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업의 어려움으로 한때 분식집을 운영한 적이 있었다. 식당의 바쁜 일과 속에서 소소한 즐거움은 도서 대여점에서 책을 빌려보는 것이었다. 만화, 에세이, 소설 등 흥미 있는 책을 골고루 보았다. 여느 때와 같이 책장을 둘러보던 중 새로 꽂혀 있는 책 한 권이 눈에 들어왔다. 석문호흡 수련자들의 이야기였다.
'처음 보는 단전호흡 단체네. 이곳 수련자들의 일상 이야기를 담은 책이구나.' 책을 대강 훑어본 뒤 대여했다. 책은 쉽게 읽혔다. 그동안 몇몇 요가명상, 참선, 단전호흡 단체를 접하기도 했고, 그 단체의 최고 스승들의 강연도 직접 들은 적이 있었다. 그래서인지 아주 새롭게 느껴지진 않았다.
느긋하게 읽던 중 한 문장이 눈에 띄었다. 호흡 수련을 누워서 시작한다는 내용이었다. 당시 나는 수련의 부작용, 엄밀히 말하면 수련을 잘못한 데서 오는 부작용으로 수년 동안 고생하였다. 명상 수련을 무리하게 하다가 심신의 조화가 깨진 상태였다. 고생한 만큼 안전한 수련에 대한 갈망이 컸다. ‘호흡 수련은 잘못하면 안 하느니만 못하다’고 생각했다. 그런 상황에서 ‘누워서 호흡을 시작한다’는 사실은 ‘이 수련은 뭔가 다르다. 안전할 것 같다’고 느껴졌다. ‘그동안 겪어온 상기 증세에 도움이 되지 않을까’ 하는 기대감이 일어났다.
내가 겪은 상기(上氣)는 단어 그대로 ‘기운이 위로 뜨는 증상’이었다. 한의학에서는 심장의 따뜻한 화기(火氣)가 아래로 내려가고, 신장의 차가운 수기(水氣)가 위로 올라갈 때 인체는 균형을 이룬다고 본다. 배는 따뜻하고 머리는 시원하게 되는 흐름이다. 본래 자연에서는 열은 위로 떠서 확산되고 차가운 것은 아래로 내려가 점점 무질서한 상태가 된다. 이를 엔트로피라고 한다. 반면, 생명체는 오히려 반대 순환을 한다. 체내 항상성의 질서를 유지하려는 방향으로 작동한다. 이것도 길게 보면 생명력이 다하는 시기가 오니 무질서의 범위에 있다.
나의 경우 이 흐름이 깨지면서, 수련하려고 앉기만 해도 머리가 묵직해지고 가슴이 답답했다. 심장이 두근거리는 증상도 나타났다. 현대의학으로는 자율신경계의 불균형 상태였다.
이를 다스리기 위해 몇 년 동안 한약을 먹고 침도 맞고, 다양한 자연요법으로 치료를 받았다. 하지만 ‘수련으로 생긴 문제는 결국 수련으로 풀어야 한다’는 사실을 깨닫는 시간이었다.
그렇다고 앞선 치료들이 효과가 없었던 것은 아니다. 심장의 부담도 줄고, 머리에 오르던 열도 예전보다 덜해졌다. 그러나 다시 수련을 시작할 만큼 회복되지는 않았다. 책을 오랫동안 보기도 어려운 상태였다. 그런 차에 상기를 해결할 가능성이 있는 수련법을 본 것이다. 책은 하루 만에 다 읽었다. 마지막 페이지에 적힌 석문호흡 진해지원에 바로 전화를 걸었다. 지금은 아주 가까운 사이가 된 ○○지원장님과 통화를 하여 다음 날로 상담 예약을 잡았다.
도장은 진해에서 유명한 한의원 건물 3층에 있었다. 수련원의 인테리어는 요가원과 비슷했지만 더 조용하고 차분한 분위기였다. 약간 마른 체형에 중저음을 가진 지원장님과 인사를 나눴다. 상담을 시작하며 나는 바로 ‘상기 증세를 다스릴 수 있는지’를 물었다. 대답은 질문의 무게감에 비해 너무 간단했다.
“가능합니다. 하단전의 자리가 잡히고 기운이 모이면, 위로 떴던 기운이 서서히 내려오며 안정됩니다."
자신있는 대답에 잠시 멍해졌다.
"왜 상기 증상이 생기냐 하면, 하단전 자리가 잡히지 않은 상태에서 기운을 모을 때 그럴 수 있습니다. 혹은 명상할 때 잘하려다가 머리 쪽 기운을 많이 써서 생길 수도 있습니다. 지금은 두 번째 경우에 해당합니다.”
나는 이전에 선명상 중 한 수행방법을 하다가 상기증세가 생겼기에, 두 번째 경우라고 여겨졌다.
“단전자리부터 잡고 기운을 안정적으로 모으면 상기는 다스려집니다.”
지원장님의 시원한 답변에 ‘과연 말처럼 그렇게 될까’ 하는 의구심이 들기도 했지만 믿고 싶은 마음이 더 컸다. 무심한 듯 확신에 찬 말투도 결정하는 데 한몫하였다. 당시 상황에서 달리 다른 선택지가 없기도 했다. 그렇게 하여 새로운 수련, 석문호흡을 시작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