점검일

by 솔내

도장을 다닌 지 보름쯤 되었다. 며칠 뒤 '점검일'이라는 안내를 받았다. 석문호흡 도문(道門)에서 승인한 점검자에게 한 달 동안의 수련이 얼마나 진척되었는지를 확인받는 날이었다. 다른 수행에서도 보름에 한 번씩 스승과 대면하여 공부를 점검받는 일이 있었기에 낯설지는 않았다. 인도의 명상에서는 '사트상(Satsang)'이 있다. 수행자가 스승과 함께 앉아 질문과 응답을 통해 수행의 방향을 점검하고 진리에 대해 공부하는 시간이다. 이번 점검도 그와 비슷한 과정일 거라 여겼다.


저녁 일과를 평소보다 일찍 마치고 도장에 갔다. 직장을 마치고 온 도반들이 열 명가량 모여 있었다. 나는 평소 늦은 시간에 도장에 다녀 다른 도반들과 마주칠 일이 거의 없었기에 이들 대부분과 처음 인사했다. 같은 수련을 한다는 공통분모 덕분인지 대화는 쉽게 오갔다.

나는 이제 보름 정도 수련한 터라 점검 대상자는 아니었다. 지원장님이 도반들과 교류도 하고 점검자에게 인사도 할 겸 참석을 권유하였다. 점검은 사범실에서 이루어졌다. 같은 단계의 수련자 서너 명이 함께 들어가 점검을 받았다.


점검을 기다리는 도반들은 그간의 수련 경험을 나누었다.

"지난달엔 단전에 기운이 30% 찼다고 했는데, 이번엔 얼마나 더 채워졌을지 궁금하네요. "

"이번 달엔 일이 많아서 수련을 충분히 못 했어요. "

수련의 진도, 상태, 양에 대해 말했다.


한 도반이 점검을 마치고 사범실에서 나오자 다들 궁금한지 물었다.

"결과가 어땠어요?"

"다음 달부터 좌식 수련에 들어갑니다. 단전에 기운이 100% 찼다고 하시네요."

점검을 받은 도반이 입꼬리를 올리며 말했다.

나는 이전에도 수행을 하며 1:1 지도나 면담을 받아본 적은 있지만, 단전에 기운이 찬 비율을 수치로 점검하는 방식은 처음 접했다.


'그걸 어떻게 아는 걸까?' 어리둥절한 표정을 짓고 있으니 옆에 있던 김도반이 설명했다.

"점검은 실제로 단전에 얼마나 기운이 찼는지를 확인하는 겁니다. 퍼센트로 말씀해 주세요. 와식과 좌식은 그렇게 점검받습니다. 이후 운기 수련부터는 기운이 경락에서 어디까지 흘러갔는지를 체크합니다."

"그걸 어떻게 알 수 있죠?"

"점검하시는 분이 도반님의 기운과 조응해서 자기 몸으로 확인한다고 들었습니다. 라디오 주파수를 맞추면 방송이 들리듯, 수련자의 기운에 집중해 알아내시는 것 같아요. 대주천 이상이 되어야 가능한 능력이라고 합니다."

"그렇게 해서 정확히 알 수 있나요?"

"숫자만큼 정밀한지는 모르겠지만, 호흡이 잘 되는지, 의식이 잘 집중되는지 까지 파악해 지도해 주시니 저는 신뢰가 생기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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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대의 기운을 읽고 느낀다는 건 책에서만 보던 것이다. 그걸 실제로 접하니 신기하고 궁금했다. 다음 달 점검이 기대가 되었다. 이야기를 나누던 중 김도반 차례가 되어 안으로 들어갔다. 순서는 수련단계가 낮은 도반부터 높은 순으로 진행되었다. 김도반은 다른 도반들보다 시간이 오래 걸렸다. 잠시 후 지원장님과 함께 나왔다.

"우리 도장에서 처음으로 소주천 수련자가 나왔습니다. 김도반님이 소주천으로 승급했습니다."


지원장님의 말에 도반들이 환호하며 박수를 보냈다. '소주천, 임독맥 운기 수련'이라니. 부러움과 동시에 얼마나 수련했는지 궁금함이 일었다. 들어갈 때보다 얼굴이 환하게 밝아진 김 도반은 감사 인사를 하며 지난 1년간의 소감을 간단히 말했다. 나는 그 말을 들으며 '와식부터 좌식, 대맥, 그리고 소주천까지 가는 데 대략 1년 정도가 걸리는구나' 하고 짐작했다. 이후 한참 지나 '수련 기간은 개인의 노력과 건강 상태, 도문 전체의 흐름 등 여러 변수에 따라 달라진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점검을 하신 분은 마지막 도반까지 마친 뒤, 밖으로 나와 함께 차를 나누었다. 사범님은 50대 중반 정도로 보였다. 태음인 체형에 부드러운 미소가 원래 장착되어 있는 듯한 후덕한 인상이었다. 태권도 유단자로 과거 국제 심판 경력도 있다고 들었다.

점검자께서 전체 평을 해주셨다.

"도반님들의 호흡이 전반적으로 안정되고 깊어졌습니다."

이후 호흡에 도움이 되는 배풀기를 가르쳐주었다.

”집중력을 높이려면 호흡이 편안하고 깊어야 합니다. 복부 근육이 잘 풀리면 호흡이 보다 수월하게 됩니다. 본수련 전에 복부마사지를 하고 해 보세요. "


도반 한 분을 눕혀 시범을 보여주었다. 수련자가 스스로 할 수 있는 마사지였다. 다리는 반쯤 구부려 복근이 느슨한 상태가 되게 하였다. 양손은 겹쳐 손가락으로 복부를 지그시 눌렀다. 먼저 배 위에서 아래으로 미끄러지듯이 마사지했다. 다음 손바닥 아래 넓은 면으로 복부 좌우로 왕복하며 풀었다. 이후 배꼽을 중심으로 원을 그리며 마사지하였는데 점점 크게 하다가 작게 하며 마무리했다.


점검자께서는 수기요법, 교정체조에도 능하셔서 몸을 다스리는 방법을 잘 아시는 듯했다. 도반들이 평소 궁금하던 것을 묻는 시간이 30분 정도 이어졌다. 다들 귀를 쫑긋 해 듣느라 밤 10시가 넘어서야 마쳤다. 오늘은 또 다른 기(氣)의 세계를 본 듯하다.

점검, 기체크, 기감, 수련단계.

새로운 수련에 들어섰음을 실감하는 시간이었다.

화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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