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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양이 알레르기와 용기

by 송현탁

부모님으로부터 받은 큰 키와 어느 정도의 풍채로 인해 나는 나 자신을 건강한 사람이라고 생각하며 살아오게 만들었다.

그렇기에 그날 밤 갑작스럽게 찾아온 그 현상은 나를 당혹스럽게 만들기 충분했다.


기침은 끝나지 않았으며, 눈은 붉게 충혈되었고, 코에서는 콧물이 계속해서 흐르고 있었다. 옆의 휴지통에 휴지의 산을 쌓으면서 나는 다음 날 출근임에도 불구하고 겨우 3시 즈음에야 다시 잠에 들 수 있었다.


다음 날 일어났지만, 자고 일어나면 감기 같은 건 깨끗하게 나아버리는 건강한 체질임에도 불구하고 눈은 여전히 붉게 충혈되어 있었고, 코에서도 콧물은 멈추지 않았다. 그나마 다행인 건 끊임없던 기침의 세례는 겨우 멈추게 되었다는 점이다.


출근을 못할 정도는 아니었기에 겨우 차에 몸을 싣고 회사에 도착했다. 내 몰골은 회사 사람이 보기에도 썩 정상적이지 않았기에 이런저런 관심이 나에게 닿았다.


그중 한 선배는, 그건 아마 고양이 때문일 거야.라고 말했다. 거기에 나는 말도 안 되는 이야기라고 일축했다. 고양이랑 살아온 지 거의 2년이 되어가는데 갑자기 이렇게 고양이 알레르기 증상이 폭발하듯이 일어날 수 있냐는 것이 내 논리였다.


어쨌든 병원에 가보라는 회사 동료들의 배려에 나는 오후에 회사에서 나와 내과를 찾았다. 의사 선생님은 알레르기 증상이 상당히 심한 상태이며, 심해지면 호흡이 불가능할 수 있다는 말로 나에게 긴장감을 심어주었다. 동시에 그런 증상이 발현되면 무조건 응급실로 가라고도 말씀하셨다.


다행이도 오후가 되자 알레르기 현상이 놀라울 정도로 호전되고 있던 상태라서 나는 약은 받지 않고 알레르기가 발생한 원인을 찾는 알레르기 검사만을 마치고 나는 병원을 나섰다.


그리고 그 알레르기 증상은 병원을 찾는 날까지도 다시 나타나지 않았다. 나는 역시 ‘여전히 고양이랑 계속 마주치고 있는데 알레르기 증상이 없는 걸 보면 고양이 때문은 아니야.’라고 생각했다.


그리고 며칠 뒤 나는 다시금 검사 결과를 알기 위해서 다시 병원을 향했다.


그리고 병원에서 받게 된 알레르기 검사의 결과는 100% 고양이 알레르기라는 결론이었다. 나는 의사 선생님에게 말도 안 되는 일이라고, 2년 동안 같이 살았는데 증상이 하나도 없다가 갑자기 이렇게 터져 나오는 게 말이 되냐고 물었다.


그러자 의사 선생님은 평소에는 알레르기 증상이 약하게 발현되다가, 몸의 컨디션이 안 좋아지면 그렇게 알레르기 증상이 폭발하듯이 나타나는 경우가 있다고 했다.


그러자 나의 머릿속을 스쳐 지나가는 일이 있었다. 최근 스스로 인식하지 못해도 회사에 출근하면 동료들이 눈이 이상하게 충혈되었다고 지적하는 일이 꽤나 있었다. 스스로 깊게 생각하지는 않았지만 돌이켜 생각해보면 그게 고양이 알레르기 증상인 것이다.


나는 의사 선생님에게 비는 마음으로, ‘선생님 그러면 저 고양이를 하나 키우고 있는데 어떻게 해야 될까요?’라고 물었다.


거기에 의사 선생님은 ‘상태가 심각해질 수 있으니… 아무쪼록 고양이는 키우지 않는 게 좋습니다.’라고 대답했다. 거기에 나는 긍정도 부정도 할 수 없었고 그저 검사지를 들고 집으로 돌아갈 수밖에 없었다.


여전히 고양이는 집으로 돌아온 나를 반겨주었다. 평소라면 그저 기뻤을 그 광경에 나는 오만 감정이 다 들었다.


그리고 그날 밤, 내가 내린 결론은 이 아이를 포기할 수 없다는 점이었다. 이 아이가 없는 광경을 상상할 수 없다.


나는 이 아이를 포기할 용기가 없다.


하지만 이제 뽀뽀는 안 돼.라고 스스로 룰을 하나 정했을 뿐이다.




그런 알레르기 현상이 일어나고 1년 정도 지난 지금, 그때와 같은 알레르기 증상은 단 한 번 일어났다. 그것도 정확히 병원에 갔던 주에 일어났고, 요일도 똑같이 알레르기 증상이 일어났던 일요일에 다시 일어났다.


그리고 그 2일의 공통점을 생각해본 결과 고양이와 함께하는 공범을 찾을 수 있었다.


그래, 그 공범은 배스킨라빈스였다.

평소 아이스크림을 좋아하는 나는 배스킨라빈스를 시키면 쿼터 사이즈는 혼자 해치울 정도였고, 컨디션이 좋은 날이면 패밀리 사이즈까지도 혼자 무찌를 때도 있었다.


그리고 그 고양이보다 더욱 공통점이 되는 하나는 이틀 다 저녁에 혼자 쿼터 사이즈의 아이스크림을 해치웠다는 점이다.


결국 고양이 + 배스킨라빈스의 조합이라면 나에게 알레르기 증상을 폭발시키는 조건이라는 걸 깨달았다. 생리학적인 이유는 잘 모르겠지만 차가운 것을 많이 먹어서 몸의 체계가 망가졌을 때 고양이 알레르기가 침입해서 그 사달이 나는 모양이라고 예측할 뿐이었다.


옛날에는 패밀리 사이즈도 문제없었는데, 스스로도 늙었다고 한탄하며 이 아이와 함께 있는 동안 아마 엄마는 외계인, 레인보우 샤베트, 아몬드 봉봉과는 잠시 작별하자고 생각했다.


아무리 생각해도 배스킨라빈스보다 이 아이가 몇만, 몇억 배는 훨씬 소중하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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