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무교실, 기운을 타다.

by 솔내

가끔 다른 도장에서 수련하던 도반이 이전해 올 때가 있다.

대부분 이사나 직장 이동 때문이다. 석문호흡은 전국에 60여 개 지원이 있어 웬만한 도시에서는 수련을 이어갈 수 있다. 주도반도 직장 발령으로 창원의 의창지원에서 이전해 온 경우였다. 키는 작은 편이고 마른 체형이었지만, 첫눈에도 수련자라는 느낌이 들었다. 굳게 다문 입술은 말수가 적고 진중한 인상이었다. 차분히 앉아 있는 모습에서는 이미 수련이 몸에 배어 있음이 드러났다.


주도반은 소주천 수련 단계였고, 석문호흡을 시작하기 전에 이미 다른 단전호흡 단체에서 수련한 경험이 있어 호흡에 관한 지식도 해박했다. 궁금한 점을 물으면 특유의 담백한 화법으로 핵심만 짚어 말해, 복잡한 이야기도 단순하게 만드는 사람이었다


늦은 시간 수련을 마치고 주도반, 배도반과 함께 다담을 나누었다. 그때 지원장님이 와서 ‘주말에 의창지원에서 현무교실을 진행하니 한번 참여해 보라’고 권했다. 현무에 대해 듣기만 했을 뿐, 실제로 어떻게 하는지는 몰랐다.


“현무(玄舞)는 기무(氣舞) 같은 것입니까?”

“겉보기는 비슷해 보일 수 있지만, 기무가 기운의 흐름을 따라 움직이는 춤이라면 현무는 단전에 형성된 진기(眞氣)를 바탕으로 몸의 현묘한 움직임이 절로 일어나는 춤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기운을 탄다는 것이 어떤 것인지 이전의 경험을 통해 알고 있었다. 양손을 마주 보게 하고 ‘좁혔다 넓혔다’를 반복하며 손안의 기감을 느끼는 수련을 했었다. 두 손 사이에 마치 자석을 대놓은 것처럼 서로 끌어당기거나 밀어내는 느낌이 들곤 했다. 태극권을 수련할 때도 운수(雲手) 동작에서 특히 기감을 자주 느꼈다. 운수는 양손을 시간차를 두고 교차하듯 원을 그리는 동작이다. 구름이 흘러가듯 부드럽게 움직인다 하여 붙여진 이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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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원장님의 얘기를 듣고 나서 주도반이 의창지원까지 자신이 운전하겠다며 함께 가자고 했다. 배도반을 바라보니 이미 가겠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주말 아침 아홉 시, 주도반의 차를 타고 셋이서 의창지원으로 향했다. 다른 지원에 가보기는 처음이었다. 도장에 도착해 수련실을 보니 진해 도장보다 1.5배는 컸다. 마산·창원·진해 지원의 도반들 30명 정도 모여 있었다. 나는 수련실 한쪽 구석에 자리를 잡았다. ‘먼저 분위기를 살피고 다른 도반들이 어떻게 하는지 보고 따라 하는 것이 좋겠다’고 생각했다.


먼저 기공을 했다. 일월기공이었다. 현무는 형식 없이 자유롭게 움직이는 춤이지만 처음부터 그렇게 하기는 어려웠다. 그래서 기공을 통해 현무를 할 수 있는 기본적인 몸의 움직임을 미리 익히는 과정이었다. 처음 접하는 동작이었지만 금방 따라 할 수 있었다. 예전에 세 종류의 태극권을 배웠던 경험 덕분이었다. 양팔을 옆으로 뻗어 ‘벽을 미는 듯한’ 동작에서는 정말 손 앞에 벽이 있는 것처럼 느껴져 신기했다. 이어 다섯 동작으로 구성된 일월오기공을 배웠다. 동작은 따라 하기는 쉬웠지만 효과는 예상외였다.기운의 흐름은 묵직했다. 다리를 굽히는 각도를 정확히 맞춰서 동작을 하니 꽤 힘들었다.


이어서 현무를 했다. 음악을 틀어주었는데, 주로 감성적인 가요와 아일랜드풍의 팝송이었다. 가야금이나 대금 같은 전통 음악이 나올 줄 알았는데, 익숙한 가요와 팝이 나온다는 것이 오히려 신선했다. 처음에는 조금 낯설었지만 금세 음악에 적응했다. 나는 서서 좌우로 몸을 가볍게 흔들며 음악의 리듬을 탔다. 기운의 흐름을 느껴보려 했지만, 단전에 모인 진기를 바탕으로 움직이려 하니 아직은 아무런 변화도 일어나지 않았다.


잠시 눈을 떠 다른 도반들을 보았다. 다들 부드럽게 움직이고 있다는 점은 같았지만 움직임의 형태는 제각각이었다. 다리를 넓게 벌려 무예 동작처럼 추는 도반도 있었고, 무릎을 살짝 굽혀 한국 전통무용처럼 덩실덩실 추는 도반도 있었다. 또 어떤 도반은 제자리에서 몸과 손을 물결치듯 좌우로 흔들며 가볍게 움직였다. ‘자유로운 춤’이라는 말이 실감 났다.


그 모습을 보고 나도 조금은 편하게 움직이기 시작했다. 좌우로 몸을 흔들다 보니 어느새 발이 바닥에서 떨어졌다. 한국 무용의 발걸음처럼 사뿐사뿐 걷기도 하고, 기공의 걸음처럼 힘 있게 움직이기도 했다. 내 안에 배어 있는 움직임들이 하나둘 떠올라 몸으로 이어졌다. 몇 곡이 지나고 나서 휴식 시간을 가졌다. 현무를 한 과정을 돌아보니, 왜 지원장님이 “대맥 이후에 현무를 조금씩 해보라”고 하셨는지 이해가 되었다. 단전에 기운이 안정적으로 자리 잡기 전에 현무를 많이 하면 오히려 몸에서 흐르는 기운의 움직임에 의식이 과도하게 끌려갈 수 있을 듯했다.


수련을 마치고 도장에 둘러앉아 다담을 나누었다. 녹차와 과일, 떡이 차례로 나왔다. 석문호흡을 시작한 이후로 지역에서 이름난 떡은 거의 다 먹어본 것 같다. 이날은 광양에서 주문한 모시떡이었다. 예전에 절의 선방에서 수련할 때도 다양한 떡을 먹었는데 시간이 지나면서 새로운 떡은 계속 개발되는 듯했다. 다과를 즐기는 동안 주도반은 의창지원에서 알고 지내던 도반들과 한참 이야기꽃을 피우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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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아오는 길에 주도반이 배도반에게 소감을 물었다.

“재미있었지만 조금 어색했어요. 몸이 잘 안 움직여졌거든요. 다음에는 기공을 충분히 한 뒤에 현무를 하면 더 나을 것 같습니다.”

기공을 해보지 않았거나 춤이 익숙하지 않은 사람은 몸을 자유롭게 움직이는 것이 처음에는 어색할 수 있을 것이다. 앞으로 석문기공을 하나씩 배우면서 음악과 함께 현무를 하면 동작이 훨씬 자연스럽고 즐겁게 이어질 것 같았다.

화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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