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점검

by 솔내

기대하던 첫 점검일이 찾아왔다. 지난 점검 때는 인사만 했으니 실제로는 한 달 반 만의 점검이었다.

낯익은 도반들과 반갑게 인사를 하고, 그간의 수련 이야기를 나누었다.

“저는 기감이 없는 편인지, 아직 단전이 잘 느껴지지 않아요.”

좌식수련 두 달째인 정도반은 단계는 올랐지만 기감이 약해 고민인 듯했다.

“계속 수련하다 보면 나아져요. 어떤 분들은 초반에 기감이 약했다가도 나중에 발달하는 경우도 있어요.”

소주천에 승급한 김도반은 도반들의 다양한 경험을 들은 것 같았다.


나도 내심 궁금한 점을 물었다.

“저는 요즘 단전에 기운이 모이는 듯하며 묵직한 감이 들었습니다. 보통은 어떤 느낌이 드나요?”

“저도 기운이 모일 때는 묵직한 느낌이 먼저 왔습니다. 그다음에는 아랫배의 따뜻한 느낌이 들었습니다.

강할 때는 열감으로 느껴지기도 했죠.”

김도반은 오래 수련한 만큼 경험이 많았다.


정도반이 기억을 더듬으며 말했다.

“저는 단전 부근에 콕콕 찌르는 듯한 느낌이 있었어요.”

“그런 느낌도 있군요. 기의 흐름으로 인해 몸에 나타나는 변화일 것 같습니다. 점검자분에게 물어보세요.”

김도반이 웃으며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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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원장님이 늘 답변을 해주시지만 아무래도 도반끼리 묻기가 편해서 그런지 여러 얘기를 나누었다. 개인의 경험에 제한된 이야기지만 ‘이런 기본적인 것을 물어도 될까’하는 질문도 오갔다.

내 차례가 되어 사범실로 들어갔다. 지난번 점검자분이 아니었다. 20대 후반으로 보이는, 젊고 차분하면서도 예리한 인상의 사범님이 계셨다. 이십 대에 벌써 점검자이시니 일찍부터 수련을 시작했을 것이라 짐작했다. 옆에 앉아있던 지원장님이 간단히 내 소개를 하고 수련상태를 이야기했다. 명상을 했던 경험, 상기증세, 그간의 호흡수련 진행사항들을 말했다.


점검자께서는 가만히 듣고 나서 잠시 10초 정도 눈을 감고 있다가 떴다.

“단전에 기운이 약 20% 정도 모였습니다. 상기는 점차 나아질 테니 걱정하지 마세요. 그리고 개인 행공으로 북선법 2번과 일월법 6번을 하세요.”

무슨 말인지 몰라 지원장님을 바라보니 나중에 따로 알려주시겠다고 했다.


점검자께서 질문이 있는지 물으셨다.

“어느 정도 수련하면 상기가 나아질까요?”

“이미 제법 안정되었고 차츰 나아질 겁니다. 꾸준히 수련하는 것이 중요해요.”

빙긋이 웃으며 답하셨다. 감사 인사를 드리고 나서 밖으로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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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 퍼센트 나왔어요?”

정도반이 호기심 어린 표정으로 물었다.

“20%요.”

대답하며 나는 은근히 아쉬움을 느꼈다. 한 달에 30%가 넘은 도반도 있고, 때로 40%까지 갔다는 이야기도 들었으니 한 달 반 수련치고는 기대치보다 낮은 수치였다. 왜 낮은지 잠시 생각에 잠겼다. 아마 상기를 겪어 안정되는데 시간이 더 걸리지 않나 싶었다. 이전 수련에서는 진전이 빠른 편이었기에 나도 모르게 진도에 대한 기대가 있었던 것 같다.


생각에 잠긴 내 시선이 문득 한쪽 벽면에 걸린 액자로 향했다.

불비타인(不比他人) '남과 비교하지 말라.'라고 적힌 글귀가 크게 다가왔다.

아마 나처럼 비교하는 마음을 가진 수련자가 꽤 있었나 보다. 저렇게 눈에 띄게 걸어둔 것을 보니.


점검이 끝난 후, 수련실에서 점검자께서 원형으로 둘러앉아 도담 시간을 가졌다.

도반들의 다양한 질문이 이어졌다. 점검자께서는 답변에 막힘이 없었다.

호흡의 방법, 석문호흡의 원리, 심지어 영적인 현상에 관한 질문까지도 세세하게 설명해 주셨다.


답변을 들으며 느낀 인상은 비범함이었다. 나름 수련의 세계에서 여러 고수들을 보았는데 이제껏 보아온 분들과 다른 특별함이 있었다. 아마 막연한 대답이 없었기 때문에 그렇게 느꼈던 것 같다. 신비적인 영역이라고 말하는 질문도 사례와 경험의 예시를 들어 설명하였다. 예전부터 초월의 세계, 영적인 세계에 대한 이야기를 자주 들었고 경험한 적도 있지만 이렇게 사실적으로 폭넓게 듣긴 처음이었다. 석문호흡을 하면 다 저렇게 되는지 궁금했다. 적어도 어느 정도는 따라가겠지 싶었다. 후일 알게 된 것은 점검자께서 특별한 분이었다는 것이다.


그렇게 첫 점검이 마무리되었다. 수련 진행 속도에 아쉬움이 없진 않았지만, 수련하고 있다는 사실 자체에 감사했다. 액자 속의 불비타인(不比他人)의 뜻을 되새기며 나 자신의 흐름에 충실하자고 스스로를 격려하였다.

화요일 연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