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대맥 수련을 시작하나?

by 솔내


시간은 어떤 주기로 사느냐에 따라 감각이 달라진다.

어려서는 하루 단위로 살았던 것 같다.

아침에 일어나 학교에 가고, 마치면 집에 돌아와 친구들과 놀았다.

늦은 시간까지 놀다 ‘저녁 먹으라’고 찾으러 온 동생을 따라 마지못해 집으로 돌아가곤 했다.

하루 주기로 살아서 그런지 1년이라는 시간이 길게 느껴졌다.


어른이 되어 직장을 다니고 자영업을 한 후에는 일주일 주기로 살기 시작했다. 그러자 시간이 이상하리만큼 빨리 지나간다고 느꼈다. 분명 똑같은 시간인데, 왜 어릴 때와 감각과 달라졌을까 궁금했다. 어떤 심리학자는 기억의 밀도가 달라지기 때문이라고 했다. 어릴 때는 매 순간이 새로워 기억이 촘촘히 쌓이고, 어른이 되면 반복되는 일상이 늘어나 시간이 훌쩍 지나가는 것처럼 느낀다고 했다.


이제 석문호흡을 하고 나서는 한 달 단위로 사는 것 같다. 예전에는 쉴 수 있는 일요일을 기다렸다면, 지금은 점검일을 기다린다. 그래서인지 시간은 더 빠르게 흐른다. ‘이제 수련 좀 해야지’ 하면 어느새 점검일이 코앞이다.

‘그동안 수련한 날도 얼마 되지 않았는데 벌써 점검이라니…’

충분히 수련하지 못한 한 달에 대한 아쉬움이 남기도 한다. 이번 점검에서는 좌식을 넘어갈 수 있을지, 지난 한 달의 흐름을 돌아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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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녁 시간 도장에 가니 도반들이 삼삼오오 모여 있었다. 세 그룹으로 나뉘어 있었다. 내가 입회한 뒤로 도반 수가 10명 정도 늘었다. 도장 입구 벽면에는 이름과 사진이 함께 있는 수련 단계표가 붙어 있었다. 여기에 신규 도반들의 이름이 적혀 있어 얼마나 늘어났는지 한눈에 파악할 수 있었다.


그중에는 낯익은 얼굴도 있었다. 몇 년 전 시청에 업무로 들렀을 때 담당자로 만났던 분이 장도반이다. 배도반은 고등학교 한 해 선배로 졸업 후 인맥을 통해 알게 된 사이였다. 두 도반은 일주일 간격으로 비슷한 시기에 입회했다. 이런 만남은 아마 지역이 좁은 소도시의 특징일 것이다. 어디서 다시 만나게 될지 모른다.


나이가 있는 도반들은 장도반을 중심으로 둘러앉아 있었다. 젊은 도반들은 김도반 주위에 모여 있었다. 여도반들은 과일과 차를 준비하는 곳에 함께 있었다. 나는 김도반 옆으로 가서 눈인사를 나누었다. 정도반에게도 가볍게 목례를 했다. 정도반이 먼저 말을 걸었다.

“이번 달에 대맥으로 승급하겠네요.”

나 역시 내심 기대하고 있지만, 겸손하게 답하고 싶었다.


“점검을 받아봐야지요.”

확률로 치면 90%쯤 가능하겠지만, 혹시 못 올라가면 조금 민망할 수도 있을 것이다. 소주천 수련 후반에 있는 김도반이 찻잔을 내려놓으며 말했다.

“대맥 수련하면 재밌습니다.”


그 말에 다른 쪽 도반들도 이쪽을 돌아보았다.

“기운을 모으는 축기 때와 다른 기감이 옵니다. 대맥 경락의 일부가 찌릿찌릿하기도 하고, 때로는 묵직하기도 합니다.”

그 말에 내가 물었다.

“대맥의 그림을 보면 허리를 두르는 띠처럼 되어 있던데, 선처럼 이어져 느껴지지 않고 부분 자극으로 느껴지나요?”


김도반이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처음에는 부분적으로 느껴지지만, 나중에는 띠처럼 이어져 느껴집니다. 대맥 전체가 뚫려서 2분 운기를 할 때가 그렇죠.”

2분 운기는 기운이 대맥을 한 바퀴 도는 데 걸리는 시간이 2분대 안으로 들어온다는 의미였다. 대맥 경락을 유통한 이후 회전 속도를 높이는 수련이었다. 그때 정도반이 옆에서 한숨을 내쉬었다.

“그렇게 되어야 하는데, 저는 잘해야 이 정도 선만 느껴집니다.”


그는 배꼽 아래 석문혈에서 왼쪽 옆구리의 좌대맥혈까지, 자신이 느끼는 범위를 손으로 가리켰다.

기감이 약한 정도반은 현재 대맥 2분 운기를 열심히 하고 있었다.

내 차례가 되었다. 이미 여러 번 받은 점검이지만 막상 받을 때는 결과에 대한 기대와 함께 잘못한 것도 없는데 긴장이 되기도 한다.

아마 무언가 밝고 맑은 빛이 자신을 투과하기 때문이 아닌가 싶기도 했다. 점검자분이 한 달간의 수련이 어땠는지 물으셨다. 순간 잘된 때를 이야기할지, 겸손하게 말할지 잠시 고민했다.


“수련이 잘 되는 날은 단전이 꽉 찬 느낌이 옵니다. 호흡도 예전보다 더 안정된 것 같습니다.”

사범님은 빙긋 웃으시고는 잠시 한동안 수련의 상태를 살피셨다.

“다음 단계 수련으로 올라가세요. 지원장님께 대맥 수련의 행공과 본수련을 지도받으세요.”

담담하게 임하려 했지만, 너무 듣고 싶었던 말인지라 절로 미소가 지어졌다... 드디어 축기를 지나 운기 수련으로 넘어왔다.


“운기 수련을 하더라도 축기 수련 복습은 꾸준히 해야 합니다. 그래야 운기 수련도 안정적으로 진행됩니다.”

“감사합니다.”라고 인사드리고 수련실을 나왔다. 밖으로 나오자 김도반을 비롯한 여러 도반들이 축하해 주었다. 장도반도 부러운 눈빛으로 축하를 건넸다. 그 마음을 알 것 같았다. 불과 몇 달 전의 나 역시 비슷한 표정을 하고 있었을 것이다.

집으로 돌아와 가만히 생각해 보니, 문득 이런 의문이 떠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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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전에는 수련의 진도에 연연하지도 않았고 다른 사람과 비교할 일도 없었는데, 왜 석문호흡을 시작하고 나서는 진도에 민감해지고 기뻐했다가 실망하는 마음이 자꾸 일어나는 걸까?’

‘내 안에 묻혀 있던 성취욕이 깨어난 걸까? 아니면 그동안 수련을 제대로 하지 못해 힘들었던 시간에 대한 보상 심리일까?’ 하는 생각도 들었다. 아마 석문호흡 수련의 점검이 구체적이어서 그렇지 않나 싶었다. 다음 단계로 승급하는 기준이 명확하다 보니 내 안에 잠재되어 있던 비교심과 성취욕이 드러났다고 여겨졌다. 하지만 그 마음은 그대로 인정하고 지금은 기쁜 것은 기쁜 대로 즐기고 싶었다. ‘순수하게 기뻐하고 잘 안되면 다시 노력하면 되지’하는 마음이 일었다.

화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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