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우르슬라 Dec 16. 2022

아바타 - 물의 길

-  개척자가 선보이는 최초의 문명

감독 : 제임스 카메론

출연 : 조 샐다나, 샘 워싱턴, 시고니 위버, 스티븐 랭


*스포 있습니다!


이제 막 개봉해서 따끈따끈한 영화, 제임스 카메론 감독의 <아바타 - 물의 길>을 보았다. 아바타 1편도 개봉 당시 보았는데 그 때도 2D로 봤고, 이번에도 2D로 봤다. 3D, 4D로 보면 좋겠지만 갑자기 시간이 나서 보게 된 거라서, 그리고 1편 2D도 상당히 재밌게 봐서 그냥 2D로 봤다. 보고 나서 이걸 3D나 4D로 보면 얼마나 대단하게 재밌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드니 빌뇌브의 <듄>, 크리스토퍼 놀란의 <테넷>을 봤을 때처럼 연달아 2,3번을 보게 만들 만큼 강력하진 않았지만 3D나 4D로 다시 보고 싶은 생각은 있다. 


사실 리뷰를 쓸 만한 내용은 없다. 스토리는 매우 단선적이고 진부하기까지 하니까 말이다. 하지만 이런 건 전혀 문제가 되지 않을 정도로 영상이 압도하기 때문에 충분히 재미가 있다. 영화를 보면 제임스 카메론 감독이 정말 대단하다는 생각밖에 안 든다. <딥씨 챌린지> 라는 다큐의 앞부분을 본 적이 있는데, 이 분은 자신이 궁금해하는 것을 기필코 직접 경험하고야마는 사람이구나 싶었다. 하고 싶은 건 무조건 해야하는 사람. 한 번에 안되면 그 다음 번에, 그래도 안 되면 될 때까지 도전하는 사람이라는 걸 알게 되었다. 그런 프론티어의 정신이 <아바타>라는 놀라운 창작물을 만들어 낸 게 아닌가 싶다. 


 


하늘에서 온 제이크 설리는 판도라 행성에서 나비족 여인 네이티리와 사랑에 빠져 나비족이 되어 그녀와 이 곳에서 새로운 삶을 시작한다. 그리고 두 사람 사이에 3명의 아이가 태어나고, 딸 한 명을 입양해 아이를 넷이나 둔 부모가 되는데, 꽤 오랫동안 행복하게 살았던 설리 가족이었지만 마일즈 쿼리치 대령의 아바타가 판도라에 침입해 오면서 안정적인 삶의 기반이 흔들린다. 쿼리치는 지구인들의 새로운 삶의 터전을 찾는다는 제1의 미션과, 지난 날 설리에 의해 죽어야 했던 동료들의 복수를 위해 친히 인간의 몸을 버리고 아바타가 되어 판도라에 온 것이다. 판도라의 토르크 막토였던 설리는 나비족들을 위험에 처하게 둘 수 없어 숲을 떠나 가족을 데리고 그들이 머물 곳을 찾는다. 한참을 날아서 도착한 곳은 숲이 아니라 바다. 멧케이나족의 마을이다. 멧케이나족도, 설리 가족도 서로에게 낯설긴 하지만 멧케이나의 족장이 설리 가족을 받아주면서 그 곳에서 새 삶을 시작한다. 

<아바타-물의 길>에서는 바다라는 새로운 세계에서 만나는 새로운 생물들과 그들과 함께 하는 새로운 삶, 그리고 네 명의 아이들이 자라면서 겪는 일들과 사건 사고가 중심을 이룬다. 물론 이들의 삶을 위협하는 쿼리치 일당이 영화의 끝까지 대립 지점에 서 있으면서 긴장감을 만든다. 



설리 부부의 장남 네테이얌, 입양한 딸 키리, 차남 로아크, 막내 딸 투크. 영화에서는 차남 로아크로 인해 많은 일들이 벌어지고 그 일들을 수습하고 그 일들 때문에 다른 일들이 연쇄적으로 일어나는 것으로 그려진다. 키리는 그레이스 박사가 낳은 딸로 자신만 다르다는 것 때문에 심리적으로 굉장히 불안해한다. 네테이얌은 아버지의 명령, 즉 동생들을 잘 돌보라는 명령과 개인의 인격이 있는 동생들의 요구 사이에서 헌신하다가 희생 당한다. 하지만 이 안에 아이들의 성장이 있고, 가족의 화합이 있다. 영화가 스펙터클한 모험으로 관객들을 쭉 이끌어가다가 영화의 종반부에 네테이얌의 죽음으로 아련해진다는..

행복하게 살고 있는 외계인들과 자신들의 이기심 때문에 물불 가리지 않는 인간의 모습이 대립되는 것이 스토리의 주요 골격으로 이런 스토리라인은 솔직히 진부하기 짝이 없다. 하지만 이에 맞서는 설리 부부가 강한 전사의 모습이어서 강대 강의 부딪힘에서 오는 카타르시스가 있다. 개인적인 생각이지만 나는 아버지의 모습은 이런 전사의 모습이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내 가족을 지켜낼만한 실제적인 힘이 있는 아버지야말로 멋진 아버지이다. 거기에 판도라 행성은 자연과 인간(나비족, 멧케이나족)이 동족처럼 어울려서 지낸다면 하늘에서 온 지구인들은 자연을 이용해먹으려고만 하기 때문에 파괴적이다. 전형적인 선과 악의 대결, 그 안에 이상화된 가족의 모습 모두 비현실적이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3시간이 넘는 러닝타임 동안 눈 깜빡하는 것도 아까울 정도로 장면 장면이 꽉 차 있다. 



나도 영상미가 화려하고 기술적으로 빼어난 영화를 재밌게 잘 보는 편이고 좋아도 한다. 그래도 스토리가 매력적인 부분이 있어야 전반적으로 좋은 느낌을 받기 때문에 제임스 카메론 감독의 영화를 아주 좋아하지는 않는다. (예를 들어 조지 밀러 감독의 <매드 맥스 - 분노의 도로> 같은 작품은 이 영화보다 나에겐 훨씬 매력적이다) 하지만 제임스 카메론 감독이 이루어낸 성취를 폄하하고 싶은 생각은 추호도 없다. 오직 제임스 카메론만이 이런 성취를 만들어낼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그는 아직 아무도 가보지 않은 길을 가는 사람이기에 선구자이고 개척자이며, 그가 만들어내는 것은 사람들에게 '처음 만나는 경이'를 느끼게 한다. 영화 감독이라서 아니라 그가 가고자 하는 길이 다르기에 다른 세계에 속해 있다는 느낌이 든다. (보통 사람은 범접할 수가 없는 세계)


벌써부터 많은 사람들이 이 영화를 보고 이 영화에 환호하고 있음을 본다. 당연한 반응이라고 생각한다. 앞으로는 2-3년마다 아바타 시리즈가 나온다는데 이미 그의 머리 속에서는 그 많은 것들이 구상되어 있을 것이고, 다음엔 또 어떻게 우리를 놀라게 해주실지 기대가 된다. 


올해 현대 미술작품을 보면서 과학 기술이 접목되어 만들어진 예술 작품들이 뿜어내는 아우라를 많이 느꼈다. 아이러니하게도 이 영화가 말하고자 하는 것은 과학 기술의 정반대에 서 있는 것들이지만, 최첨단의 과학과 인간의 상상력이 만들어낸 이 위대한 영화를 다들 한 번쯤은 보시기를 추천한다. 



매거진의 이전글 치코와 리타 (2012)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