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 건강차로 생맥산 한잔.

by 솔내

사계절과 건강

건강이란 인체 내부를 잘 다스리는 것과 외부 환경에 조화롭게 적응하는 두 측면으로 나눌 수 있습니다.

그중 누구나 공통적으로 겪는 외부 환경이 ‘계절’입니다.

우리나라는 사계절이 뚜렷합니다.

따스한 봄, 무더운 여름, 선선한 가을, 매서운 겨울이 분명하게 구분됩니다.

최근 기후 변화로 봄과 가을이 짧아지고 있지만, 여전히 뚜렷한 계절 변화는 우리의 생활과 몸에 큰 영향을 미칩니다.


연중 기온 차이를 보면 겨울은 영하 10도, 여름은 영상 35도까지 올라가니 약 45도 가까운 차이가 납니다. 우리는 익숙해져 크게 느껴지지 않지만, 기온 변화가 크지 않은 나라에서 온 이들은 이 차이를 몹시 힘들어합니다. 여름의 무더위와 높은 습도, 겨울의 한기는 한국 생활에서 가장 놀랍고 적응하기 어려운 요소라 하기도 합니다.


특히 ‘환절기’는 몸의 적응력이 시험받는 시기입니다. 많은 사람들이 환절기를 불편한 시기로 여기지만, 사실은 계절 사이의 완충시기라 볼 수 있습니다. 만약 봄에서 여름, 여름에서 가을로 기온과 기운이 갑자기 바뀐다면, 그 부담은 오히려 몸에 더 크게 다가올 것입니다.

오행 사상에 따르면, 봄은 목(木), 여름은 화(火), 가을은 금(金), 겨울은 수(水)에 해당하며, 환절기는 이들 사이를 조화롭게 이어주는 토(土)의 역할을 합니다. 균형과 중화의 시간입니다.


여름철 건강관리

그렇다면 더위가 극심한 여름에 우리는 어떤 방식으로 몸을 조절하면 좋을까요?

여름철에는 몸의 겉과 윗부분에 열이 몰리기 쉽고, 아래와 뱃속은 상대적으로 차가워지는 경향이 있습니다. 이로 인해 인체의 기본 순환인 수승화강(水昇火降)이 흐트러질 수 있습니다. 신장의 수기(水氣)가 위로 잘 오르지 않으면 머리와 가슴이 답답해지고 열감을 느낄 수 있습니다. 심장의 화기(火氣)가 아래로 내려가지 않으면 복부가 차가워지면서 배탈이 나거나 소화가 불편해질 수 있습니다.


따라서 여름철 건강관리는 두 가지 방향에서 이뤄져야 합니다.

하나는 땀으로 소실되는 수분과 기운을 보충하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겉은 시원하게 유지하면서 속은 따뜻하게 보호하는 것입니다. 이를 위해 예로부터 복날이면 삼계탕 같은 보양식을 먹는 풍습이 있었습니다. 찹쌀, 대추, 인삼, 닭 등 따뜻한 성질의 재료로 만든 음식은 뱃속을 데우고 기운을 보충해 줍니다.

찹쌀은 곡류 중에서도 따뜻한 기운을 지니며, 대추는 혈액을 생성하고 보충하는 ‘보혈’ 약초입니다. 인삼은 대표적인 ‘보기(補氣)’ 약재로 원기를 북돋습니다. 닭고기는 육류 중에서도 따뜻한 성질을 가진 식품입니다. 이러한 양(陽)적인 성질의 식품만을 배합하여 더운 여름에 먹는 것은 여름에 생기는 몸의 겉과 속의 상대적 온도편차를 조절하는 지혜였습니다.


원래 여름철의 기본 식이는 몸을 식히는 음식을 먹는 것입니다. 미역냉국, 열무김치, 보리밥, 된장국, 수박, 가지, 오이 같은 채소들이 대표적인 식품입니다. 이러한 음식들은 체온을 낮추고 수기(水氣)를 공급하는 데 도움을 줍니다.


생맥산 약초와 효과

수행자는 육식을 하지 않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럴 때는 보양식 대신 보양차가 훌륭한 대안이 됩니다.

대표적인 예가 생맥산(生脈散)입니다. 생맥산은 전통 한방 처방으로, 인삼(人蔘), 맥문동(麥門冬), 오미자(五味子)의 세 가지 재료로 구성됩니다.


인삼은 기운을 보태고 원기를 끌어올리는 보기약초입니다. 맥문동은 땀으로 손실된 체액과 음기(陰氣)를 보충해 주는 보음약초입니다. 오미자는 기운을 밖으로 흩어지지 않게 수렴해 주는 작용을 합니다. 한방에 신산산수(辛散酸收)라는 말이 있습니다. '매운맛은 발산하고 신맛은 거두어들인다'입니다. 여름철은 확산의 계절입니다. 열과 함께 몸의 수분인 땀도 배출되고 기운의 분포도 퍼집니다. 이러한 흐름을 역전시키는 것입니다


인삼은 기운을 북돋고, 맥문동은 진액을 보충하며 몸의 촉촉함을 기르며, 오미자는 그 기운을 잘 간직하게 해 줍니다. 이는 단순한 해열이 아니라, 몸 안의 기운 흐름을 다시 원위치로 돌려놓는 이치에 따른 처방입니다.

맑고 부드러운 생맥산 한 잔은 여름철 수행자에게 생기를 불어넣어 줍니다.

명상과 일상 속에서 몸과 마음의 균형을 도모하고 싶은 날, 한잔 마셔보는 것도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