했다. 다이어트의 기본 규칙은 당연히 지속성인데 나는 운동이라는 방식을 지속적으로 할 수가 없었다.


하지만 동시에 다이어트가 힘들어서 운동을 그만두겠다고 하면 보편적으로 나오는 이미지가 있다. 게으름이나 나태함 같은 이미지를 운동을 포기한 나 스스로에게 새겨넣기 시작해서 자신을 패배자로 몰아갔다.

나는 다이어트에서 가장 중요한 요소가 자기애라고 생각하는데 그런 이미지를 스스로에게 새겨넣기 시작하는 순간 다이어트는 당연히 실패였다.


내가 그것이 방식이 잘못됐다는 걸 안 건 다른 다이어트 방식을 시도하고 나서였다.

어느 아는 사람을 살이 상당히 빠진 모습으로 다시 보게 되었다. 나는 당연히 다이어트 방식을 물어봤고 그는 1일 1식으로 감량을 했다고 한다.

내가 그 사실이 상당히 인상 깊었던 이유는 그도 나와 비슷한 이미지였기 때문이다. 운동 같은 걸 싫어하고, 집 밖에 나가기 싫어하는 당시의 내 기준에서는 살을 뺄 수가 없는 사람이었다. 그런 사람이 살을 뺐다고 하니 당연히 1일 1식에 흥미가 생겼다.


하루에 한 끼 먹는 나를 생각하니 썩 좋은 그림은 아니었다. 하루에 한 끼 먹는 걸 참을 수 있겠냐부터, 회사 생활에서 혼자 점심 안 먹는다고 하는 그림도 그리 좋아 보이진 않았다. 먹는 걸 줄이면 요요가 온다느니 하는 이야기도 많았다.

그런 핑계의 무덤이 수없이 있었지만, 그냥 한 번 해보기로 했다.


그렇게 한 번 해보기로 한 결과. 평생을 다이어트와 함께하면서 가장 좋은 성과를 얻었다. 체중을 정상 체중으로 돌렸으며 20대의 이룰 수 없던 과업이었던 키매 몸(키 - 몸무게)도키빼몸(키 - 몸무게)도 100으로 맞출 수가 있었다. 그리고 1년 정도 요요 없이 몸무게를 계속 유지하고 있다.

그리고 솔직히 말해서 1일 1식이 그리 힘들지 않았다. 공복의 고통이 없었냐고 묻는다면 거짓말이겠지만 적어도 운동하는 것보단 훨씬 편했다.


모 유튜버가 한 이야기가 있는데, 금연이 가장 세상에서 쉬운 일이라고 했다. 왜냐하면 무엇을 해야 하는 다른 일들보다 그냥 무엇을 안 하면 되기 때문이다. 물론 나는 흡연을 하지 않기 때문에 이 말이 어느 정도 무게를 지니는지는 잘 모르겠다.

여하튼 나도 비슷한 부류의 인간이라고 느꼈다. 운동이라는 무엇을 해야 하는 방식보다, 무엇을 안 해도 되는 1일 1식이 훨씬 나에게 쉬운 방식이다.


생각이 여기까지 다다랐을 때, 나는 인간이 태어났을 때부터 가지고 있는 기질을 나에 대해서는 좀 더 존중을 해줘야겠다고 느껴졌다.

물론 나도 운동을 해서 다이어트를 할 수 있을 것이다. 설령 운동을 싫어하는 기질을 가지고 있더라도, 초인적인 인내심으로 참고 참는다면 성공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것은 동시에 안 맞는 퍼즐 조각을 망치로 두드려서 맞추는 것과 비슷할지도 모른다. 그것보다는 자신의 태어난 기질을 인정하고 그것에 맞는 방식을 찾는 것이 훨씬 효율적이다.

이런 기질을 이해하면서 나는 동시에 사회가 원하는 이 나이대 남자의 모습을 지향하는 성향도 사라졌다. 사회가 보편적으로 원하는 모습을 맞추는 것보다 그냥 내가 원하는 방식으로 살아가는 것이 편안하고 효율적이다.


이 글을 쓰게 된 이유는 최근에 주말만 지나고 나면 일요일의 취침 시간이 새벽까지 늦어지곤 해서 그 이유에 대해 생각해 보다가 쓰게 되었다. 사실 학창 시절 방학에도 그냥 지내다 보면 취침이 시간이 자연히 새벽까지 늦어지곤 했다.

나의 본질에 대해서 조금 생각해 본다면 나는 야행성 인간인 것이 아닐까. 밤에 마음이 편안해지는 것도 있고, 그런 것들을 생각해 본다면 영 없는 이야기는 아니라고 본다.

그래도 직장생활을 하는 이상, 이것만큼은 그렇다고 해서 수정할 수는 없는 요소이긴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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