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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편소설 ) 고양이 세상의 앙골 모아

by 송현탁

세상은 인류가 멸망한 뒤, 고양이가 지배하고 있다.

지금의 세계로부터 셀 수 없을 정도로 긴 시간이 흘렀다. 그 사이에 인류는 자연스럽게 멸망하게 되었고 아이러니하게도 그 자리를 차지하게 된 것은 고도로 지능화된 고양이었다.

고양이는 고도로 발전한 지능과 그들의 특성을 한껏 살려서 자신들의 문명을 꽃피웠고, 그들의 문명은 지난 인간들의 문명을 지금의 우리가 원시인을 보는 것과 그들이 우리의 문명을 보는 것과 똑같은 수준으로 진보했다.

문명영구유지기관.

그리고 그렇게 발전한 고양이의 문명에서 가장 진보의 혁신에 있는 곳이 바로 이곳이다. 이곳은 고양이의 과거, 현재, 미래를 읽고 분석하며 적절한 조치를 취하는 것으로 현재 고양이 문명을 영구적으로 유지할 수 있도록 하는 기관이다.

“경보 발생. 특급 경보입니다. 전 직원들은 본래 자리에 돌아가신 후 앞으로의 경보 사항에 대비해주시길 바랍니다.”

현 고양이 문명의 최고 기술의 결정체. 과거도 미래도 예측할 수 있는 슈퍼 컴퓨터 바스테트가 스스로 연산을 지속하던 중에 특이점을 발견했다.

특이점이 발견되자마자 기관 내에 요란한 사이렌 소리와 함께 경보가 울려 퍼졌다. 고양이들은 신속하게 자기 자리로 돌아가서 위쪽의 명령에 대기했다.

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그 고양이 문명영구유지기관의 최심부에서 그 고양이들에게 앞으로의 지시를 내려야 할 이곳의 기관장 치즈는 무덤덤한 표정으로 요란한 경보를 내고 있는 슈퍼 컴퓨터 바스테트를 바라보고 있을 뿐이었다.

“냐아아앙~”

이런 비상 상황에서도 치즈는 고양이답게 하품을 하며 그저 요란한 경보가 끝나기를 기다리고 있었다.

“저기, 기관장님.”

그리고 이 문명영구유지기관의 기관장인 치즈의 밑으로 새롭게 들어온 엘리트 고양이, 나비는 의아한 표정으로 치즈에게 물었다.

“이래도 괜찮은 건가요…?”

치즈는 나비의 얼굴을 보더니 대답 대신 하품으로 대신했다.

“괜찮다냥.”

그리고 곧 얼마 있지 않아서 요란한 경보는 끝이 났다. 경보 상황이 끝난 것이 아니라 치즈가 임의로 경보 사이렌을 종료시킨 것이다. 이제야 시끄러운 소리가 끝났다듯이 치즈는 스스로 그루밍을 시작했다.

“뭔가요 이건…?”

나비가 치즈에게 물었다.

“나에게 묻지 말고 바스테트의 메시지를 읽어보라냥.”

치즈의 대답에 나비는 이 기관의 최심부에서만 확인할 수 있는 바스테트의 메시지를 읽어보았다. 바스테트가 이번 특급 경보를 보낸 이유는 다음과 같았다.

“선조의 소실 가능성… 이게 무슨 소리인가요?”

“설명하기 귀찮다냥.”

치즈가 데굴데굴 거리면서 대답했다.

“너무해요.”

“윽. 그렇게 찡그린 표정 짓지 마. 알려줄게.”

나비의 암컷 표정에, 천생을 연구에 바쳐 암컷에 대한 내성이 전혀 없는 수컷 고양이인 치즈가 당황해했다.

“고양이의 선조는 누굴까냥.”

“고양이의 선조는 그분이시죠.”

그분. 이름도 종도 성별도 무엇도 남겨져 있지 않다. 하지만 그분이 있어서 이 고양이 사회가 이룩될 수 있다.

어느 날, 평범한 고양이들 사이에서 그분이 태어났다. 그분은 일종의 돌연변이로서 매우 뛰어난 지능을 가지고 있는 고양이었다. 마치 현재의 경주마들의 90%가 같은 혈통인 것처럼 그분의 자식들은 널리 널리 퍼져나갔다. 그리고 그분의 혈통인 고양이들은 인간이 멸종한 지구의 다음 주인이 될 수 있었다.

“그러면 이제 소실 가능성이라는 말을 생각해보라냥.”

“소실 가능성이라…”

소실 가능성이라는 건 말 그대로 소실이 될 가능성이 있다는 말이다. 뭐 특출한 학위를 가지고 있는 사람들이 사용하는 전문 용어가 아닌 이상 말이다.

“그분이 사라질 수 있다는 말인가요?”

“정답! 물론 겉으로만 해석하기엔 말이 다낭. 대략 50% 정도만 정답이라고 해주겠다냥.”

“그럴 수가 있나요…?”

나비의 의문. 아니 그 어떤 고양이라도 가질 수 있는 의문이다.

“어떻게 과거의 존재가 사라질 수 있죠?”

“냥! 이래서 문과는 안된다냥!”

“문과가 무슨 상관이죠.”

“문과가 문제라기보다는, 이런 중요한 자리에 박사 학위 3개는 가지고 있을 인재가 아닌 단순히 공무원 시험 잘 본 고양이를 앉혀놓은 정부가 문제다냥!”

“네네… 최연소 박사 학위에, 박사 학위 5개나 가지고 있고, 아마 근 5년 안에 냐벨상을 받을 확률이 높은 기관장님께서 이 고양이에게 설명 좀 부탁드립니다…”

나비의 사탕발림 칭찬에 치즈의 표정이 약간 좋아졌다.

“흠흠! 어쩔 수 없다냥. 내가 특별히 알려주도록 하겠다냥. 이건 겉핥기로만 알려고 해도 최소한 박사 학위는 있어야 하니, 네 수준에 맞춰서 특별히 설명해주겠다냥!”

“네네, 감사합니다.”

그리고 나비는 기분 좋은 듯이 나불대기 시작했다.

“과거와 미래, 그리고 현재는 아주 우연히 겹치는 순간이 있다냥. 이렇게 겹치는 순간이 되면 우리 바스테트는 과거와 미래를 관측할 수 있게된다냥. 물론 겹치는 확률은 매우 낮지만, 과거와 미래는 무한하기 때문에 바스테트는 상시 수많은 과거와 미래를 관측하고 있다냥.”

“여기까지는 고등학생도 알 수 있겠네요.”

“그리고 오늘의 경보는 바스테트가 과거를 관측하던 도중, 발견해버리고 만 것이다냥! 바로 우리의 선조, 그분이 사라질 확률을 말이다냥.”

“네…? 그럴 수가 있나요?”

“뭐가 문제다냥?”

“과거는 고정되어 있잖아요.”

과거는 고정되어 있다. 이제는 고등학교 수준의 과학 수준이다. 아직은 치즈가 발표하지 않은 어떤 이론을 제외하면 말이다.

“이래서 박사 학위가 필요하다는 거다냥. 과거는 물론 고정되어 있지만, 그건 바스테트 이전 시대의 이야기다냥. 우리가 바스테트로 관측한 결과 그 과거들 중에서도 고정되어 있지 않은, 변동 가능성이 생겨버린 과거가 있었다냥. 물론 확률은 매우 매우, 매우 매우 매우 낮지만 아까도 말했지만 과거는 무한하기 때문에 매우 드물게 나타난다냥.”

“그러면 과거가 어느 날 갑자기 변동될 수도 있다는 말인가요?”

“그렇다냥.”

“그러면 저나 기관장님이 갑자기 어렸을 적에 사고를 당해서 죽었다는 식으로 과거가 변동돼서 오늘 갑자기 사라질 수도 있는 건가요?”

“그럴 수도 있다냥. 하지만 걱정마라냥. 그런 식으로 과거 변동 가능성이 생기는 곳은 우리가 바스테트로 관측할 수 있는 과거 및 미래에서 한정되게 일어난다냥.”

“둘이 무슨 상관이죠?”

“모른다냥.”

“네?”

“모르는 것은 죄가 아니다냥! 무지에서부터 진리는 나타나는 법이다냥! 그리고 그 해답이 나를 냐벨상을 타게 해 줄 것이다냥!”

치즈의 목소리가 기관 중심부에 울려 퍼졌다.

“설명 감사합니다. 기관장님.”

“외부 강의로 치면 자네 연봉 정도의 강의료가 필요한 강의니 감사하도록 해라냥.”

“네… 그런데 가장 핵심 문제인 우리 선조는 왜 사라지는 건가요?”

“음…”

치즈가 목소리를 흐렸다.

“중…”

“중… 뭐요?”

“중성화 수술이다냥.”


“다녀왔어.”

나는 문을 열고 집으로 들어갔다. 그리고 언제나처럼 입구에서 나를 기다리고 있던 나의 가족, 고양이 필의 느낌이 평소와는 다르다는 것을 깨닫고 나는 다시 그 시즌이 돌아왔구나라고 생각했다.

행동 첫 번째.

얼굴을 지나칠 정도로 나의 몸에 문지른다.

행동 두 번째.

하루 종일 울어댄다.

행동 세 번째.

계속해서 바닥에 굴러댄다.

이런 3가지 현상에 입각하여 나는 하나의 결론을 내릴 수 있었다.

발정기 시즌이 돌아왔구나.

그리고 나는 이 시즌이 돌아올 때마다 잊어버리고 있던 하나의 의제를 생각하지 않을 수가 없다.

중성화 수술.

나의 손에 얼굴을 계속 문지르는 필을 보면서 나는 다시금 고민에 빠졌다.


“중성화 수술이요? 그 우리가 인간의 애완동물이었던 시절에 있었던 그 무자비한 수술이요?”

나비가 흥분된 목소리로 이야기했다.

“무자비하긴 하지만… 지금의 잣대로 그때를 평가하면 안된다냥.”

흥분한 나비를 진정시키며 치즈가 이야기했다.

“그래서 그 수술이 우리 선조의 소실 가능성과 무슨 상관인가요?”

“중성화 수술이란 말 그대로 자식을 낳을 수 없게 되는 수술. 아마 선조의 조상이 될 그 고양이가 중성화 수술을 한 것으로 인해, 우리의 선조가 태어나지 않게 되는 거다냥.”

“우리의 선조가 태어나지 않으면요?”

“그분의 돌연변이 유전자를 기초로 세워진 우리 고양이 사회도 없던 것이 되어버리고. 종래의 이 지구 상의 모든 고양이가 사라지거나, 아니면 단순히 야생동물이 되어버릴지도 모르는 것이다냥.”

“말도 안 돼요…”

나비가 창백한 표정이 되었다.

“나비효과라는 것이다냥.”

“고작 인간의 그런 선택 하나 때문에 이 정도의 진보를 이룩한 우리 고양이가 멸망을 해야 되다니, 정말 말도 안 되는 일이라고요.”

“걱정 마라냥, 그걸 위한 우리 문명영구유지기관이다냥.”

“그러면 우리가 뭘 할 수 있죠?”

“지켜보는 것이다냥.”

“네…?”

“과거와 현재가 겹쳐버린 순간, 과거로의 간섭은 충분히 가능하지만. 오히려 우리의 간섭으로 인해서 알 수 없는 변수가 생겨버려서 불똥이 어디로 튈지 모르는 것이다냥. 그렇기에 우리는 그저 지켜보기만 하며, 진짜 최악의 순간에 간섭을 해야 되는 것. 그것이 우리의 역할이다냥.”


고양이를 중성화시켜야 하는가.

매번 늘 깊게 생각하지만, 결론을 내리지 못하고 결국 다음 필의 발정기가 오면 또다시 떠올리게 되는 의제였다.

일단 내가 중성화 수술을 어느 정도 긍정하고 있는 이유는, 매번 찾아오는 이 발정기가 필에게 지나칠 정도로 스트레스가 아닐까 싶은 걱정 때문이다. 거진 일주일에 가까운 기간 동안 온몸을 바닥에 문대면서, 계속 울어대는 모습은 보기에 참으로 안타까운 광경이다. 필과 대화는 할 수 없지만 필의 모습은 고통스러워하는 모습 그 자체였다.

하지만 그렇다고 내가 중성화 수술을 진행하지 않는 이유는 바로 내가 무엇인데, 이 아이의 번식권을 빼앗을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이었다. 고작 이 아이의 주인이라는 이유로 내가 이 아이의 번식권을 빼앗는 것은 개인적으로는 굉장히 오만한 이유라고 생각한다.

그렇기에 나는 오늘도 중심에서 흔들리고 있다.


“아 주파수… 잡았다냥. 어때 나비, 디스플레이는 잘 보이냥?”

기계에 부착된 볼륨 스위치를 조작하면서 치즈는 티비를 보고 있는 나비에게 말했다. 치즈가 어느 정도 볼륨 스위치를 조작하자 디스플레이에 한 영상이 나타났다.

“네, 잘 보여요. 우리의 선조의 조상도. 그리고 그 답답한 주인도 말이죠.”

나비가 심드렁하게 대답했다.

“그 주인에 대해 나쁜 말은 삼가해라냥.”

“왜요?”

“그 주인은 지금은 중성화 수술을 고민하고 있는 사람일지도 모르겠지만, 변동 가능성이 생기지 않은 원래의 역사에서는 결국 중성화 수술을 하지 않았고, 그 결과 우리의 선조가 태어났다냥. 어찌 보면 과거 인간사에 있었던 성모 마리아와 같을 수도 있다냥.”

“저도 인간사를 꽤 공부했는데, 저런 한심한 인간과 성모 마리아라는 분은 비교할 대상이 전혀 안돼요.”

“글쎄… 중성화 수술만 고민하고 있을 뿐, 고양이를 생각하고 있는 마음은 진심인 것 같은데냥.”

“저 정도는 당연히 해야 되는 것 아닌가요?”

“저 시절의 고양이의 위치를 생각해보면, 당연한 것이 당연하지 않을 수도 있다냥. 적어도 선조의 조상을 이해할 수 있는 우리가 보았을 때, 주인이 조상을 얼마나 사랑하는지는 알 수 없어도 조상이 그 주인을 얼마나 좋아하는지는 잘 알 수 있지 않냐냥.”

“네… 자신을 중성화 수술을 시킬지도 모르는 한심한 주인을, 우리의 선조의 조상은 이상할 정도로 좋아하네요.”

“지금 우리의 잣대로는 그때의 인간과 고양이의 관계를 절대로 이해할 수 없다냥.”


솔직히 이야기하면 중성화 수술을 시키지 않는 것이 이상적이라는 건 알고 있다.

중성화 수술을 시키지 않고, 적절한 반려자를 만나서 새끼를 낳아서 기르는 것이 그것이 필에게 있어서 본질적으로 행복한 일이라는 걸 알고 있다.

하지만 여기서부터는 내가 걸림돌이다.

필에게 적절한 반려자를 찾아주고, 임신한 필을 케어해주며, 출산한 필의 자식들까지 책임지는 건 벅찬 일이라고 생각한다.

물론 그것에 전력투구를 한다면 못할 일도 아니겠지만, 직장일을 비롯한 나에게는 수많은 일이 남아있고 그것에 오롯이 전력투구를 할 체력은 되지 못한다.

그렇게 생각하면 참으로 이기적인 주인이 아닐까.라는 생각도 든다.

10평 남짓한 공간에 고양이를 기르고 있고,

하루에 10시간 정도는 함께 있지 못한다.

그 10평의 공간에서 혼자 있을 고양이의 기분을 헤아릴 수 없다.

가끔은 네가 이야기해줬으면 하는 생각도 있어, 필.

답답하다면 답답하다고.

외롭다면 외롭다고.

아프면 아프다고.

대화할 수 있으면 참 좋겠다는 생각이 들 때가 있어.

중성화 수술도, 네가 하고 싶다. 하기 싫다고 이야기해줬으면 참으로 편할 텐데.

필의 묘생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일 중 하나인데 그걸 오롯이 나의 판단으로만 결정한다는 건 있을 수 없는 일인 것 같다.

“생명을 받아들인다는 게 이렇게 어려운 일이었다면 기르지 않을 걸 그랬어.”

나는 필을 바라보고 중얼거렸다.

“야옹.”

나의 중얼거림에 같이 울음소리를 낸 필을 보고 나는 답장을 해준 것이 아닐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고양이와 인간의 대화는 가능한가요?”

나비가 치즈에게 물었다.

“물론, 불가능이다냥. 지금 우리가 서로의 대화를 이해하고 있는 건 인간의 언어를 즉시 번역하여 듣고 있기 때문이다냥. 인간은 고양이의 말을 모르고, 고양이는 인간의 말을 모른다냥.”

“그러면 지금 대화는… 뭔가요?”

“그러게 말이다냥. 우연의 우연을 겹쳐서 일어난 일이라고 할까냥…”

그렇게 이야기하며 아까 전의 그 상황을 치즈는 떠올렸다.


“생명을 받아들인다는 게 이렇게 어려운 일이었다면 기르지 않을 걸 그랬어.”

“야옹(언제나 고마워.)”


“뭐 애초에, 서로 소통된다는 느낌의 대화도 아니었지만 말이다냥.”

“인간과 고양이의 관계는 어려워요.”

“어려운 것이 아니다냥. 우리에겐 이제 와서 절대로 이해할 수 없는 것이다냥.”

“그렇군요.”

“중성화 수술이라는 것도, 지금의 우리에게 있어서는 이해할 수 없는 일이겠지만 우리는 그 시대의 고양이로 살아본 적이 없기에 함부로 평가할 수 없는 것이다냥.”

“알겠습니다.”

나비는 고개를 끄덕였다.


나는 문을 열고 집으로 들어갔다. 입구에서는 언제나처럼 필이 기다리고 있다.

필의 행동이 어제와 다른 것을 보고, 나는 드디어 발정기가 끝이 났구나.라고 느꼈다.

동시에 필의 중성화 수술에 대한 고민은 언제나처럼 필의 발정기가 끝이 나며 동시에 사라졌다.

“많이 기다렸지?”

나는 현관에 앉아있는 필을 안아 들고는 방 안으로 들어갔다. 필은 내 품에서 고개를 들고서는 필사적으로 나의 얼굴(주로 콧등) 쪽을 그루밍하려고 했다.

나는 그런 필을 보면서, 중성화 수술에 대한 고민은 계속되겠지만 결코 중성화 수술을 하겠다는 방향으로는 나아갈 수 없을 것이라고 느꼈다.

언제나처럼 우유부단하게 끝을 맺었다.


“기관장님. 특급 경보가 끝이 났어요.”

나비가 치즈에게 이야기했다.

“다행이다냥.”

치즈가 커피를 홀짝이며 대답했다.

“이제 우리 고양이들도 안전한 거 맞죠?”

“아니. 아마 다음 발정기 때 또 특급 경보가 울려 퍼질 것 같다냥.”

“언제까지 반복해야 되나요?”

“아마 선조의 조상이 자식을 낳을 때까지…?”

“그런 날이 올까요?”

“우리 고양이들의 입장에서는 믿을 수밖에 없다냥.”

“그러면 이제 밤에 잠 못 잘 것 같아요…”

“내가 생각해봤자 어찌할 수 없는 일이라면 차라리 고민하지 말라냥.”

치즈가 커피를 홀짝였다.

“그나저나… 진짜 어른인 척하시네요.”

“뭐라냥?”

“저보다 나이도 어리면서…”

나비는 대학 졸업 후 정상적인 나이로 이 기관에 들어왔지만, 치즈는 천재 고양이로서 월반의 월반을 넘어서 이곳에 들어와서 기관장의 위치에 올랐기에 나비보다는 나이가 2~3살 정도 어렸다.

“상급자에게 무슨 말버릇이다냥!?”

“냥버릇도 못 고치셨고…”

냥버릇이란 말 끝을 냥으로 끝내는 말버릇인데, 대다수의 어린 고양이들이 사용하는 말버릇이지만 대게 초등학교를 졸업하면서 같이 졸업하게 되는 말버릇이다.

“완전히 아이네요. 아이.”

“이 위대한 문명영구유지기관의 기관장이자, 최연소 냐벨상 수상(예정)인 나에게 무슨 말버릇이다냥!? 너, 너 같은 고양이는 필요없다냥!”

치즈는 흥분했다.

“아… 그러면 저도 아버지에게 이야기할게요. 기관장이라는 사람이 특급 경보가 울려도 뒹굴뒹굴 거리고 있다고 말이에요.”

“아버지가 누군데냥?”

치즈의 물음에 나비는, 아마 이 나라의 사람 대부분이 알고 있을 한 사람의 이름을 입에 담았다.

“앗앗…”

치즈의 얼굴이 얼어붙었다.

“앞으로 열심히 해봐요, 치즈 기관장님!”

그런 치즈를 보고 나비는 빙긋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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