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이리 더딘가.

by 솔내

그간 세 번의 점검이 있었다. 마지막 점검 결과는 와식 90%.

불비타인(不比他人)을 생각하면서도 아쉬운 마음이 들었다. 비교하는 마음을 내려놓기가 쉽지 않았다. '결과에 연연하지 말자' 했는데 '왜 그럴까' 돌아보게 된다. 다른 도반들은 대개 3개월에 좌식으로 승급하였다. 조금 오래 걸리는 도반이 4개월이었다. 이번 점검이 4개월째이니 주변 도반들에 비해 제일 느린 진행이었다.


“좀 더 안정시켜서 다음 단계로 가는 것이 좋습니다.”라고 점검자께서 와식 수련 기간이 길어지는 이유를 얘기해 주셨다. 궁금한 표정이 드러났으리라. '기운이 모이는 양도 중요하지만 안정이 되어야 다음 수련이 원할하게 된다고 하셨다.' 수련 진행이 느리다고 조급하게 생각지 말라'는 의미로 다가왔다. 상기 증세로 인해 다른 사람보다 와식 기간이 길어지는 것을 인식하면서 ‘앞으로 계속 수련 진행이 더딜까’하는 의문이 들었다.


처음 수련을 시작할 때를 돌아보았다. ‘수련을 하게 된 것만으로 다행이다’는 안도감과 기쁨이 있었는데 지금은 수련의 더딤을 아쉬워하고 있다. 마음이 이렇게 바뀌는 것이 당연한건가. 이전에 느낀 기준으로 만족과 감사함을 이어가기가 쉽지 않다. 한 호흡을 가다듬으며 차분하고 무심하게 수련하고자 다짐해 보았다. 여여한 마음을 가지고 싶다.


늦은 시간 수련을 마치고 정도반과 수련실에 앉아 대회를 나누었다.

“북선법 행공 9번은 아직도 힘듭니다. 다리가 아파서 2분을 못 채우겠어요.”.

이 행공은 서서 다리를 어깨너비로 벌리고 무릎을 굽혀 허벅지가 수평이 되도록 굽히는 자세다. 마치 풀 스쿼트의 다리 각도와 비슷하다. 다른 점은 몸을 숙여 양손을 교차하여 발목을 잡는 것이다.

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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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도반이 의외라는 표정으로 답했다.

“자세를 잘 하던데요. 박도반님은 요가를 해서 그런지 자세가 정석이던데요. 그 행공은 정석으로 2분 하기 어렵습니다. 저는 자세를 덜 낮춰서 하게 됩니다. 고관절이 굳어서 그런지 몸이 아래로 깊게 숙이면 불편하거던요.”

나만 힘든 것은 아닌 것 같아 조금 위로가 되었다.


“확실히 정석으로 동작을 하는 게 단전에 기운이 더 충실하게 모이는 것 같아요. 지원장님도 가능한 정석으로 해야 기력이 더 강화된다고 하더군요.”

고개를 끄덕이고는 정도반에게 물었다.

“정도반님은 와식을 몇 개월 했습니까?”

“3개월 했습니다. 박도반님은 지금 몇 개월째인가요?”

4개월째라고 답했다.


"저도 누워 수련할 때는 앉아서 수련하는 사람이 제일 부럽더군요. 나중에 보면 1~2달 차이가 별게 아닌 데 누워있을 때는 빨리 앉고 싶어지는 것 같아요. 이제 다 되신 것 같으니 조금만 힘을 내세요. "

시간은 늦었지만 정도반과 도담을 나누는 것이 재밌어 더 머물다가 도장을 나왔다. 집으로 오며 그간의 수련을 돌아보았다. 이전 수련을 통해 마음의 고요함, 여유가 어느 정도 바탕이 되었다고 여겼는데 수련의 결과에 연연하는 자신을 보니 ‘참 공부는 모르겠다’는 마음이 들었다. 그 마음이 겉으로 드러나거나 평정심을 흔들 정도는 아니지만 미묘하게 건드린다.


‘공부는 이런 것이 아닐까’ 싶다. 추구하는 경지는 우주와 자신을 알아가는 성장과 확장의 과정이지만 또 한편으로는 내 안의 미묘한 마음을 다스려 가는 과정이라고 여겨졌다. 거대한 것부터 작은 것까지 함께 공부하게 된다.

화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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