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디서 수련할까?

by 솔내


좌식수련을 하니 여러 면에서 여유가 생겼다. 누워서 하는 수련은 장소의 제약을 받는다. 아무 데나 누울 수가 없다. 바닥도 차면 곤란하다. 한기가 들어 집중하기 어렵다. 사람들 사이에서 수련하기는 더더욱 어렵다. 가까운 사람과 있는 곳이라도 혼자 넓은 자리 차지하고 누워 수련하는 것은 민폐다.


앉아서 하는 수련은 자신이 있는 장소에서 그대로 수련에 들어가면 된다. 익숙해지면 시간 보내기에 이만한 것도 드물다. 장거리 교통을 이용할 때 시간을 간단히 보낼 수 있다. 잠시 눈감고 뜨면 휴게소다. 다시 눈감고 나면 목적지에 도착한다. 생각이 많을 때는 그만큼 시간이 길게 느껴진다. 반대로 생각이 쉬면 시간의 흐름은 단순해진다. 자면서 지루하지 않는 것도 이와 비슷한 것 같다.


물론 의식이 다른 상태로 시간이 잘 가는 경우도 있다. 재밌는 책이나 영상을 보면 시간이 어떻게 가는 줄 모르기도 한다. 스토리의 흐름을 따라가며 지루함을 잊는다. 감각적인 미디어 소스는 뇌를 자극하여 더 그런 것 같다. 명상이 이와 다른 점이 있다면 자신에게 집중하여 내면의 고요함의 흐름에 따라가는 것이다. 그래서 얻는 것이 다르다. 수련은 고요함과 충만함이 깊어진다.


집에서 수련하는 시간이 조금 늘었다. 지원장님은 당분간은 집 외의 다른 곳에서는 수련하지 않는 게 좋다고 했다. 앉기만 하면 어디서든지 자유롭게 하려 했는데 약간 당황스럽기도 하고 의아하기도 했다. 기운을 모으는 수련은 주위 공간의 영향을 어느 정도 받는다고 했다. 그래서 내력(內力)이 커져 외부 기운의 영향을 덜 받을 때까지는 집에서 주로 하는 것이 좋다고 했다. 외부에서 할 경우에는 자신이 자주 머무는 곳이나, 조용하고 안정된 곳에서 수련하기를 권했다. 나중에 좌식 후반부 정도 되면 좀 더 자유롭게 수련해도 좋다고 알려주었다.


공간마다 형성되는 기운이 있음을 감안한다면 일리가 있다고 여겨졌다. 기수련을 하지 않더라도 수행자는 기운이 맑은 곳, 차분하고 조용한 곳을 선호한다. 수련의 명당이나 도인들이 많이 배출되는 곳을 찾아가는 것도 그 때문일 게다. 바른 수련법과 좋은 스승이 가장 중요하지만 좋은 공간에서 수련하는 것도 이득이 많다. 이전에는 모든 장소를 수련 공간으로 삼았기에 나름 어디서든지 수련하려는 기대가 있었지만 당분간은 안내하는 대로 수련해야겠다고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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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화의 말미에 지원장님이 ‘집안의 기운은 곧 수련자의 기운’이라고 했다. 풍수를 잠깐 교양 정도로 공부한 적이 있지만 이런 관점은 생각지 못했다. 집으로 돌아와서 방석을 하나 마련했다. 요가를 한 덕에 맨바닥에 앉아 수련하는 것도 불편하지 않았다. 하지만 방의 안쪽에 마련한 방석으로 적어도 이 공간만큼은 수련실이라는 상징적 의미를 두고자 했다. 아마 기운도 그렇게 형성될 것이다.


꾸준히 수련하려면 주위 분위기도 만들어져야 하는데 두 살배기 아이가 우선인 집에서는 무언가가 필요했다. 나무색 계통의 푹신한 방석이 침대 옆의 한구석에서 그 역할을 했다. 더불어 집안의 기운이 좋아졌으면 하는 바람도 있었다. 가족에게도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지 싶었다.

화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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