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흡 명상을 지도하다 보면 자주 듣게 되는 질문이 있습니다.
"평소에는 잘 호흡하는데, 명상에 집중하면 오히려 숨쉬기가 어려워져요."
왜 이런 일이 생길까요?
분명 평소 아무런 어려움 없이 하던 호흡이 편해지기 위해 하는 명상에서 오히려 어려워지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이는 평소의 의식을 쓰는 습관과 연관이 있습니다. 호흡은 자율신경계에 의해 자동으로 이루어지지만, 동시에 어느 정도는 의식적으로 조절이 가능합니다. 예를 들어 우리는 숨을 깊이 들이쉴 수도 있고, 잠깐 멈출 수도 있습니다. 이에 반해 심장 박동처럼 완전히 자율적인 기능은 스스로 조절할 수 없습니다. 심장을 천천히 뛰게 하거나 잠시 멈추게 할 수는 없습니다.
수련자는 자신이 평소 익숙한 의식습관, 집중습관을 호흡명상에 그대로 적용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무언가에 집중할 때 어깨나 복부에 힘을 주며 긴장한 채 의식을 모으는 것입니다. 그 결과, 호흡이 차츰 편안해지기보다는 오히려 억제되거나 불편해지는 경우가 생깁니다.
이럴 때는 먼저 몸과 마음을 충분히 이완시켜야 합니다.
기다리듯이 자연스럽게 수련에 임하는 것이 좋습니다.
그래서 명상을 처음 배울 때는 '이완 명상'을 먼저 배우는 경우가 많습니다.
심신이 충분히 풀린 상태일 때, 호흡과 의식을 좀 더 편안하게 사용할 수 있습니다.
운동선수에게도 "힘을 빼라"는 지도가 자주 이루어집니다.
힘을 써야 하는 운동에서 오히려 힘을 빼라고 하는 이유는 적절한 이완된 상태에서야 제대로 힘을 쓸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근육은 수축과 이완을 반복하며 효율적으로 작동해야 합니다.
긴장은 몸과 마음을 '어중간한 수축' 상태에 두고, 에너지를 소모하며 신경의 반응 속도를 떨어뜨립니다.
명상 역시 이와 같습니다. 몸에 힘을 빼는 것에 더해, 의식과 마음의 힘도 빼면 좋습니다.
이때 효과적인 수련이 바디스캔입니다. 바디스캔은 몸의 각 부위를 차례로 인식하며 감각을 관찰하는 명상 기법으로, 심신의 깊은 이완을 유도합니다.
이완을 위해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기다리는 것입니다. 긴장은 조급함에서 생깁니다. 조급함은 빨리 이루려는 마음에서 초래됩니다. 수련을 그르치는 가장 큰 원인 중 하나가 빨리 이루려는 마음입니다. 이러한 마음이 과하면 수련 중 부지불식간에 상(相)을 지을 수 있습니다. 즉 상념의 힘을 동원해 특정한 이미지를 만들어 수련이 질 된다는 착각에 들게 됩니다.
그래서 ‘여유 있고 넉넉한 마음으로 수련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이를 위한 실천 지침이 기다리는 것입니다.
기다리는 마음은 수동적인 태도가 아닙니다.
그것은 순리를 따르는 능동적 여유입니다.
무언가를 억지로 이끌지 않고, 흐름에 맡길 수 있는 내면의 성숙입니다.
명상은 새로운 의식 습관을 형성해 가는 과정입니다.
기존의 습관을 내려놓는 것이 곧 이완입니다. 이완을 바탕으로 집중이 일어납니다.
이것은 음양의 이치와도 같습니다. 이완(음)은 기반이 되고, 집중(양)은 그 위에 세워지는 작용입니다.
균형 잡힌 음양의 흐름 위에서, 우리는 더욱 부드럽고 편안한 집중을 경험하게 됩니다.
명상은 ‘잘하려는 노력’을 내려놓을 때 비로소 깊이 있게 진행됩니다.
모든 것을 내려놓고, 여유롭고 넉넉한 마음으로 임하는 것. 그것이 호흡명상의 출발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