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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우르슬라 Dec 09. 2022

치코와 리타 (2012)

- 예술과 사랑, 잊지 못할 사랑이 있다는 것

감독 : 하비에르 마리스칼, 페르난도 트루에바, 토노 에란도

주연 : 에만 소르오냐, 리마라 메니시스, 마리오 구에라


스페인의 2012년 애니메이션 영화 <치코와 리타>를 보았다. 이 영화는 <푸디토리움의 음반가게>라는 책 속에 소개되어, 영화보다 음반을 먼저 접하게 된 영화다. ost를 들으면서 참 좋았는데 영화도 봐야지 봐야지 하면서 이제야 보게 되었다. 1948년 쿠바의 하바나를 배경으로 미국 뉴욕에서 다시 쿠바로 젊은 연인 치코와 리타의 삶과 사랑, 그리고 음악과 예술이 총망라된 영화이다. 

치코가 리타를 처음 보게 되는 곳, 그곳에서 리타가 부르는 '베사메무초'가 너무 아름다워서 영화가 어떻게 흘러갈지 굉장히 기대가 되었는데 나 같은 유교 걸(걸은 아니지만)은 영화 속 내용에 공감하기는 어려웠다. 하지만 ost만으로도 충분히 볼만한 가치가 있다고 생각한다.



젊은 피아니스트 치코는 자신의 곡을 가장 완벽하게 표현할 가수를 찾고 있었는데, 때마침 리타가 부르는 베사메무초를 듣게 되고 첫눈에 그녀에게 반해 그녀를 좇아 다닌다. 아름다운 미모에 아름다운 목소리로 너무나 노래를 잘하는 리타는 남자들에게 많은 인기를 끄는데 치근덕거리는 치코에게 콧방귀도 뀌지 않다가 그가 연주하는 피아노를 듣고 나서는 그를 달리 보게 되고 함께 밤을 보낸다.

다음 날 아침 치코는 '리타'라는 제목의 곡을 쓰고 리타는 자신의 이름으로 만든 곡이 너무 아름다워 감동하고 치코에게 더 반하지만 갑자기 웬 여자가 나타나 자신이 치코의 여자라며 난동을 피우고 실망한 리타는 그에게 한바탕 욕을 퍼붓고 집을 나선다.


하지만 리타를 포기할 수 없는 치코는 그녀의 주위를 맴돌고, 치코는 자기를 받아달라는 게 아니다. 제발 경연대회만 같이 나가자고 그녀를 설득하고 리타는 그의 설득에 넘어가 함께 공연을 하는데 그 대회에서 1등을 하면서 다시 치코를 연인으로 받아들인다. 두 사람은 함께 공연을 다니며 더할 나위 없이 행복한 시간들을 보내지만 리타에게 더 많은 시선이 쏠리게 되고 그녀를 스카우트하려는 사람들도 생긴다. 리타는 더 큰 무대에 서게 해 주겠다는 사람들의 제안을 모두 거절하지만 질투에 눈이 먼 치코는 리타를 비난하며 해서는 안 될 말을 그녀에게 해버리고 그녀는 결국 론을 따라 뉴욕으로 건너간다. 



자신이 잘못했다는 걸 알기 때문에 리타를 잃고 망연자실한 치코는 또 한 번의 기회를 얻어 뉴욕으로 가게 되는데 이미 리타는 자신이 범접할 수 없는 위치에 올라서 있다. 리타에게 론이라는 남자가 스폰서와 연인으로서 있다는 걸 알면서도 치코는 어떻게 해서든 리타에게 말이라도 한 번 걸어보려고 하는데, 리타도 치코를 보고 마음이 요동치지만 지금 자신의 상황에서는 행동을 조심해야 하기에 모른 척할 수밖에 없다. 

리타는 영화의 주인공으로 발탁되어 촬영을 위해 헐리웃으로 떠나고 치코는 치코대로 차근차근 자신의 커리어를 쌓아간다. 하지만 치코를 향한 그리움을 참을 수 없는 리타는 그가 연주하는 공연장에 찾아가고 두 사람은 다시 서로의 마음을 확인하는데, 두 사람이 만나는 것을 싫어하는 것은 론뿐 아니라 치코의 매니저도 있다. 현재 누리고 있는 모든 것을 잃는 것을 감수하고 두 사람은 함께 하기로 결심하고 라스베이거스에서 만나기로 약속하지만 론과 치코의 매니저의 계략으로 치코는 마약 소지범으로 잡혀 쿠바로 추방되고 두 사람의 만남도 거기에서 끝난다.



그리고 세월이 흐르고 흘러 쿠바에서는 혁명이 일어나고, 치코는 홀로 고독한 생활을 하고 있다. 그러던 어느 날 리타가 쿠바에 살고 있다는 소식을 전해 듣고 치코는 용기를 내어 그녀를 찾아간다. 리타 역시 치코를 잊지 못하고 혼자 살고 있다는 것을 확인하고 두 사람은 눈물을 흘리며 포옹한다.




사실, 영화의 내용은 특이할만한 것은 없다. 다만 예술가에게 있어 사랑이란 무엇인가 생각해볼 만한 지점이 있다. 치코가 리타에게 반할 때 물론 그녀의 외모가 아름다운 것도 있지만 그녀가 매우 노래를 잘 부르기 때문에 더 혹하게 된다. 자신의 곡을 리타만큼 불러줄 사람이 없을 거라고 생각해서 그렇다. 또한 음악에 맞춰 자유롭게 춤을 추는 모습, 자신의 구애에도 쉽게 흔들리지 않는 당당함. 그 모든 것이 치코의 마음을 흔든 것이라고 본다. 그녀의 예술가적 기질에 더 마음을 빼앗긴 것이다. 리타도 그렇다. 자신의 음악, 그리고 자신 자체를 소비하려는 사람들만 보다가 음악적으로 소통할 수 있고, 아름다운 곡을 써서 자신을 돋보이게 해 줄 수 있는, 곡의 해석과 연주가 탁월한 음악가를 만나게 되니 지금까지와는 다른 차원의 끌림을 느끼게 되는 것이다. 


결국 사랑이란 상대방이 가진 것이 내게 미칠 영향을 상당히 고려하면서 피어난다. 

내가 어떤 지점에 끌리고 약한지, 무엇을 매력포인트로 느끼는지도 사실은 '내가 가진 것'과 깊은 관계를 가지고 있다. 내게 없기 때문에, 나와 비슷하기 때문에 우리는 누군가에게 매력을 느끼고 그를 사랑하게 된다. 그래서 사랑은 시작의 끌림이 아니라 과정과 그 끝이 증명하는 것이다. 


'한평생 잊지 못할 사랑'이란 게 도대체 뭔지 나는 잘 모르지만.

누군가 한 사람만을 사랑하며 자신의 마음을 지키고 있는 모습은 내가 보기에도 충분히 아름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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