좌식 수련을 시작하다.

by 솔내


평소보다 일찍 도장에 갔다. 수련 전에 지원장님에게 좌식 호흡수련 단계의 행공과 본수련을 배워야 했다. 행공 자세는 와식과 동일했다. 심법도 같았다. 따로 배울 게 있나 싶었다. 설명을 듣다 보니 '눕느냐, 앉느냐'가 큰 차이였다. 누워서 할 때는 온몸의 힘을 빼고 호흡한다. 배를 불리는 방향은 위쪽이 된다. 반면 앉아서 하는 호흡은 척추에 힘을 주고 몸을 세운 상태에서 호흡한다. 배가 앞으로 불러져 힘을 주는 느낌이 달랐다.


집중에서도 차이가 났다. 좌식 수련이 집중이 더 잘된다고 했다. 누워서 하는 와식 호흡수련은 이완은 잘 되지만 몸이 바닥에 닿은 면이 많기 때문에 자신도 모르게 의식이 퍼지는 면이 있다고 했다. 와식 호흡수련이 단전 자리를 잡는 수련이라면 좌식은 단전자리를 더욱 안정시키면서 기운을 모으는 수련이었다.


12개의 행공 자세를 하고 개인행공도 여전히 6분 동안 했다. 본수련을 시작할 때 선뜻 앉아서 수련해지지 않았다. 천천히 자세를 잡고 마음을 가다듬었다. ‘머리로는 괜찮을 것이다’라면서도 마음은 주저하고 있었다. 몸을 바로 세우고 앉는 것이 근 8년 만이다. 호흡을 깊게 하지 못하고 몸에서 일어나는 반응을 느끼고 있었다. 몸의 기운이 위로 오르며 머리까지 차는 느낌이 왔다. 머리의 기운이 빡빡해지는 것 같았다. ‘어떻게 되려나’하는 마음으로 조심스럽게 호흡을 이어갔다. 약간 위쪽으로 기운이 차는 느낌은 있었지만 아래 단전에서 기운이 어느 정도 잡아주니 그 이상 불편한 현상은 일어나지 않았다.

고요하고 편하지는 않았지만 그대로 호흡수련은 진행할 수 있었다. 그렇게 수련을 마쳤다. 잠시 앉아 있었다. 여러 감정이 교차했다. 안심, 긴장의 풀림, 걱정을 내려놓음, 뿌듯함, 해방감 등 미묘한 마음이 들었다.

다담실(茶談室)로 가서 지원장님에게 수련의 반응을 얘기했다. 고개를 끄덕이고는 ‘이제 한 산을 넘어섰네요’라고 했다. ‘수련할 사람은 결국 수련된다’라며 지원장님은 자신이 수련을 시작한 계기를 얘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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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 졸업 후 대기업에 다니면서 영업 일을 했어요. 주말에는 종교생활에 열심이었지요. 성인부 활동뿐만 아니라 학생부를 맡아 사명감을 가지고 신앙교육을 했던 시절입니다. 돌아보면 보람 있는 시간이자 신앙인으로서 축복의 시간이었어요.

그런데 시간이 지나면서 내면에서 다른 무언가를 갈망하기 시작했어요. 나에 대해 알고 싶은 마음이 일어났던 것 같아요. 많은 사람을 만나며 오히려 인간이 가진 의식의 한계를 어떻게 뛰어넘을 것인가를 고민하게 되었어요. 그것이 종교생활을 하면서도 수련에 관심을 가지게 되는 계기가 되었어요. 그때 석문호흡을 만나게 되었지요."


지원장님의 얘기를 들으며 살아온 환경과 성향은 서로 다르지만 자신에 대한 알고 싶은 마음에는 공통점이 있다고 느꼈다. 동향의 선배인 것도 정서상 공통분모가 있지 않나 싶다.

그간 여러 수행자를 보며 '누구나 각자에게 자신은 참 소중하다'는 것을 새롭게 느꼈다. 그런 만큼 자신을 제대로 알고 싶은 마음도 커지지 않나 싶다. 누군가는 철학적 사유를 통해 자신을 공부하고 다른 이는 신앙을 통해 자신을 알아가기도 한다. 이와 달리 수행을 찾는 이도 있다. 그 수가 그리 많지는 않다. 세상을 둘러보면 아직은 조금 특별한 사람으로 여겨지기도 한다. 하지만 수행의 역사는 인류 문명의 역사만큼 길다. 수행이 인간 자신에 대한 근본적 물음으로 출발했기 때문이리라.


지방 소도시의 한 곳에서 나름대로 절차탁마(切磋琢磨)하는 수련이지만 마음만은 주변을 품고 지구를 품고 세상을 품어가고 있지 않을까. 수련의 목표가 우주와 하나가 되는 우아일체(宇我一體)라는 점을 되새겨 보면 지금 하는 수련이 작지만 작지 않은 것 같다.


단어장

행공: 본수련을 돕기 위한 자세로 12개 자세가 각 수련단계마다 구성되어 있다.

절차탁마: 돌이나 옥을 자르고 쪼고 갈고 닦듯이, 학문이나 수행을 갈고 닦으며 꾸준히 연마하다

화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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