먼저 배려하고 수련하라.

by 솔내

좌식 수련이 안정된 이후로 집에서도 종종 20~30분 정도 수련을 했다. 그 횟수도 차츰 늘어났다.

덕분에 안방의 구석 자리에 놓인 나무색 방석은 제 역할을 톡톡히 했다.

무엇보다 석문호흡을 하고 달라진 가장 큰 변화는 일상에서 다시 수련을 하게 된 것이었다.

무언가 잃었다가 찾았을 때 그 소중함을 더 깊이 깨닫는다고 하는데 지금이 그랬다.


하지만 마냥 수련에 집중하기에는 생각지 못한 약간의 변수도 따랐다.

식구가 늘어 아이가 생긴 것이다.

수련을 하면 세 번에 한 번은 딸아이가 기어와 좌법을 한 다리에 ‘턱’ 하니 앉았다.

어떤 때는 1분을 채 하기도 전에 앉기도 했다.

집중이 잘 되는 날은 아이가 비킬 때까지 눈감고 기다렸다.

하지만 곧 의식을 깨며 차라리 딸아이와 놀아주고 나중에 수련하는 편이 더 낫다는 것을 확인했다.


가게 일과 아이를 보는 가운데 하루 수련의 흐름을 이어가기 위해서는 노력이 필요했다.

그렇다고 아이를 열심히 봐주는 아빠도 아니었다.

아마 부인이 이 말을 들으면 ‘혼자 아기 다 보는 줄 알겠네’하고 은근히 타박할 것이다.

아이가 수련할 때 끼어드는 것은 나로서는 가끔 겪는 일이지만, 거의 대부분 아이를 돌보는 아내의 입장에서는 내가 아이와 더 놀아주기를 바랬을 것이다.


사실 하루가 긴 듯 하지만 막상 수련할 수 있는 시간은 얼마 없다.

이일 저일 하다 보면 하루가 훌쩍 흘러간다.

‘은행을 간다든지, 부모님 댁에 들린다든지’ 하는 날이면 수련을 거의 하지 못하기도 했다.

이럴 때는 나도 모르게 조바심이 났다.


일상에서 일을 하며 수련할수록 도문의 가르침인 ‘선배려 후도법(先配慮 後道法)’을 실감한다.

주변을 먼저 편안하게 배려해 주고 자신의 수련을 하는 것이다.

이전에는 여기까지 생각하지 못했다.

나 자신에게 집중하려 노력했다.

이제 좀 더 배려하는 여유를 가져야겠다고 느꼈다.


일과를 마치고 도장에 갔다.

늦은 시간 도장에 갈 때는 때로 망설여지기도 한다.

‘오늘 하루는 쉴까’하는 마음이 일어난다.

집을 나서는 발걸음이 은근히 무겁다. 하지만 묘한 건 도장에 도착하면 언제 그랬냐는 듯 잊어버리고 수련한다. 장소가 바뀌면 모드가 새로 세팅되는 것 같다.

이제 곧 대맥에 올라갈 수 있으니 조금 더 수련에 박차를 가하자고 마음먹었다.


며칠 전 점검에서 단전에 기운이 90% 찼다는 결과를 들었다.

앞으로 예상치 못한 난관만 없다면 다음 점검 때는 대맥으로 승급하리라는 기대감이 일었다.

우여곡절이 있는 수련이지만 나름 순항하고 있었다.

곧 기를 모으는 축기(蓄氣)에서 기를 운행하는 운기(運氣)로 넘어간다.

그동안 와식과 좌식 수련을 통해 기운이 모인다는 것이 무엇인지 명확하게 체득하였다.

반면 경락으로 기운을 돌리는 운기는 아직 상상의 영역이다.


기운이 흐르는 느낌이라면 이전에 태극권을 할 때 손이 묵직하거나 저릿했던 경험이 있었다.

손으로 계속 원을 그리는 운수(雲手) 동작을 할 때는 손이 반쯤은 저절로 움직인다고 느꼈다.

하지만 기운이 경락을 따라 움직이는 느낌은 아니었다.

요가의 한 종류인 하타요가에서도 에너지를 각성하고 보내는 것을 중요하게 다룬다.

칸다(하단전)에 잠들어 있는 쿤달리니(근원의 기운)를 깨워 척추로 흐르게 하는 방법이 있다.

요가의 핵심 이론이지만 이러한 에너지의 변화를 제대로 느껴보지는 못했다.


경락학 책을 펼쳐 대맥의 경락 그림을 보니 허리띠처럼 생겼다.

이전에 침술을 공부해 12개의 경락과 임맥, 독맥에 대해서는 경혈자리까지 알고 있었지만 대맥은 잘 몰랐다. 인체의 상하를 나누는 기준 경락이기에 이곳을 운기하면 상체와 하체의 기와 혈액의 순환이 크게 좋아진다고 했다.


지원장님은 대맥에 들어가면 단전의 기운이 더 안정될 거라며 조금만 더 힘을 내자고 했다.

기대감을 내려놓자고 하면서도 석문호흡을 하다 보면 마음이 앞서 가게 된다.

마음을 달래며 차분히 수련해야겠다고 다짐했다.

화요일 연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